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대상 이 작품]탄탄한 스토리텔링…명불허전 10년 내공

심사위원 리뷰
10주년 맞이한 뮤지컬 ‘사의찬미’
20세기 최고 스캔들, 김우진·윤심덕 치정 이야기
2인극이지만 허구인물 ‘사내’ 등장 격렬한 3중창
편곡·원곡 공존한 넘버, 지탱해준 관객의 지지
  • 등록 2022-07-28 오전 6:30:00

    수정 2022-07-28 오전 7:58:52

뮤지컬 ‘사의찬미’ 공연 한 장면(사진=더웨이브).
[프로듀서 송경옥] ‘사의찬미’는 일본에서 발매된 최초의 조선어 음반이다. 소프라노 가수 윤심덕과 극작가 김우진의 비밀스러운 정사(情死) 덕분에 공전의 히트를 쳤다. 거의 100년 전 얘기다. 유명한 건 알고 있었지만, 축음기에서 실처럼 풀려나오는 그 아련한 목소리를 요즘 젊은이들이 그토록 경청하고 있을 줄은 몰랐다. 공연은 마지막 날까지 모두 매진이었다. 뮤지컬 ‘사의찬미’가 시즌 일곱 번째 공연으로 대학로에 올랐다. 올해가 벌써 10주년이다.

치정(癡情)이지만 미스터리 심리극에 가깝다. 결론은 알겠는데 도대체 왜, 어떤 연유로 현해탄에 몸을 던졌는지 그 과정을 탐색하고 있었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짜깁기를 하는데 거의 심리 게임 수준이다. 레코드사의 흉계부터 타살설에 해외 도피설까지 무엇하나 확실한 게 없는, 유서도 시신도 없는 선상(船上) 행방불명 실종 사건을, 파편처럼 몽타주 하며 답을 찾아보라고 이끌고 있었다. 문제는, 공연을 다 보고도 미진함이 계속된다는 것이다. 모호함에 대한 찬미라고나 할까.

작·연출자인 성종완은 허무주의에 빠진 등장인물들의 깊은 심연을 길어 올리기 위해 주변을 과감히 거세했다. 무대를 1926년 도쿄에서 조선으로 향하는 관부연락선 도쿠주마루로 만들고, 시간을 동반자살 당일 새벽으로 한정한 것도 그 맥락이다. 회상 장면이 있지만, 사건의 전개를 위해 쓰이고 곧 버려진다. 과거의 일들이 진짜인지 환상인지도 불분명하다. 이때, ‘신의 한 수’가 보이는데 바로 허구의 인물 ‘사내’다.

액자 구조를 여닫는 그는, 우진과 희곡을 공동 집필하면서, 죽음의 운명론을 가스라이팅한다. 이른바 ‘절대 그만둘 수 없는 프로젝트’다. 심덕을 소개해 사랑에 빠지게 하고, 질펀한 키스를 퍼부으며 질투를 유발하는가 하면, 우진을 살해하게 시킨다. 어쩌면 사내는 죽음 자체일지도 모른다. 이 캐릭터 덕분에 격렬한 3중창이 가능했으며 2인 극이지만 3명이 등장하는 독특한 스토리텔링도 구축됐다. 파멸 극으로서, 제대로 된 온점을 찍어낸 느낌이다.

결말이 궁금했다. 연기처럼 사라질 그들의 결말. 그리고 이내, 경계 없는 메타시어터적 기법에 힘입어 깜짝 속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능청스러운 선택이었다. 이들의 동반자살은 영원한 자유로의 치환이었다. 죽었지만 죽지 않은, 사라졌지만 비밀이 되는 완벽한 죽음 말이다. 운명에 맞서 승리하는 우진과 심덕. 그들은, 결말이 같을지라도 과정이 중요하다는 의미심장한 철학을 남기고 홀연히 사라졌다.

편곡된 뮤지컬 곡 ‘사의찬미’는 인상 깊었고, 공존했던 원곡은 오롯했다. 가슴을 쓸고 간 첼로 소리는 또 어떤가. 배우들은 열정적이었고 대학로 공연의 전형성을 담보하며 즐거움을 선사했다. 다만 생략이 많아 행동에 동의가 어려운 상황이 다소 있었으며 송 모멘트 역시 아쉬운 점이 있었다. 당연히, 10년의 내공이 주는 거침없는 자신감은 무조건 기립박수 감이다. 팬데믹(감염병 대유행) 속에서 대학로를 지탱해 준 관객들의 변함없는 지지도 한몫했을 것이다. 1920년대 낭만을 지혜롭게 제시한 작품으로 사뭇 기억되지 않을까 싶다. 앞으로의 10년을 기대해 본다.

뮤지컬 ‘사의찬미’ 공연 한 장면(사진=더웨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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