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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용운 기자] 현대미술에서 가장 전위적인 분야로 설치미술이 꼽힌다. 전통 회화나 조각이 관람객의 ‘감상’에 초점을 맞췄다면 설치미술은 각종 오브제와 장치 등을 통해 공간 전체를 작품으로 구성, 관람객의 ‘이해’에 무게를 둔다. 최근에는 관람객의 체험을 유도해 설치미술에 대한 이해를 높이려는 시도가 두드러진다. 서울 종로구 소격동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오는 8월 23일까지 여는 ‘2015 현장설치 프로젝트 인터플레이’(이하 ‘인터플레이’) 전과 인근 아트선재센터에서 7월 26일까지 여는 ‘자가해체 8: 신병(神病)’ 전이 그 예다. 다만 체험의 방법이 좀 다르다. ‘인터플레이’ 전은 관람객이 설치작품으로 만든 비현실적인 공간을 이동하며 여러가지 감각적인 자극을 경험한다. 반면 ‘자가해체 8: 신병’ 전은 설치작품의 사회적인 맥락을 환기시켜 바로 지금의 우리 현실을 사유하는 지적 체험 과정도 예술의 일부라고 말한다.
△비현실적 공간의 메시지…‘인터플레이’ 전
전시장에 들어서면 만화경 속에 빠진 듯하다. 벽면과 바닥을 온갖 모양의 이미지와 울긋불긋한 원색으로 도배했다. 브라질의 엘리 수드브라크와 프랑스의 크리스토프 아메이드-피아송으로 구성한 2인조 작가그룹 아바프의 작품이다. 대중매체에서 차용한 무수한 이미지를 반복 프린트한 벽지와 네온사인을 통해 초현실적인 공간을 만들었다. 지하로 내려가면 호주 작가 로스 매닝의 ‘스펙트라’를 만날 수 있다. 천장에 빨강, 초록, 파랑에 노랑을 더한 형광등이 모빌처럼 매달려 빙글빙글 돌고 있다. 불규칙하게 불어오는 바람과 함께 흰 벽면에는 각양각색의 형광등에서 나온 빛이 뒤섞여 또 다른 빛의 향연을 빚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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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 속 폐품 예술로 재생… ‘자가해체 8: 신병’ 전
전시장에 널브러져 있는 온갖 잡동사니가 마치 쓰레기장인 양 번잡하다. 자세히 보면 우리가 일상에서 쓰다버린 각종 폐품이다. 낡아빠진 슬리퍼, 장판, 카세트 테이프, 공기 빠진 공, 심지어 연탄재까지 있다. 한가운데에는 조그만 수조에 도롱뇽 아홀라틀 한 마리까지 있다.
크루비예가스의 눈에 비친 서울은 자신의 고향인 멕시코시티와 닮아 있다. 1000만명 이상의 인구가 사는 거대한 도시 이면에 재개발로 인해 마을이 파괴되고 사람들이 강제로 흩어지는 이산의 아픔이 도사리고 있어서다. 작가는 이 감성을 끌어낼 도구로 버려진 물건을 선택했다. 이를 통해 관람객에게 끊임없이 물건들의 맥락과 의미를 생각하라고 권유한다. 예술은 이처럼 버려지고 폐기처분된 물품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는 일이란 것을. 그 과정이 마치 ‘신병’을 앓는 것과 닮았다면서 . 02-733-8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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