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기생충·램시마·리니지…얼마나 돈되나 '공식' 만든다

IFRS, 무형자산 제한적으로 인식…실질 가치와 괴리
글로벌 브랜드 삼성전자 14조, 총자산 4%에 불과해
핵심 무형자산의 현금창출력 재무제표 표기법이 관건
  • 등록 2019-06-28 오전 5:15:00

    수정 2019-06-28 오전 5:15:00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국제회계기준(IFRS)에서 무형자산의 회계처리는 국내에서도 ‘뜨거운 감자’였다. 지난해 제약·바이오기업의 개발비 자산화와 관련해 금융 당국이 테마감리를 실시하면서 ‘어디까지가 무형자산인지’에 대한 논의가 분분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회계업계에서는 무형자산에 대한 회계기준을 보수적으로 적용하다 보니 비중이 크지 않은 개발비의 처리 자체가 논란이 된다는 시각을 보이기도 했다. 무형자산을 재무제표에 인식하는 방안은 전향적이고 단기간 내 시행도 쉽지 않겠지만 현실화된다면 장부와 실제 기업가치간 괴리를 줄일 것으로 기대된다.

매출·이익 창출해도…자산 인식 쉽지 않아

국제회계기준은 무형자산을 ‘물리적 실체는 없지만 식별 가능한 비화폐성 자산’으로 규정하고 있다. 모두 무형자산을 재무제표에 자산으로 인식하지는 않는다. 자산의 원가를 신뢰성 있게 측정할 수 있어야 하고 미래 경제적 효익이 기대되는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반영토록 하고 있다.

실제 국내 주요 콘텐츠 기업의 재무제표를 보면 기업가치에 비해 무형자산의 인식 비중은 낮은 수준이다.

엔씨소프트(036570)는 연간 영업수익(매출)이 1조7000억원대에 달하는 대형 게임업체다. 유명 게임 ‘리니지’가 사업의 대부분을 차지하지만 올해 1분기 기준 영업권 등을 포함한 무형자산은 540억원대 수준이다. 대규모 생산설비가 필요치 않은 네이버(035420)도 무형자산은 3000억원대 수준이다.

삼성전자(005930)의 무형자산은 14조8000억원대로 이들 기업에 비해 월등히 높다. 그러나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올해 발표한 삼성전자의 브랜드가치 531억달러(약 63조3000억원)에 크게 못 미친다. 300조원이 넘는 회사 시가총액(우선주 합산)에도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총 자산(약 3450조원)대비 비중은 4% 정도에 그친다.

특이한 점은 무형자산 중 2016년말 1조3000억원대이던 삼성전자의 영업권이 이듬해말 약 5조7000억원으로 크게 늘어난 것이다. 이는 2017년 삼성전자가 인수한 하만의 영업권을 무형자산으로 인식했기 때문이다. IFRS는 내부에서 창출한 것과 달리 외부에서 대가를 주고 사온 영업권은 무형자산으로 인식하고 있다. 하만 인수가 없었다면 삼성전자의 무형자산은 지금보다도 훨씬 작은 수준에 머무를 수밖에 없던 셈이다.

미국회계기준(US-GAAP)을 적용하는 다른 글로벌 기업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2015년 재무제표 기준 구글과 애플의 총자산에서 무형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11.7%, 2.1%에 불과했다. 구글의 경우 외부에서 사온 것이 아닌 내부 취득 무형자산은 1.97%에 그쳤다.

소프트웨어·IP·영업권·점유율 등 무궁무진

기업가치에 영향을 미치는 무형자산은 소프트웨어나 IP, 영업권, 특허권, 저작권, 프랜차이즈, 고객충성도, 시장점유율 등 다양하다. 다만 현재 이뤄지는 연구는 모든 무형자산을 재무제표로 인식하자는 취지는 아니다. 기업의 가치를 창출하는 핵심 무형자산을 선정해 미래현금흐름의 현재 가치를 재무제표에 반영하는 것이 골자다. 게임 산업을 예로 들면 회사의 대표 콘텐츠인 게임 작품이 향후 창출할 현금 흐름을 계량화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엔터테인먼트 사업은 주요 소속 아티스트들을 핵심 무형자산으로 분류할 수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BTS(방탄소년단) 소속사인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기업가치를 최대 2조2800억원대로 추산했다. 이 회사의 지난해 매출액은 2142억원, 영업이익 641억원을 기록했는데 이보다도 더 큰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평가한 것이다.

현재 아티스트의 경우 무형자산 인식 범위는 계약금 정도다. 실제 지난해 기준 빅히트의 무형자산은 63억원에 그쳤다. 이익을 창출하는 아티스트의 가치를 평가할 기준이 생긴다면 회사 장부가치 또한 크게 뛸 전망이다. 앨범 판매와 공연 수익은 물론 유튜브 조회수나 팬클럽의 숫자 등도 고려 사항이 될 수 있다.

제약·바이오업는 신약의 판권이 핵심 무형자산이다. 지금은 외부에서 사온 판권만 무형자산으로 인식하지만 셀트리온(068270)의 주력 제품 ‘램시마’나 신라젠(215600)이 개발 중인 ‘펙사벡’ 등 다양한 신약·바이오시밀러가 등장하고 상용화에 도전하면서 자체 보유 판권의 가치가 중요해졌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칸 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타면서 화제가 된 것처럼 영화 또한 주요 무형자산이다. 하나의 IP를 통해 다양한 제품을 개발하는 원소스멀티유즈(OSMU)가 확산되면서 영화 자체 IP의 가치는 올라갈 전망이다.

재무제표는 기업의 실질 가치와 신뢰성을 담보하는 주요 정보인 만큼 무형자산에 대한 평가와 인식에 대해서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국내외 회계기관들도 일정한 공식을 이용해 보편적으로 사용될 수 있는 무형자산의 인식 방법에 대해 고심 중인 상황이다.

당장 무형자산 가치를 평가해 자산으로 인식하기보다 주석 등을 통해 자세한 보유 내역을 알리는 기업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이미 금융당국은 제약·바이오업체에 대해 파이프라인별 임상 진행 상황 등을 상세히 알리도록 유도하고 있기도 하다.

정도진 중앙대 교수는 “현재 대부분 기업들은 무형자산에 대해 취득·상각 금액, 분류(영업권 등) 등 제한적으로 공시하고 있다”며 “소속 가수별 계약금 내역이나 개별 게임, 영화의 매출·이익 현황 등을 볼 수 있다면 투자자 이해도는 더 높아질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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