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확대경]이병철과 정주영의 기업가 정신

  • 등록 2019-07-16 오전 5:00:01

    수정 2019-07-16 오전 5:00:01

[이데일리 피용익 기자] 삼성 창업주인 이병철 회장은 1983년 ‘도쿄 구상’을 통해 반도체 산업 진출을 선언했다. 당시 이 회장의 구상을 지지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여러 차례 위기도 겪었다. 반도체 사업이 12년 연속 적자를 내자 회의론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이 회장은 오히려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한국은 일본은 물론 미국을 제치고 반도체 1위 국가가 됐다.

현대 창업주인 정주영 회장은 1976년 포니 생산을 시작으로 한국 자동차공업의 자립화를 선언했다. 이듬해 리처드 스나이더 당시 주한 미국 대사가 정 회장을 만나 자동차 독자 개발을 포기할 것을 압박했지만, 정 회장은 물러서지 않았다. 1980년대 말에는 엑셀을 미국 땅에 수출했고, 1990년대 초에는 독자개발한 알파 엔진을 만들어냈다. 정 회장의 집념은 한국이 자동차 생산 5위(현재는 7위) 국가에 오르는 발판이 됐다.

한국의 창업 1세대가 일군 업적은 지금까지 한국 경제의 성장동력이었다. 반도체는 1992년 처음으로 수출 품목 1위를 차지한 후 30년 가까이 한국의 수출을 지탱하고 있다. 지난해 수출금액은 1267억달러로 전체 수출의 20%에 달했다. 자동차는 석유화학에 이은 수출 3위로 지난해 409억달러 어치가 해외로 팔려나갔다.

하지만 수출이 이들 특정 품목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은 그동안 문제점으로 지적돼 왔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지난 3월 발간한 ‘우리나라의 수출 편중성 분석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수출 품목 집중도는 지난해 137.2를 기록했다. 10대 수출국(홍콩 제외)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이며 평균치(77.9)보다도 1.8배 높다. 수출 품목 집중도는 수출 품목 쏠림 현상의 심각성을 나타내는 지표다. 지수가 높다는 것은 특정 산업의 경기에 따라 한국 경제가 뿌리째 흔들릴 수 있다는 의미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 일본이 3개 핵심 소재의 수출 규제를 발표하자 당장 한국의 반도체 산업이 위기에 직면했다. 일본이 다음달 한국을 전략물자 수출통제 우대 국가(화이트 리스트)에서 제외하면 올해 한국의 성장률이 1%대로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자동차 산업도 불확실성이 큰 것은 마찬가지다. 미국 정부가 오는 11월 발표할 수입차 ‘무역확장법 232조’ 관세 부과 조치에 한국산 자동차가 포함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 미국이 한국산 자동차에 25%의 관세를 부과하면 한국 자동차 업계의 연간 손실은 2조8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반도체와 자동차 산업이 직면한 위기를 통해 한국 경제의 취약점을 돌아보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한국이 특정 품목의 수출에 의존하고 있는 동안 인공지능(AI)과 자율주행차 등 4차 산업혁명 분야에선 경쟁국들이 선두 다툼을 벌이고 있다. “도대체 일본을 이기지 못할 이유가 뭐냐”고 호통치던 이병철 회장, “길이 없으면 길을 찾아야 하며, 찾아도 없으면 길을 닦아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하던 정주영 회장, 이들의 집념과 투지를 이어갈 기업인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러한 기업가 정신을 가능케 하는 것은 결국 정부의 지원이라는 점은 길게 설명할 필요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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