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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광장(廣場)이라는 단어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많은 사람이 모일 수 있게 거리에 만들어 놓은 넓은 빈터` 또는 `공공의 목적을 위해 여러 갈래 길이 모일 수 있도록 넓게 만든 마당` 정도로 해석된다. 한 마디로 넓고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곳이다. 최초의 광장이 그랬다. 고대 그리스 아테네의 중심에 있던 아고라는 인류 첫 광장이었고 거기에선 1년에 40여차례나 시민들이 모여 민회를 열고 나랏일을 함께 의논하고 결정했다. 아고라는 아테네 민주정치의 상징이었고, 그래서 광장은 민주사회의 상징물이기도 하다.
그런 광장의 의미에 가장 부합하는 우리나라 대표 광장이라면 단연 첫 손에 꼽히는 광화문광장이 몸살을 앓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석방 등을 요구하는 대한애국당의 천막이 광장 한쪽을 불법 점거한지 벌써 한 달을 훌쩍 넘기면서 광장으로서의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 광화문광장에서 개최하겠다며 신고를 마친 10여건의 집회가 불법천막의 알박기 탓에 장소를 옮겨야만 했다. 누구나 열린 공간에서 자신들의 주의·주장을 알리고 찬반 어느 쪽과도 소통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게 광장의 역할이라면 지금은 일방의 몽니를 불편하게 지켜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올초 서울시 설계공모 이후 지금 광화문광장은 그 면모를 새롭게 바꾸는 단장을 준비하고 있다. 주변 도로를 줄이고 세종대왕상을 이전함으로써 지금보다 3~4배나 넓어지는 광화문광장은 활용도가 더 높아질 전망이다. 이 작업을 주도했던 승효상 국가건축정책위원장도 “광화문광장을 제대로 비워서 광장 본연의 가치를 찾고자 한다”고 대원칙을 천명한 바 있다. 어떤 것은 본디 비어 있을 때에만 진정 쓸모있는 것이 있다. 비어 있다고 함부로 채우려 하지 말아야할 것이 있다. 우리에게 광장이 그런 존재다. 비어 있어서 위안과 휴식을 주고 필요할 때엔 자유롭게 서로의 견해를 외치고 공유할 수 있는 그런 시민의 공간으로서 광장이 돌아오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