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량신약의 재발견]②신약개발 '캐시카우'...오리지널사에 역수출도

31개 국산신약 아직 캐시카우 역할 못 해
제네릭, 과당경쟁 직면 및 리베이트 불러
도입상품·일반의약품, 임상습득 역할 적어
비아그라L 등 개량신약 해외 빅마도 수입
  • 등록 2019-10-08 오전 5:00:20

    수정 2019-10-08 오전 5:00:20

[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개량신약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개량신약이 재정적으로나 임상과정 습득 양쪽에서 모두 신약개발을 위한 징검다리가 되기 때문이다. 어럽게 임상과정을 통과해 나온 국산신약 31개는 아직 캐시카우(현금창출) 역할을 크게 하지 못 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 상위 20개(바이오시밀러만 하는 셀트리온(068270) 제외)중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율이 10%를 넘는 상위 제약사 6개(한미약품(128940), 동아에스티(170900), 대웅제약(069620), 유나이티드제약(033270), 종근당(185750), 녹십자(006280), 일동제약(249420))의 매출 기준 상위 5개 품목에는 국산신약이 없다. 6개 제약사의 캐시카우 역할을 하는 것은 박카스 우루사 등의 일반의약품과 ‘로수젯정’ 등의 개량신약, 해외 제약사(MSD) 의약품을 들여와 국내에 파는 ‘자누메트’와 같은 도입상품, 신약을 복제한 제네릭 등이다. 이중 돈과 경험의 축적, 제약 산업 발전면에서 큰 도움이 되는 것은 개량신약이라는 평가다.

신약개발 캐시카우+임상과정 습득

제네릭은 개발기간이 개량신약보다 짧은 2~3년 안팎에 개발비용(생물학적 동등성 시험비용)도 국내기준으로 2억~3억원으로 저렴하다. 하지만 오리지널 특허기간에는 약을 만들지 못한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제네릭은 특허가 풀린 후 똑같은 다른 제네릭과의 과다경쟁 압력에 직면하는 치명적 단점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 2012년 화이자의 발기부전치료제 바이그라 특허가 만료되자 70여가지 복제약이 쏟아졌다. 과당경쟁은 영업전쟁을 불러 제약산업의 뿌리깊은 병폐인 리베이트를 부른다.

(김정훈 기자)
도입상품의 경우 글로벌 회사가 국내 판권을 언제든 회수할 수 있어 현금 창출의 지속성을 담보하기 어럽다. 또한 국내 제약사는 국내 판매의 도매상 역할에 그칠 뿐이라 전문의약품 임상시험 과정의 노하우를 쌓을 여지가 거의 없다.

반면 개량신약은 나오면 출시 후 4년간 독점판매 기간(시판후 조사기간)을 부여받는다. 제네릭과 달리 리베이트에서 자유롭고 특허기간에도 출시할 수 있다. 특히 신약보다 성공확률이 높은 반면 개발비용은 적고 개발 기간도 짧다. 국내기준으로 신약은 개발에 통상 10년~15년이 걸린다. 개발 비용은 1000억원을 넘는 게 보통이다. 반면 개량신약은 5년~7년 기간 10억~40억원을 투자하면 된다. 이상호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바이오PD는 “사보험이 중심인 미국과 달리 국가재정을 통해 보험재정을 해야 하는 우리나라와 같은 곳은 보험재정도 아낄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한미약품은 고혈압치료제 개량신약 ‘아모잘탄’이 외국 수입 제품을 대체해 건강보험 재정 건전화에 기여한 금액만 1600억원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개량신약의 덕을 톡톡히 보고 있는 곳은 한미약품과 유나이티드 제약이다. 한미약품은 매출 1위 로수젯정(고지혈증 복합제)부터 아모잘탄(복합고혈압), 에소메졸(역류성식도염), 아모디핀정(고혈압)등 매출 4위 약이 모두 개량신약이다. 유나이티드제약 역시 실로스탄(항혈전제), 가스티인(위장관운동개선제), 클란자(소염진통제)등 매출 3위까지가 모두 개량신약이다.

해외도 주목하는 개량신약

개량신약에 주목하는 건 국내만이 아니다. 다국적 제약사 역시 2000년대 들어 연구개발비가 매년 급증하는데 반해 신약 승인 건수는 감소해 신약 생산성이 떨어지자 개량신약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실제 글로벌 12개 대형 바이오제약 기업의 R&D 수익률은 2010년 10.1%에서 2017년 3.2%로 최저치로 하락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관계자는 “인간을 대상으로 약을 처방하는 임상 과정에서 지켜야 하는 절차가 까다로워지고 규제가 강화되면서 임상비용이 늘고 있다”며 “반면 신약 승인 건수는 늘지 않고 있어 미국도 개량신약쪽으로 많이 진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개량신약연구개발센터에 따르면 미 식품의약국(FDA)에서 최근 10년간 허가된 신약 중 개량신약 허가 비율은 70%, 신약허가 비율은 22%정도다.

개량신약의 효율성 때문에 오리지널 제약회사가 경쟁사의 개량신약을 역수입하기도 한다. 글로벌 제약사 화의자의 발기부전치료제 비아그라 필름형(입에서 물없이 녹여 먹는 약) 상품인 ‘비아그라L’은 국내 제약사인 서울제약이 만든 ‘불티스’를 화이자가 수입해 판매하는 약이다. 지난해 5월 국내 건일제약은 고지혈증, 고콜레스테롤혈증 등의 이상지질혈증을 치료하는 복합제 ‘로수메가연질캡슐’을 1차 치료제 ‘오마코’ 개발사(이탈리아 S.p.A)에 역수출하기도 했다.

개량신약도 단점은 있다. 특허분쟁에 휘말려 손해배상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 특히 올해 초 대법원은 기존 약의 ‘염’(약효를 내도록 돕는 촉매제)을 변경해 특허를 회피하고 개량신약을 출시하는 전략에 제동을 걸었다. 염을 변경해 물질특허를 회피하는 것도 특허를 침해한 것이라고 본 것이다. 벤처캐피탈(VC) 업계에는 개량신약 업체에 투자를 주저하는 분위기도 있다. VC 입장에서는 일종의 ‘중위험 중수익’ 모델인 개량신약이 마득치 않다는 지적이다. 바이오벤처 ‘에스엔바이오사이언스’의 박영환 대표는 “통상 개량신약 시장규모는 1차 치료제를 넘기 어렵다고 보기 때문에 VC로부터 투자를 받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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