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 MCN의 TV 역습과 '참여의 감정경제'

  • 등록 2015-09-09 오전 4:01:01

    수정 2015-09-09 오전 4:01:01

[이재원 문화평론가] 인터넷에서 활동하는 1인 ‘방송인’들이 KBS2 ‘미래스타스쿨 예띠TV’의 진행을 맡아 지난달 지상파 방송을 시작했다. 양띵 악어 등 유튜브와 아프리카TV에서 수십만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이들이 유망한 1인 방송인을 발굴한다는 내용의 프로그램을 이끌고 있다. 시청률은 높지 않지만 인터넷 포맷을 지상파 방송에 적용시켰다는 점에서 눈여겨 볼만하다.

앞서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 인터넷 방송자키(BJ)의 방송 형식을 지상파에 적용했다. BJ의 온라인 접속자가 10만이 넘고 MBC 시청률도 10%에 이르렀다. 온라인에서 활동하던 1인 방송인은 아니었지만 요리연구가 백종원을 단숨에 전국적인 스타로 만들며 지상파 시청률을 넘어서는 파급력을 보였다.

BJ들이 지상파에서 활동하는 파격이 일어난 데에는 지상파가 시청자들과 소통하지 못한다는 위기의식이 작용했다. 가정에서 TV수상기를 통해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시대는 지났다. TV의 절대적 영향력을 보여준 ‘안방극장’이니, 화제작을 시청하기 위해 귀가를 서두르는 ‘귀가시계’니 하는 말은 옛 말이 됐다. 다양한 플랫폼과 콘텐츠로 흩어진 시청자들을 놓치지 않기 위한 지상파의 고육지책일 수 밖에 없다.

무엇보다 최근 이처럼 ‘포맷의 역습’이 가능해진 이유는 MCN(다중 채널 네트워크)을 들 수 있다. MCN이 조직적으로 이들 BJ를 관리하기 시작한 것이 주원인이라 볼 수 있다. 유튜브에서 1인 방송을 하며 개인적으로 광고 수익을 내던 BJ들은 MCN에 소속돼 프로그램 기획을 상의할 뿐만 아니라 프로모션 기회를 적극 창출하는 역할을 한다. 말하자면 스타가 연예기획사에 속해 활동하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우리나라는 양띵 악어 김이브 등을 보유한 트레져헌터가 공격적으로 활동하기 시작했지만 외국에서는 이미 마커(MAKER)를 디즈니가 인수하는 등 AT&T, 드림웍스 등 대형 콘텐츠 제작 유통사들이 MCN을 적극적으로 인수했다.

개인에 지나지 않던 BJ들이 이처럼 주목을 받은 이유는 이들이 이미 일반 이용자들의 호응을 얻는 ‘생산자’가 됐기 때문이다. 수많은 이들이 접속해 이용하고 별풍선을 보내자 1인 미디어 활동은 개인의 취미가 아니라 비즈니스 기회를 만들어내며 산업 구조를 형성해가기 시작했다.

바로 ‘감정 경제’(affective economics)를 가능하게 했기에 기업형 미디어들이 풀뿌리 미디어의 영향을 받고 있는 것이다. ‘감정 경제’는 미국 MIT 인문학부 교수이며 미디어 비교연구 프로그램을 만든 헨리 젠킨스가 ‘컨버전스 컬처’(Convergence Culture)에서 2003년에 제안했던 마케팅 개념이다. 소비자 욕망이 방송시청 등 소비 결정에 결정적 역할을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과거에는 미디어 제작자들이 ‘감동’(impression)’에 대해 얘기했지만 이제 시청자들의 ‘표현’(expression)을 분석하며 미디어 감상을 공유하는 사회적 시청(socail viewing)에 주목하고 있다. 제작자가 완성도 높은 고급 예술을 통해 이용자를 이끌어야 한다는 개념과는 큰 차이를 보이는 대목인 셈이다.

젠킨스가 10년 앞서 미래를 내다볼 수 있었던 데에는 무려 20여년간에 걸쳐 팬들을 연구한 결과다. 팬들의 활동을 분석하며 개개인의 참여가 콘텐츠의 핵심 요인으로 떠오를 시대를 예견한 것이다. 뉴스가 나를 찾아올 것이라고 생각하는 요즘 이용자은 더 이상 완성도 높은 대작을 찾아 제작자 의도를 파악하려 하지 않는다. 이제 제작자는 콘텐츠를 소비하는 한 명 한 명을 감정적으로 참여시켜야 하는 커다란 숙제를 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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