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연준 `금리인하 해결책 아니다..더 보고 행동`

`금리인하 효과 회의..유동성 공급이 효과적` 판단
`더 보고 행동하겠다`..마지막 카드 `사수`
`더 이상 도덕적 해이 안돼` 메시지도
  • 등록 2008-09-17 오전 7:39:30

    수정 2008-09-17 오전 9:13:34

[뉴욕=이데일리 전설리특파원]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급부상한 금리인하 관측을 보기 좋게 뒤엎었다.

▲ 벤 버냉키 美 연준 의장
16일(현지시간) 연준은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고 만장일치로 금리를 동결했다.

월가 굴지의 투자은행 세 개를 집어삼키고도 세계 최대 보험사 아메리칸인터내셔널그룹(AIG)까지 넘보고 있는 사상 최악의 금융 대혼란 속에서 내린 예상밖 결단이었다.

금융불안과 이에 따른 경기둔화 우려가 증폭돼 왔지만 일각에서는 지난해 9월 이후 단행한 325bp의 공격적인 금리인하 효과에 대한 회의론과 이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력 고조 등 부작용을 우려해왔다.

연준의 이번 금리동결 결정은 이같은 지적을 반영, 향후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위험이 있는 금리인하보다는 이보다 효과적인 유동성 공급 조치를 통해 금융시장 안정을 도모해 나가겠다는 전략을 내포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연준은 특히 금리인하까지는 아니더라도 금리인하 가능성 정도는 열어둘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마저 저버렸다. 이는 더 이상의 `도적적 해이`를 묵과할 수 없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함축하고 있는 것으로도 해석된다.
 
◇금리인하 효과 회의론 반영..`더 보고 행동하겠다`

연준은 이미 금융불안과 경기둔화에 대한 `선제적 대응`으로 지난해 9월 이후 7차례 금리인하를 통해 5.25%였던 기준금리를 2%로 낮췄다.

그러나 연준의 이같은 공격적인 금리인하에도 불구하고 모기지 금리와 대출금리가 고공행진을 지속하면서 경기부양은 사실상 실패했다. 신용위기 또한 더욱 심화됐다.

이에 따라 시장 안팎에서는 추가 금리인하에 대한 회의론이 제기됐다. 325bp의 공격적인 금리인하에도 받지 않던 약발이 추가 25bp~50bp 인하로 받을 리 만무하다는 지적이었다. 

오히려 인플레이션 압력만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다. 금리인하가 달러 약세와 이로 인한 유가 및 상품 가격의 고공행진을 유발해 그간 경제에 부담을 가중시켰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종합해보면 효과도 없는 금리인하를 굳이 리스크를 안고 단행할 이유가 없다는 결론을 낸 것으로 판단된다.

월가의 일부 이코노미스트들은 연준이 금리를 지나치게 낮은 수준을 오랫동안 유지함으로써 신용위기의 근본 원인인 주택시장 버블이 촉발됐음을 상기시키기도 했다.
 
와코비아의 존 실비아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은 기준금리를 1%대로 내렸던 지난 1990년대초의 경험을 재현해서는 안될 것"이라며 "현 위기를 타개할만한 손쉬운 방도는 없다"고 지적했다.

연준은 이에 따라 이날 성명서를 통해 밝힌대로 당분간 중립적인 자세로 시장 상황을 주시하며 향후 정책 방향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유동성 지원이 `더 효과적`..`마지막 카드는 지켜라`

이번 금리동결 결정에는 현 상황에서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금리인하보다는 직접적인 유동성 지원이 더 효과적이라는 판단도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RBS 그린위치 캐피탈의 데이비드 에더 채권 전략가는 "위기에 처한 금융기관에 직접적으로 유동성을 공급하는 것이 금리를 인하하는 간접적인 방법보다 효과적"이라고 분석했다.

페이든 앤 라이겔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톰 히긴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이는(금리동결은) 올바른 판단이었다"며 "대출 담보를 확대하고 금융시스템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것이 현 신용위기 타개에 더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인하 여력이 얼마 남지 않은 가운데 `마지막 카드`를 사수해야 하는 입장도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위기에 처한 금융시장과 경제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 지 불확실한 상황에서 마지막 카드를 써버릴 경우 연준의 운신의 폭이 좁아질 것이라는 계산이다.

RBS 그린위치 캐피탈의 에더 채권 전략가는 "금융기관이 파산할 때마다 매번 금리를 인하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연준은 총알이 얼마남지 않았음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1987년 대폭락때나 2001년 9.11 테러 당시의 경우 잠재적 위기에 대한 판단이 보다 명확했다"며 "지금 금리를 인하하게 될 경우 향후 금융위기가 더 악화됐을 때 연준의 유연성이 상당히 떨어지게 된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연준은 당분간 금리인하보다는 유동성 공급을 통해 금융불안을 해소해나갈 것으로 관측된다.
 
연준은 이번 금융위기를 진정시키기 위해 지난 주말 월가 대출 담보를 확대하고, 이날 500억달러의 유동성을 단기자금 시장에 투입하기로 했다.
 
◇신뢰 제고..`도덕적 해이, 더 이상은 안돼!`

한편 금리동결의 배경에는 연준의 신뢰와 시장의 자신감 제고의 필요성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금리인하가 오히려 위기 의식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었다. 금융시장과 경제의 상황이 생각보다 심각하다는 반증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우려다.

FAQ 이코노믹스의 로버트 브루스카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금융위기시 금리인하는 시장의 신뢰 회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중앙은행이 신중하다기 보다는 패닉에 동조하는 듯한 인상을 심어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더 이상의 `도적적 해이`를 묵과할 수 없다는 메시지도 담겨 있다.
 
베어스턴스와 패니메이-프레디맥 구제에 나섰던 연준과 미국 재무부는 최근 리먼 브러더스 등에 대한 금융 지원을 거절하며 `더 이상 민간 투자은행의 부실을 메우기 위해 납세자들에게 부담을 지울 수 없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번 금리동결은 이와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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