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인에게 묻는다Ⅱ]김종국의 '수비 한 우물'로 인정받는 법

  • 등록 2008-07-14 오후 12:30:18

    수정 2008-07-14 오후 12:44:46

▲ 김종국 (사진제공=KIA타이거즈)

 
[이데일리 SPN 정철우기자] 타율 2할5푼. 비웃음의 대상이다. 연봉 협상이라면 대폭 삭감, 국가대표 선발 회의였다면 1차 통과도 장담할 수 없는 성적이다.

그러나 2할5푼의 타율이면 충분하다는 평가를 받는 이들이 있다. 부족한 방망이 실력을 빼어난 수비 실력으로 커버하며 당당하게 한 자리를 차지한 선수. KIA 김종국은 그 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선수다.
 
그가 2할5푼을 치면 팀의 주전은 물론 국가대표를 뽑을때도 이름이 빠지지 않고 거론된다. 그의 수비를 '명품'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교과서로만 공부했어요
이종범에게 이런 말을 물은 적이 있다. "일본에서 야구한 걸 후회한 적은 없나요." 이런 저런 속내를 털어놓던 이종범은 대답의 말미에 뜬금없이 김종국 이야기를 꺼냈다.

"내가 안 갔으면 종국이하고 최장기간 키스톤 콤비를 할 수 있었을텐데 그걸 못한 것도 아쉽다."

이종범은 매우 화려했지만 다소 거친 수비를 했던 유격수였다. 그러나 2루수 김종국과 함께라면 한결 부드러운 연결이 가능했을 거란 뜻이었다.

이종범은 "일본에 가지 않았다면 계속 유격수를 했을거고 그랬다면 종국이랑 호흡을 맞추며 수비하는 재미를 많이 느꼈을 것"이라고 했다. 김종국의 수비가 동료들에게 얼마나 편안함을 주는지 알 수 있는 말이었다.

김종국의 답은 간단했다. "교과서대로 했다. 어려서부터 기본에 충실하게 배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걸 실천하는 건 절대 쉽지 않다. 대학 입시를 치러본 사람이라면 시험이 끝난 뒤 발표되는 "이번 시험은 교과서 위주로 출제됐으며..."라는 말이 얼마나 잔인하고 힘겨운 것인지 잘 안다.

"초등학교 감독님(최양식 서림초등학교 감독)이 기본기를 제대로 가르쳐 주신 것 같다. 화려한 플레이는 절대 못하게 했다. 감독님이 고등학교까지 계속 가르쳐주신 덕에 정말 기본기에만 충실하게 됐다. 땅볼 올 때 포구 자세, 바운드를 어떻게 맞히는지, 포구 후 어떻게 던져야 하는지 교과서에 나온 그대로 배웠다. 그런데 어렸을 때 배운 것이 프로에서도 그대로 통했다. 그때 배운 것 중 틀리거나 달라진 것은 거의 없었다."

수비는 노력의 산물이라고들 한다. 아무리 좋은 방식이 있더라도 몸에 익지 않으면 써먹을 수가 없다.

김종국은 "초등학교 때부터 매일같이 펑고를 200~300개 정도는 받은 것 같다. 특히 겨울 캠프 때는 더했다. 공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라는 차원에서 아예 포수 마스크를 쓴 채 공을 받았다. 공 하나 하나를 쫓으면서 수비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몸으로 알게된 것 같다"고 말했다. 

▲ 김종국 (사진제공=KIA타이거즈)


▲공은 잡지만 쥐지 않는다
김종국 수비의 백미는 한박자 빠른 송구 타이밍이다. 공을 쥐었다 싶으면 어느새 글러브에서 공을 빼내 1루, 혹은 2루로 뿌린다.

특히 직선타를 잡은 뒤 병살로 연결하는 동작은 경탄을 자아낼 정도다. 김종국은 이 역시 기본기에서 나온 것이라고 했다.

"공이 손바닥을 벗어나지 않게 하려고 노력한다. 그게 기본이다. 손바닥을 벗어난 글러브 깊숙한 부분으로 공이 가면 빼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공을 잡기는 하지만 쥔다는 느낌은 갖지 않아야 빠른 송구가 가능하다. 대신 오른손으로 빠르게 덮어주는 것이 필요하다. 공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오른손과 왼손이 함께 공을 잡는다는 생각으로 수비해야 한다."

공을 두 손으로 받치 듯 잡는다고? 요즘 고교야구에서도 잘 보기 힘든 장면 아닐까. 김종국은 슬쩍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사실 완전히 사이드로 가는 타구를 건져내는 것 말고는 한 손만으로 잡아야 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 기본대로 두 손으로 공을 잡는 것이 더욱 빠른 처리를 가능하게 한다. 보여지는 것만 생각하면 실수가 많아진다. 반대로 너무 서두르지 않아도 될 때 빨리하려는 것도 문제있는 수비다. 러닝 스로우를 해야 하는 경우도 사실 많지 않다. 모든 주자가 이대형(LG)이나 이종욱(두산)은 아니지 않나. 경기 상황이나 주자에 맞춰 수비하는 습관이 실수를 줄일 수 있다. 화려한 플레이는 수비, 특히 내야수에겐 반드시 피해야 할 버릇이다."

▲첫 바운드에 집중하라
야구의 기본은 하체다. 공을 던지는 투수도 그 공을 쳐야 하는 타자도 하체가 뒷받침 됐을 때 제대로 힘을 쓸 수 있다.

김종국은 수비도 그렇다고 했다. 힘을 쓰기 위함이 아니라 보다 안정적인 포구를 위해선 다리의 움직임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장딴지와 무릎이 중요하다. 손이 아니라 하체로 공을 쫓아야 어려운 타구도 쉽게 잡을 수 있다. 풋 워크가 좋은 야수가 실수가 적다. 잔발로 빠르게 공을 쫓아갈 수 있을 때 안정감 있는 수비가 가능하다."

무조건 쫓아가는 것만 잘해선 안된다. 공이 어디로 어떻게 튈지 예측하는 능력이 더해져야 한다. 김종국은 첫 바운드 때 모든 것이 결정된다고 했다.

"첫 바운드를 보고 위치를 결정해야 한다. 숏 바운드(공이 막 튀어오를 때)로 처리할지 큰 바운드로 처리할지 결정해서 움직여야 한다. 공이 배트 밑부분에 맞으면 땅볼이 크게 튄다. 이럴땐 대시를 하며 공을 쫓아야 한다. 반대로 정확히 맞으면 숏 바운드가 많기 때문에 앞으로 나갈 필요가 없다.
 
 빠른 판단을 위해선 우리 투수와 상대 타자의 성향을 잘 파악해 두어야 한다. 예를 들어 유동훈은 싱커 위주이기 때문에 배트 밑부분에 맞는 타구가 많다. 대시를 준비해야 한다. 또 좌타자 상대로 우투수가 변화구를 던지려고 할 땐 1,2루간으로 움직일 준비를 해야 한다. 타자 특성도 중요하지만 우리 투수가 어떤 공을 던지는지 어떤 장단점이 있는지 생각해두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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