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평창 롱패딩' 열풍 만든 보상심리

  • 등록 2017-11-23 오전 5:00:00

    수정 2017-11-23 오전 7:25:15

[이데일리 이성재 디지털미디어센터장] 아침 한 장의 사진이 눈에 들어왔다. ‘평창 롱패딩’을 구매하기 위해 한 백화점 지하층 입구에서 전날부터 노숙을 하며 기다리는 사람들을 포착한 진풍경이었다. “이렇게까지 사고 싶을까”란 생각이 들었지만 한편으로는 원하는 상품을 얻겠다는 열정만큼은 대단하다 싶었다.

신제품을 구입하기 위해 밤샘 노숙도 불사했지만 중고거래 인터넷커뮤니티에선 이미 거래가 시작됐다. 벌써 30만원을 넘어섰다. 평창 롱패딩의 소비자가격은 14만 9000원. 블랙 L사이즈는 소비자가의 3배를 훌쩍 넘긴 50만원까지 호가하고 있다. 심지어 대기번호를 5만원에 구매한다는 글까지 올라왔다. 무엇이 이들을 이토록 열광케 했을까. 가성비와 소장가치? 아니면 유행이나 실용성? 그래도 이렇게까지 할 정도는 아니다.

22일 오전 서울 송파구 롯데백화점 잠실점 에비뉴엘 앞에서 시민들이 ‘평창 롱패딩’을 구입하기 위해 길게 줄을 서 기다리고 있다. [이데일리 신태현 기자]
행동경제학에 따르면 인간의 심리가 소비행동을 바꾼다고 한다. 사람들이 그렇게 합리적인 소비만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때론 군중심리에 휩쓸려 소비패턴이 바뀌고 뜻밖의 소유욕이 생겨 감정적인 선택을 할 수도 있다. ‘평창 롱패딩’이 딱 그런 소비가 아닌가 싶다. 저렴하고 질 좋은 패딩에 평창동계올림픽 이슈와 연예인마케팅이 결합했고 리미티드 한정판이란 절박함까지 가세해 소유욕을 부추겼다. 요즘의 소비성향이 변화한 것도 무시할 수 없다. ‘합리’보다 ‘가치’에 따라 움직이는 소비패턴 말이다.

평창 롱패딩을 기획·판매한 롯데백화점에게 열풍의 이유를 대신 물었다. 이들의 분석도 크게 다르지 않다. 먼저 ‘롱패딩=가성비의 아이콘’이란 등식이 성립되면서 소비자가 지갑을 열게 만들었다고 했다. 지속된 경기침체로 몇 년간 이어진 소비양극화가 가성비 중심의 소비문화를 가져왔다는 것이다. 사실 롱패딩은 스포츠 선수들이 벤치에서 입던 옷이다. 패션보다는 활동성과 보온성에 맞췄다. 구매자들이 입을 모아 유행과 실용성을 구매동기로 꼽은 것도 이해가 된다.

하지만 좀더 들여다보면 가장 큰 요인은 ‘모방심리’가 아닐까 싶다. 1990년대 스포츠스타가 대중적 인기를 끈 시절부터 아이돌 패션이 연일 이슈가 되는 현재까지 유명인이 유행을 만드는 현상은 계속되고 있다. 평창 롱패딩은 그 현상에 스포츠스타의 생존템을 연예인의 패션템으로 기가 막히게 연결해내는 묘수를 냈다. 판매 초반 평창 롱패딩의 반응은 미온적이었지만 연예인들이 입은 모습이 온라인과 SNS를 통해 화제가 되면서 인기가 치솟은 것이다.

그런데 한 가지 걸리는 점은 ‘한정수량’이다. 찔끔찔끔 물량을 내놓으며 소비자를 애태우는 전략이 한때 광풍을 몰고 온 ‘허니버터칩’이나 ‘노스페이스’와 흡사해 보이는 것이다. 당시 허니버터칩은 생산량을 조절하며 소비심리를 이용했고, 등골브레이커로 불린 노스페이스는 군중심리를 이용한 고가정책으로 사회적인 문제가 됐다.

전문가들은 이번 평창 롱패딩 열풍이 예전과는 다르다고 말한다. 공급부족 상태를 유지하는 수량만 생산해 소비자가 더 사게 만드는 고도의 전략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합리적 가격책정을 위해 사전에 생산물량을 미리 기획했다는 설명이다. 덕분에 원가를 대폭 낮출 수 있었다는 것이다.

어찌됐든 이번 평창 롱패딩 대란은 전체적으로 패딩가격의 거품을 빼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선 긍정적이다. 그동안 기업심리전에 멍든 소비자의 마음이 평창 롱패딩으로 달려가게 만들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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