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문제 열쇠' 이민, '포용할 결심'이 먼저

전문가와 함께 쓰는 스페셜리포트①
한건수 강원대 문화인류학과 교수·한국이민학회장
이주민 향한 편견과 차별은 여전
문화 다양성 존중하는 자세 필요
  • 등록 2023-06-21 오전 6:31:18

    수정 2023-06-21 오전 9:24:10

한건수 강원대학교 문화인류학과 교수·한국이민학회장


[한건수 강원대학교 문화인류학과 교수·한국이민학회장] 인구감소와 지역소멸의 위기가 한 걸음 더 다가왔다. 대한민국 합계 출산율 0.78명, 지역소멸 위기에 처한 전국의 지방자치단체 수 118개(51.8%)라는 수치는 2022년 시작된 실질적 인구감소의 속도와 결과가 어떨 것인지를 보여준다. 미국의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지금과 같은 인구감소가 지속된다면 한국의 경제 규모는 2050년 이후 아프리카의 나이지리아에 의해 추월당하고 세계 15위권 밖으로 밀려날 것으로 예측했다. 이러한 예측은 2075년으로 넘어가면 더 비관적이어서 한국은 필리핀, 말레이시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와 같은 나라보다 경제 규모가 작아질 것이라 한다.

이러한 위기감은 곧 부족한 노동력을 수용하고 본격적인 이민 정책을 수립하자는 다양한 요구로 전환되고 있다. 정부와 국회, 시민사회 모두 다양한 정책을 논의하고 있고, 언론도 연일 기획보도를 이어 나가며 이민자 수용을 통해 한국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자고 제안한다. 여성의 경력 단절과 저출산의 문제도 가사도우미 노동자 수용으로 개선하자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이쯤 되면 이민자 수용이 한국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를 해소해 주는 만병통치의 정책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민자의 수용은 과연 한국의 위기를 해결해주는 만병통치 정책일까? 부족한 노동력을 충원하고 결혼하지 못한 한국인의 배우자 수요를 채우기 위해 이주노동자와 결혼이민자가 입국하기 시작한 지도 벌써 30년이 지났다. 지난 30년 동안 한국 사회는 이주민과 어떻게 함께 살아왔는가? 2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산업연수생으로 입국한 이주노동자는 불법체류자라는 신분 때문에 산재를 당해도 보상받지 못한 채 강제 출국당했고, 고용주와 공장장이 야간에 여성 노동자의 기숙사에 들어와 성추행한 사례도 보고된 바 있다. 시어머니는 외국인인 며느리의 여권을 빼앗고 외출을 감시했으며 가정폭력에 의해 사망한 예도 있었다. 한국 사회는 그동안 얼마나 변했는가?

이주민에 대한 편견과 차별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이슬람 사원 건립을 둘러싼 주민과 무슬림 유학생의 갈등은 사원 건립 장소에 돼지머리를 전시하는 공공연한 혐오로 폭발하고 있다. 최근 국민통합위원회의 이주민과의 동행 특위에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우리 국민의 54.1%는 한국 사회가 이주민에 대해 차별적이며 혐오적 태도를 보인다고 응답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무엇을 고민하고 논의해야 할까? 문제는 한국 사회의 이민자 수용 역량이다. 다양성을 포용하고 존중하지 않는 사회에서 이민자의 수용은 문제의 해결이 아니라 새로운 갈등의 시작이기 때문이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칸의 여신
  • '집중'
  • 사실은 인형?
  • 왕 무시~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