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th SRE][업황진단]불황 지속에 경쟁력까지 약화

‘바람 앞 등불’ 해운업
  • 등록 2014-05-13 오전 7:00:00

    수정 2014-05-13 오전 7:00:00

[이데일리 함정선 기자] 해운업에 대한 우려가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오히려 해운업에 속한 기업들의 저조한 영업실적이 지속되고 있고, 신용등급마저 추가로 하락하며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이같은 해운업에 대한 우려는 19회 SRE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 19회 SRE에 참여한 시장참여자 109명 중 절반에 가까운 52명이 최근 6개월간 업황이 악화한 산업을 묻는 질문에 해운업을 선택했다. 18회 SRE에서 업황이 악화된 산업 2위에 꼽혔던 해운업이 19회에서 1위로 떠오른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해운업의 침체국면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업황 불황을 이끄는 공급과잉 현상, 이에 따른 운임 약세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하반기 한때 컨테이너선 등 일부 선종별로 운임지수가 상승세를 나타내며 업황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일기도 했다. 그러나 대형 선박선의 지속적인 시장 진입, 점유율 경쟁 심화 등으로 상승세는 오래 지속되지 못했다.

올해 역시 대부분 선종에서 선박공급과 물동량 증가가 비슷한 수준을 보이고 있어 지금까지 누적된 공급과잉 상황이 크게 개선되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끝이 안 보이는 불황

게다가 국내 해운사들을 둘러싼 시장환경도 우호적이지 못하다. 글로벌 상위 컨테이너선사들은 원가 경쟁력을 갖추고 있고 시장지배력을 강화하고 있다. 여기에 대형 선박을 지속적으로 투입하며 운임지수 상승까지 막고 있다. 글로벌 1~3위 선사가 연합한 ‘P3 네트워크’ 설립도 운임 변동성을 높이는 요소로 지적되고 있다.

국내 해운사들은 운임하락에 유가 부담까지 가중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영업 형태나 선종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연료비는 원가의 20%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해운사의 수익성을 가늠하는 중요한 요소다.

2010년 하반기부터 원유 가격과 함께 연료유 가격이 동반 상승하며 해운사의 수익을 옥죄고 있다.

지난해 벙커C유 가격은 2012년 대비 소폭 하락하기는 했으나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업계에 따르면 1990년대만 해도 톤당 100달러에도 미치지 못하던 벙커C유 가격은 최근 600달러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재무부담 가중…신용등급 하락으로

해운업 불황 장기화가 해운업체들의 실적 악화와 재무 악화로 이어지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다. 주요 해운업체들은 2011년 이후 영업현금흐름을 창출하지 못하고 지속적으로 당기순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신용평가사들에 따르면 해운업체들의 자본금은 크게 감소해 지난해 부채비율이 2011년 대비 2배 이상 높아졌다.

이 때문에 한진해운과 현대상선 등 국내 주요 해운사들은 지난해 말 잇따라 대규모 자구계획안까지 발표했다. 그 규모만 해도 한진해운이 3조5000억원, 현대상선을 필두로 한 현대그룹이 3조3400억원에 이른다. 문제는 해운업 불황과 업체들의 실적·재무 악화가 신용등급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올 들어 동시에 신용등급이 하락했다. 현대상선의 신용등급은 투기등급까지 낮아졌을 정도다.

한국기업평가는 한진해운의 신용등급을 BBB+에서 BBB-로 두 단계 내렸고, 한국신용평가는 현대상선의 신용등급을 BBB+에서 무려 세 단계나 낮춰 투기등급인 BB+를 부여했다.

해운업에 대한 우려가 지속되는 가운데 그렇지 않아도 회사채나 기업어음(CP) 등 자본시장을 통한 직접 자금조달이 어려운 해운사들은 신용등급 하락에 자금조달 위기까지 겪게 됐다.

만기가 도래하는 차입금은커녕 이자비용도 내기 어려운 상황에서 이자에 대한 금리마저 오르는 어려움이 가중된 것이다.

글로벌 경쟁력 저하

재무 부담이 커진 국내 해운사들이 마주한 또 다른 문제는 글로벌 경쟁력이 약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글로벌 상위 선사들이 연합하는 과정에서 국내 해운사들은 신용등급 하락 등으로 글로벌 얼라이언스에서 자리를 지키기도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컨테이너선의 경우 이른바 ‘고속버스’와 같아서 짐을 모두 채우지 않고도 정해진 스케줄대로 운항해야 한다. 이 때문에 비용절감과 항로 확대를 위해 각 나라의 선사들은 얼라이언스를 맺고 서로 협력하고 있다.

컨테이너선 운영선단 규모로 세계 1~3위인 업체들의 연합이 나머지 해운사를 위협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머스크와 MSC, CMA-CGM 등 상위 3위 안에 드는 선사들은 올 2분기부터 아시아-유럽, 태평양, 대서양 등 주요 간선노선에서 선박을 공동으로 운영하는 P3 네트워크를 구축한다. 이들의 선박규모는 경쟁 얼라이언스보다 20% 이상 큰 규모로, 시장지배력이 더 공고해질 수밖에 없다.

특히 이들은 규모의 경제 달성과 영업력 강화, 터미널 하역비 등 추가 비용절감을 통해 다른 경쟁사 대비 압도적인 원가 경쟁력을 자랑하게 된다.

해운사들은 재무악화와 신용등급 하향이 이어지면 현재 속한 얼라이언스에서 제외되는 최악의 상황까지 일어날 수 있다고 걱정하고 있다.

한진해운은 ‘CKYH 얼라이언스’, 현대상선은 ‘G6 얼라이언스’를 통해 세계 해운사들과 협력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세계 1~3위가 협력하고 있는 상황에서 재무적으로 위험한 기업이라고 소문나면 누가 손을 잡으려 하겠는가”라며 “얼라이언스를 유지하지 못하면 경쟁력은 더 떨어진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한편에서는 국내 해운업이 회복되려면 덴마크나 프랑스, 중국 등처럼 국가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얘기도 나온다.

한 SRE 자문위원은 “중국에서는 선사 간 합병까지 정부가 주도한다는 얘기가 있다”며 “다시 회복될 수 없을 만큼 부실하다면 법정관리 등 극한의 상황을 거치더라도 제대로 된 구조조정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이데일리가 제작한 ‘19th SRE’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19th SRE는 2014년 5월9일자로 발간됐습니다. 책자가 필요하신 분은 문의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문의 : 02-3772-0161, mint@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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