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이태원참사’ 특수본, 용두사미로 끝내나

‘금요일의 법칙’ 따라 수사결과 발표
주말 앞두고 주목도 떨어져…이슈 축소 의도
실무자들만 책임 묻고 ‘윗선’ 안 건드려
  • 등록 2023-01-12 오전 6:00:00

    수정 2023-01-12 오전 6:00:00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사건·사고 취재 담당 기자에게 금요일은 ‘불금’이라는 기쁨보다 불안이 앞선다. 이번 주도 마찬가지다. ‘이태원 참사’를 수사하는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는 오는 13일 금요일에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활동을 마무리한다.

정부나 기업이 스스로에게 불리한 사안을 금요일에 발표하는 건 사실상 불문율이다. 그래서 미국 정치권에선 금요일을 ‘쓰레기 버리는 날(trash day)’로 부르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선 주로 검찰이 사용해왔던 방식이었지만, 검·경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이 독립적으로 처음 꾸린 특수본도 수사결과 발표에 있어 ‘금요일의 법칙’을 따르고 있다. 발표 준비 등 일정 문제를 이유로 들었지만 상대적으로 금요일은 뉴스 주목도가 떨어진다는 사실을 이용하고 있단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참사 직후인 지난해 11월 1일 출범한 특수본은 “경찰의 명운을 걸겠다”, “성역없이 수사하겠다”고 공언했다. 독립적 운영을 위해 손제한 경무관을 본부장으로, 최대 514명까지 인원을 투입했다. 경찰·소방 등 80여곳을 광범위하게 압수수색했다. 입건한 피의자는 지난 5일 기준 28명이다.

두 달이 넘는 기간 이뤄진 특수본 수사는 ‘윗선’까지 진척하지 못해 ‘용두사미’로 끝났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과 박희영 용산구청장 등 주요 피의자 10명을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지만, 용산구 내 현장실무자들에게만 책임을 묻는 데 그칠 공산이 크다. 행정안전부와 서울시 등 상급기관은 물론, 경찰 수장인 윤희근 경찰청장도 법적 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보고 ‘무혐의’ 처분할 전망이다.

일부 피의자의 신병을 넘겨받은 검찰이 다시 압수수색에 나선 것은 특수본 수사가 못 미덥다는 의미 아닐까. 당초 경찰이 경찰을 수사하는 ‘셀프수사’가 한계였으며, 국정조사도 새로울 것 없이 정쟁으로 그쳐 처음부터 특검을 도입했어야 했단 목소리도 나온다. 도심 한복판에서 158명이 사망한 참사에 책임 있는 ‘윗선’이 한 명도 없다는 걸 납득할 국민이 몇이나 될지, 이런 결과를 낸 경찰의 수사력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어떻게 이뤄질지 지켜볼 일이다.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을 수사하는 이태원 사고 특별수사본부(특수본)의 현판이 서울 마포구 경찰청 마포청사 입구에 걸려 있다. (사진=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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