"포스트 엔진은 안전·건강·환경 소재"

[만났습니다]①신유동 휴비스 대표
물리적·화학적 재활용, 생분해 섬유 생산
자체 공정까지 갖춰 일괄 생산체제 구축
유럽 LMF 시장 진출, 연말 구체화 방침
  • 등록 2021-11-23 오전 7:00:00

    수정 2021-11-23 오전 7:00:00

[이데일리 경계영 기자] “10여년 전, 2010년 남아공 월드컵 축구 국가대표 유니폼과 SK와이번스 야구단 유니폼 등에 플라스틱 재활용(리사이클) 원사를 공급했어도 그 붐이 금세 사그라졌지만 이젠 소비자의 가치 소비에 호응해 유명 의류 브랜드에서의 친환경 섬유 사용이 늘어나는 등 시장이 형성되고 있습니다.”

신유동 휴비스 대표(사장)는 최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세계 섬유 시장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고 진단했다. 탄소중립과 친환경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플라스틱을 재활용한 섬유나 땅속에 묻으면 썩도록 한 생분해 섬유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는 얘기였다. 신 대표는 “재활용이나 생분해 관련 밸류체인(가치사슬)이 형성되는 2025년부터 관련 시장이 급속도로 커지고(jump-up) 2030년께면 친환경 섬유 비중이 최대 30%까지도 확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휴비스(079980)는 삼양홀딩스와 SK디스커버리가 합작해 2000년 설립한 폴리에스터(PET) 전문 기업이다. 주로 자동차 내장재 접착용 소재로 쓰이는 저융점섬유(LMF) 시장에서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최근 △생분해 PET 섬유 ‘에코엔’(ecoen) △재활용 생분해 섬유 ‘에코엔-R’ △버려진 페트병을 재활용한 PET 섬유 ‘에코에버’(ecoever) △화학적 재활용 원료로 만든 PET 섬유 ‘에코에버 CR’ 등을 잇따라 선보이며 친환경 섬유 분야를 강화하고 있다.

신유동 휴비스 대표(사장)가 휴비스의 생분해 섬유 ‘에코엔’(ecoen)을 활용한 노스페이스 스웨트셔츠(맨투맨)를 입고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휴비스)
다음은 신 대표와의 일문일답.

-친환경 섬유를 잇달아 개발해 내놓고 있다.

△친환경 섬유는 곡물 등 바이오 원료로 만드는 것과 플라스틱을 재활용해 만드는 것, 생분해되도록 만드는 것 등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휴비스는 세 분야 모두 한다. 특히 순환경제가 완성되려면 플라스틱이 썩어 생태계에서 없어질 수 있도록 생분해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실제 섬유 시장의 변화를 체감하나.

△휴비스는 2008년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한 섬유를 개발했지만 가치 소비가 뒷받침되지 않았던 당시 시장에서 큰 호응을 얻지 못했다. 플라스틱을 수거·세척하는 인건비 등을 고려하면 생산비용이 더 높을 수밖에 없는 것은 마찬가지지만 이젠 가치 소비 인식이 달라져 승산이 있다고 생각한다. 주요국이 탄소중립 정책을 추진하면서 주요 의류 브랜드도 일정 비율을 친환경 섬유를 활용하겠다고 선언했다.

-최근 플라스틱을 재활용하면서도 생분해되도록 한 섬유도 개발했다.

△생분해는 자연 상태에서 썩도록 하는 방식인데, 섬유에 적용하긴 쉽지 않았다. 전분으로 만든 생분해 플라스틱인 PLA는 열에 약해 분자구조를 팽창시켜 섬유인 ‘얀’(Yarn)으로 만들기 어렵다. 휴비스는 기존 화학 원료의 분자구조에 첨가물을 넣어 생분해되도록 기술을 개발했다. 미국과 유럽에서 이미 생분해 섬유를 개발하긴 했지만 국내에선 휴비스가 처음이었다. 자체 기술로 개발한 데다 설비까지 일괄 생산 공정을 갖췄기에 세계 시장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화학섬유업체가 플라스틱 재활용 분야에 뛰어들고 있다. 재활용 섬유에서 휴비스만의 강점은 어떤 것인가.

△폐페트를 플레이크 칩으로 잘게 분쇄해 세척·선별 등 기계적 처리 공정을 거쳐 섬유로 만드는 물리적 재활용뿐 아니라 폴리에스터 의류나 페트를 이용해 원료까지 생산하는 화학적 재활용 섬유까지 생산하는 국내 최초 기업이다. 해외에서 플레이크 칩을 들여오는 다른 화섬업체과 달리 칩 생산 자체 설비를 도입해 고품질 원료부터 원사까지 일괄 생산체계를 구축했다. 국내 플라스틱을 줄이는 데 기여할 뿐 아니라 품질도 제어할 수 있어 재활용 제품 포트폴리오를 고도화할 수 있다.

-각 가정에서 철저하게 분리수거하는데도 기업이 자원을 재활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무엇인가.

△깨끗한 무색 페트만 물리적 재활용이 가능한데도 수거 현장에서 여전히 색이 있는 페트와 없는 페트가 섞여있다. 자원 수집 시스템 자체를 바꿀 필요가 있다. 소규모로 영세하게 수거하는 것이 아니라 스마트·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해 비용을 낮추면서도 대량화·집적화해 원료의 가격 경쟁력과 품질을 높여야 한다. 그래야 지속가능한 비즈니스로 발전할 것이고 안정적 원료 공급망이 갖춰질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되려면 정부의 실질적 지원도 필요하다.

-친환경이 대세로 자리잡는 상황에서 본업인 폴리에스터 전망은 어떻게 보나.

△이론적으로 몇 번 재활용이 가능한 플라스틱 소재가 바로 폴리에스터다. 폴리에틸렌(PE)·폴리프로필렌(PP)·나일론 등 다른 소재와 비교해도 더욱 그렇다. 세계 생산량 9000만t 모두 재생한다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적다. 다른 소재와의 융복합도 용이할 뿐더러, 가격 경쟁력이 있어 다른 소재를 대체할 가능성도 크다.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어떤 분야에 집중하고 있나.

△LMF는 휴비스의 현재 엔진이고, 포스트 엔진을 고민하고 있다. 2019년부터 SHE(안전·건강·환경) 소재로 방향을 잡고 연구개발하고 있다. 페트를 발포한 폼(foam) 형태의 소재 ‘에코펫’는 인체에 무해하고 재활용이 가능해 친환경적이다. 내열성이 우수해 식품용기나 포장재 등으로 쓰일 수 있다. 내수와 일본 시장에서 지배력을 확대하고 있는 토목섬유(Geogrid), 냉감 소재 관련 사업도 강화할 계획이다.

-취임 이후 해외로 시장 확대를 꾀하고 있다.

△중국에서의 LMF 자급도가 높아진 이후 글로벌 전략을 재검토했다. 지속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주요 지역에 생산 거점을 구축하는 ‘글로컬라이제이션’을 추진하기로 했다. 주요 LMF 시장은 미국과 중국, 유럽, 세 곳인데 이미 미국과 중국에서 합작법인 형태로 현지 생산을 진행하고 있다. 유럽은 시장 수요가 많은데도 현지 생산 업체가 부족해 시장성이 충분하다. 파트너를 모색하고 있으며 연말 투자 윤곽이 구체화할 전망이다. 친환경 패키징인 에코펫과 관련해서도 중국에 추가 투자를 검토하고 있으며 일본·미국에도 파트너십으로 진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앞으로 더 강화하려는 분야는 무엇인가.

△ESG(환경·사회·지배구조)는 기업에 숙제가 아닌 기회다. ESG에 동참하면서 사업 영역에서 우위를 점하고자 한다. 친환경 소재라는 기회를 얻었고, 탄소중립·사회공헌·지배구조 등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이다. 연초 에너지위원회를 신설하고 전주공장에서 ‘탄소 다이어트 2021’을 추진하는 등 탄소배출을 저감하려 한다. 내년에도 환경안전부문에 200억원을 투자하는 등 친환경 사업을 지속 확대할 계획이다. 시대 흐름의 중심은 효율성에서 행복으로 바뀌고 있다. 제조업 기반이지만 고객 수요를 제대로 읽고 메가 트렌드에 맞게 전략을 짜서 대비하겠다.

프로필

△1962년생 △1987년 한양대 무역학과 졸업 △2015년 연세대 EMBA 수료 △1987년 삼양사 입사 △2000년 휴비스 수출팀장 △2008년 휴비스 FY사업본부장(상무) △2014년 휴비스 SF1사업본부장(전무) △2016년 휴비스 마케팅지원본부장 △2017년 휴비스 대표(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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