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과학

텔레그램 가입자 폭증…‘모바일 망명’ 또?

  • 등록 2016-03-06 오전 9:45:03

    수정 2016-03-06 오전 9:45:03

[이데일리 정병묵 기자] 직장인 임모씨(39)의 스마트폰에는 최근 하루 10여건씩 ‘OOO님이 텔레그램에 가입했습니다’라는 안내가 뜬다. 모바일 메신저 텔레그램을 재작년 설치해 놓은 이후 거의 사용하지 않았는데, 3월 초부터 스마트폰 주소록에 등록된 이들 여럿이 텔레그램을 가입하고 있는 것. 새로 가입한 친구에게 왜 가입했느냐고 물어보니 “세상이 흉흉해서”라는 답이 돌아왔다.

‘테러방지법’ 통과 이후 모바일 망명 바람이 다시 부는 것일까. 2014년 불었던 텔레그램 가입자가 이달 들어 급증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6일 인터넷·모바일 평가업체 ‘랭키닷컴’에 따르면 국내 텔레그램 이용자는 지난 3일 40만 명을 돌파, 하루 만에 8만여명이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해당 기간 동안, 조사표본(안드로이드 단말기 이용자) 중 앱을 실행해 본 사람의 비율을 뜻하는 ‘도달률’도 1.38%로 껑충 뛰었다.

랭키닷컴의 집계는 48시간 이전 시점까지 가능하기 때문에 실제 4~5일에도 텔레그램 신규 가입자가 다수 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텔레그램의 애플 앱스토어 무료 앱 인기 차트 순위도 지난주까지 10위권 밖에서 6일 현재 4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텔레그램 이용자수 추이(랭키닷컴 집계)
텔레그램의 급부상에는 지난 2일 테러방지법 국회 본회의 통과가 한몫 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 여당이 발의한 테러방지법은 대국민 사이버 검열 논란을 빚으며 지난달 23일부터 3월2일까지 47년 만에 국회 필리버스터를 연출하기도 했다.

랭키닷컴에 따르면 2월21일까지 24만여명이던 텔레그램 이용자수는 필리버스터 정국 기간 동안 30만명대로 증가했다. 대학생 손병진씨는 “예전에 설치했다가 안 써서 지웠는데 최근 테러방지법도 통과되고 해서 깔아 봤다”고 말했다.

한국의 텔레그램 열풍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4년 9월 검찰이 ‘사이버 명예훼손 전담수사팀’을 신설하고 인터넷 공간 검열 강화를 뼈대로 한 사이버 검열 계획 발표하자 한국에서는 무명이었던 텔레그램이 덩달아 수혜를 봤다. 당시 텔레그램은 국내에서 300만명 이상 가입자를 끌어 모으며 한때 애플 앱스토어 앱 다운로드 순위에서 카카오톡을 제치고 1위를 달리기도 했다.

텔레그램은 세계 6000만 명의 가입자를 보유한 모바일 메신저. 러시아에서 만들어졌지만 현재 서버가 독일에 있다. 보안성이 좋은 서비스로 유명한데, 실제로 텔레그램은 “우리 보안을 뚫는다면 20만달러를 상금으로 주겠다”며 해킹 콘테스트를 열기도 했으나 상금을 타 간 사람은 없었다.

파벨 두로프 텔레그램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정보기관의 권한 강화에 따른 개인 자유 침해를 반대한다는 입장을 줄곧 밝히기도 했다. 지난달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개최된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6’에서도 한국 언론과 만나 “한국의 테러방지법을 알고 있다”며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의 ‘빅브러더’와 같은 결과를 초래할까 우려된다”고 말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 2014년 텔레그램 열풍 당시도 300만명이 넘는 가입자들이 순식간에 가입했지만 금방 사그라들었다”며 “일시적인 ‘찻잔 속의 태풍’이 될 가능성이 크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파벨 두로프(Pavel Valeryevich Durov)

1984년생의 젊은 벤처기업인인 두로프는 ‘러시아의 마크 저커버그(페이스북 창업자)’로 불리는 인물이다. 텔레그램 말고도 러시아 최대 2억명 이상 가입자를 보유한 SNS ‘브콘탁테(Vkontakte)’도 운영 중이다. 2011년 러시아 총선, 대선 당시 브콘탁테를 통해 반 푸틴 시위가 확산되자 러시아 정부는 브콘탁테 본사와 두로프 자택을 압수수색하면서 압박했다. 당시 두로프는 “브콘탁테를 통제하려면 나를 통제해야 할 것”이라며 푸틴 정부와 각을 세우는 패기를 보였다. 그는 2014년 카카오톡의 정부 검열 당시에도 “동병상련을 느낀다”며 응원의 메시지를 보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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