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추석]②고전부터 최신작까지 '3권의 SF소설'

풍부한 상상력으로 만들어진 세계관
소외·소통 등 현 시대의 고민 담기도
  • 등록 2020-10-01 오전 6:00:11

    수정 2020-10-01 오전 6:00:11

[이데일리 김은비 기자] 코로나19 유행 후 처음 맞는 추석. 특히 올해는 예년과 달리 추석 귀향길도 포기하고 ‘집콕’을 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어떻게 연휴를 알차게 보낼지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그 동안 미뤘던 책을 읽어보길 권한다. 올해 주목받았던 책을 주제별로 엄선했다. <편집자 주>

과거 마니아들 사이에서만 인기를 끌었던 SF(공상과학) 소설이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올해 9월까지 한국소설 내 SF 소설 판매량이 전년대비 약 5.5배 늘었다. SF 소설의 종류도, 내용도 풍부해지고 있다. SF소설의 고전으로 꼽히는 책부터 가장 최근에 주목받고 있는 작가들의 작품까지 3권을 추렸다.

◇당신 인생의 이야기(테드 창│520쪽│엘리)

2002년 원서로 출간한 뒤 전 세계 21개 언어로 번역된 SF소설의 고전으로 꼽히는 책이다.

퓰리처상 수상자인 주노 디아스 메사추세츠공대 문예창작과 교수는 “나는 사람의 정신이 제대로 기능하려면 1년에 최소 52권의 책을 읽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당신이 만약 1권밖에 읽을 시간이 없다면 주저 없이 ‘당신 인생의 이야기’를 읽기 바란다”고 말했다.

책은 화자인 ‘나’가 자신의 딸을 향해 이야기를 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흥미로운 건 아직 딸은 태어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어떻게 아직 세상에 나오지 않은 딸과 대화를 할 수 있을까. 이 지점에서 저자의 상상력을 엿볼 수 있다.

이야기는 언어학자인 저자가 어느 날 지구 밖 궤도에 비행물체를 타고 나타난 외계 생명체들과 대화를 하기 위해 그들의 이질적 연구를 하는 과정을 담는다. 복잡한 그래픽 디자인을 모아놓은 것 같은 그들의 문자에는 시작도 끝도 없다. 순서대로 읽는 문자라기보다는, 오히려 그림이나 댄스에 가깝다.

그들의 언어를 배우면서 언어학자의 루이즈의 인식 방식 역시 점차 변화하게 된다. 이 모습을 통해 사유 체계가 다른 존재와 소통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시간을 인과적으로 파악하지 않고 동시에 파악한다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저자의 탐구도 엿볼 수 있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김초엽│330쪽│허블)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같은 우주라는 개념이 대체 무슨 의미가 있나?”

책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에 나오는 한 부분이다. 최근 한국 SF소설에서 가장 주목받는 작가를 꼽으라면 김초엽을 빼놓을 수 없다. 책은 작가의 단편 7권을 묶어낸 소설집이다.

작가는 에어로이드, 모그 등 과학 기술을 재료로 이야기를 풀어내는 동시에 정상과 비정상, 성공과 실패의 경계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소외된 사람들에 대한 시선을 가진다.

일례로 ‘나의 우주 영웅에 관하여’에는 실패한 여성 우주인이 등장한다. ‘우주 너머’를 항해하기 위한 우주인 선발에 뽑히지만 내로라하는 ‘스펙’이 없는, 무엇보다 나이 많은 여성이라는 이유로 비난받는 ‘재경 이모’가 나온다.

이 외에도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과 ‘스펙트럼’에 등장하는 ‘할머니 과학자’는 가족과 생이별하고 아득한 우주에서 재회를 위해 고군분투고, 다섯 개의 위성이 뜨는 행성에 홀로 남겨져 외계인과 조우한다.

외롭고 때론 소외된 등장인물은 소설속에서 결코 좌절하거나 낙담하지 않는다. 이들을 통해 책에서 작가는 특유의 상상의 세계를 펼칠 뿐 아니라 이 시대의 모습에 대해서도 고민한다.

◇기억 1, 2권(베르나르 베르베르│400쪽·398쪽│열린책들)

누구나 한 번쯤은 생각해 봤을 전생 아니면 내생에 대해서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발휘한 상상력의 세계다. 지금의 생이 전부가 아니라고 단언하는 저자는 다양한 테마로 시공간을 넘나들며 이야기를 펼친다.

책은 고등학교에서 역사를 가르치는 교사 르네 톨레다노가 센강 유람선 공연장 ‘판도라의 상자’에 갔다가 퇴행 최면의 대상자로 선택당하면서 시작한다.

최면에 성공해 무의식의 복도에 늘어선 기억의 문을 열 수 있게 된 르네. 문 너머에서 엿본 기억은 제1차 세계 대전의 전장에서 목숨을 잃은 그의 전생이었다.

최면이 끝난 후에도 너무나 생생하고 강렬한 기억에 시달리던 그는 몸싸움에 휘말려 의도치 않게 사람을 죽이고 경찰에 자수할지 말지 고민하며 초조한 나날을 보낸다.

놀랍게도 르네에게는 제1차 세계 대전 참전병 외에도 111번의 전생이 있었다. 최초의 전생은 전설속의 섬 ‘아틀란티스’의 세계에 사는 남자 게브다.

현생에서는 경찰에 쫓기며 정신병자 취급을 받고 전생에서는 대홍수를 막기 위한 르네의 모험이 진행된다. 빠른 책의 전개가 긴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몰입도를 높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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