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탐정①]청약 당첨일 밤 12시면 ‘떴다방’ 뜬다..다운계약·세금대납 횡행

단속 비웃는 부동산 불법거래 ‘야시장’ 버젓이 열려
계약전 분양권 웃돈 결정하려는 부동산업자·투자자로 불야성
양도세 줄이려는 매도인 요구에 실거래가보다 싼값에 거래
전매제한에 명의이전 안될땐 매수인에 양도세 등 납부부담
전매제한 강화 수도권에 집중..지방 청약과열·불법전매 여전
  • 등록 2016-11-10 오전 5:00:00

    수정 2016-11-10 오전 5:00:00

[이데일리 정수영 기자] 지난달 27일 밤 12시 경기도 남양주 다산신도시 부근에 있는 한 공터. 자정이 막 지나자마자 건물 벽면에 서 있는 게시판 쪽으로 사람들이 우르르 모여들었다. 곧이어 꽉 들어찬 ‘떴다방’(이동식 중개업소) 파라솔 간이 의자에 두세 명씩 둘러앉은 사람들이 이야기를 주고받는 모습이 보였다.

아파트 청약 당첨일 자정께면 열리는 야(夜)시장이다. 이날은 다산신도시 지금지구에서 분양한 A아파트 당첨자 발표일이었다. 전용면적 79㎡형 아파트의 초피(계약금을 내기 전 분양권에 붙는 웃돈)는 1000만~3000만원선. 이날 야시장에서 결정된 금액이다.

야시장은 부동산 관련 ‘업자’들과 투자자들이 늦은 밤에 모여 분양권을 사고파는 곳이다. 다산신도시를 비롯한 공공택지지구로 1년간 전매가 금지(‘11·3 부동산 대책’ 이전 분양 물량)된다. 당장 분양권 거래를 하더라도 명의이전을 할 수 없다. 사실상 불법 거래인 셈이다. 그런데도 분양권을 사고팔기 위해 사람들이 야시장으로 몰려 들었다.

△아파트 분양권 거래시장이 저금리 기조와 맞물려 과열 양상을 보이면서 다운계약 등 불법 거래도 극성을 부리고 있다. 부산에서 올해 초 분양한 한 아파트 모델하우스 주변에 ‘떴다방’(이동식 중개업소) 천막들이 세워져 있다. [사진=이데일리DB]
다운계약서·복등기 등 불법거래 조장

다산신도시 뿐이 아니다. 올해 분양한 아파트 대부분이 당첨일에 야시장이 열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부산·대구·울산 등 전매 제한이 없는 지역은 어김없이 떴다방과 야시장이 등장했다. 수도권 하남 미사지구와 동탄2신도시 등 과열 양상을 보인 곳들도 마찬가지다.

야시장은 주로 중개업자나 기획부동산들이 자기들이 가진 분양권을 거래하고 초피를 정하기 위해 모여드는 게 일반적이다. 그렇지만 최근엔 일반 투자자들도 정보를 얻기 위해 야시장을 찾는다. 그렇지만 당일 야시장에서 거래가 이뤄지지는 것은 아니다. 현장에선 초피 결정과 연락처 교환에 주력한다. 실제 거래는 이후 전화나 따로 만나 성사되는 경우가 많다.

부산 해운대구에서 분양권을 주로 취급하고 있는 중개업자 김모씨는 “야시장은 일종의 도매로 보면 된다”며 “이후 업자들이 확보한 물건이 중개업소로 넘어가면서 소매로 거래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야시장에서 정해진 분양권 가격(초피)이 이후 유통 과정을 거쳐 비싼 가격에 일반인에게 되팔리는 것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불법 행위가 기승을 부린다는 점이다. 실제 거래한 가격보다 낮게 신고하는 다운계약서 작성, 전매 제한 기간에 걸려 미리 계약을 한 뒤 뒤늦게 명의를 이전하면서 이중계약서를 작성하는 일이 빈번하다. 특히 양도소득세를 최대한 줄이려는 매도자가 다운계약서를 요구하는 일은 아주 흔하다. 분양권은 1년 안에 전매하면 거래 차익의 50%를, 2년 안에 팔 경우 40%의 양도세를 내야 한다. 이를 피하기 위해 실거래가보다 낮은 가격에 사고팔았다고 관할 지자체에 허위신고하는 것이다. 전매 제한에 걸려 명의 이전을 할 수 없는 경우라면 양도세와 중도금 이자를 사는 사람이 납부하도록 하는 불법도 횡행하고 있다.

11·3 대책으로 전매제한 강화됐지만, 불법 거래 사라질까

정부는 주택시장이 분양권 거래시장 위주로 과열되자 규제 방안을 내놨다. 지난 3일 나온 ‘주택 시장의 안정적 관리방안’이다. 서울 등 전국 37개 지역을 ‘조정관리지역’으로 선정해 전매 제한을 강화하고 1순위 청약과 재당첨을 제한하는 것이 핵심이다. 정부도 분양권시장이 과열을 넘어 불법 거래가 심각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실제로 올해 부동산시장을 주도한 것은 단연 아파트 분양권 시장이다. 국토교통부와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올해 1~9월 거래된 아파트 분양권 전매 거래량은 12만 4000건에 달한다. 지난해 같은 기간 거래량도 비슷하다. 반면 2012~2014년 평균 분양권 전매 거래량(6만 4000건)에 비하면 2년 새 2배 수준으로 증가했다.

전매 제한 기간이 수도권 민간택지 내 아파트는 6개월(지방은 계약 후 바로 가능), 공공택지는 1년으로 짧아 거래가 활발했기 때문이다. 거래가 늘다 보니 아파트 분양권에 프리미엄(웃돈)이 붙어 청약에 당첨된 후 되팔아 차익을 남기려는 ‘단타족’(짧은 기간에 사고 파는 투자족)이 급증했다. 이 과정에서 불법 행위가 기승을 부렸다.

정부가 전매 제한을 강화하더라도 불법 거래는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란 의견이 많다. 일부에선 단속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김현아 새누리당 의원은 국정감사에서 “청약 과열과 분양권 불법 전매 행위는 부산 등 지방에서 더 심하게 나타나는 데, 국토부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단속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분양권 불법 전매의 피해는 고스란히 실수요자에게 돌아가므로 실효성 있는 단속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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