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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 전 세계 패션업계가 직격탄을 맞아 우울한 시기를 겪고 있지만, 명품 시장은 이야기가 다르다. 특히 한국에서는 코로나19 확산이 극심하던 지난 2~3월에도 백화점 1층 명품관은 ‘한정판 상품’ 재고가 있다는 소식에 긴 줄을 늘어뜨릴 정도였다. 이런 현상을 두고 유통업계 관계자는 명품 시장은 코로나19 악재도 비껴가는 슈퍼히어로 같다고 표현했다.
6일 백화점·온라인 플랫폼 등 관련 업계에 따르면 패션 카테고리(상품군)에서 유일하게 성장하고 있는 것이 명품 장르다. 코로나19로 인해 백화점 업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신세계백화점 남성 명품이 두 자릿수 신장률을 기록한 것이 대표적이다.
특히, 그동안 여성 소비자들이 명품 시장을 주도했던 것과 달리 최근에는 남성들이 명품 의류 및 가방 등에 투자하는 경우가 늘면서 새로운 ‘큰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실제로 신세계백화점이 지난달 1일부터 13일까지 4월 매출실적을 살펴보니 코로나 악재 속 상대적으로 선방하고 있다고 알려진 여성 상품 중심의 일반 명품은 지난해 동기 대비 3.3% 신장했다. 반면 남성 명품 장르는 11.1%까지 올랐다. 4월 신세계백화점 전체 장르 중 대형가전(32.9%)에 이어 두 번째로 좋은 실적이다.
신세계백화점 남성 명품 장르의 약진에는 그동안 꾸준하게 진행해온 남성전문관 전략에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경제력을 갖추기 시작한 20대 후반~30대 남성들이 결혼을 미루는 대신 자신을 가꾸고 문화 활동을 늘리는 것에 주목해 지난 2011년 강남점에 국내 최초로 남성전문관을 선보였다.
특히 강남점 멘즈 살롱은 루이비통, 벨루티, 펜디, 라르디니 등 세계 최고의 럭셔리 브랜드를 앞세워 명품족을 유혹하고 있다. 강남점의 루이비통과 펜디의 경우 남성 단독매장은 국내 최초이며, 라르디니 역시 전 세계 최초로 강남점에 단독매장을 열었다.
남성전문관이 확대되면서 백화점 매출 중 남성들이 차지하는 비중도 해마다 늘고 있다. 남성전문관을 오픈하기 이전인 2010년의 경우 남성 고객 매출은 전체에서 28.1%를 차지했지만 강남점 멘즈살롱이 자리 잡은 2017년에는 34.1%로 대폭 올랐고 지난해에는 35.8%까지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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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코로나19 환자가 확인되기 시작한 지난 1월 20일부터 3월 10일까지의 통계를 분석한 결과 트렌비의 지난해 동일 기간 대비 주문 상품 수는 348% 증가했다. 월간 순이용자수(MAU, Monthly Active Users)는 379%, 거래액은 123% 증가했다.
과거 명품 시장은 제품 자체가 고가이다 보니 온라인이나 홈쇼핑 등 비대면 거래가 어렵게 여겨졌다. 하지만 몇 년 전부터 명품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전문몰들이 본격적으로 생겨나고 해외가격 비교나, 실제 사진을 통해 사전에 구매자에게 실물을 확인시켜주는 등 다양한 서비스가 제공되면서 명품 온라인 마켓의 본격화가 시작됐다.
이에 더해 올해 갑작스러운 코로나19로 대면 구매를 부담스럽게 느낀 소비자들이 온라인 쇼핑으로 눈을 돌리며 관련 시장은 새로운 확장기를 맞이하고 있다.
박경훈 트렌비 대표는 “신규 구매층이 급속도로 유입되면서 주문량이 크게 증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온라인 명품 구매층이 확대되는 현상이 과거에 비해 두드러지기 때문에 시장 성장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