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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기초 입문서인 ‘저도 환율은 어렵습니다만’를 펴낸 성진규 기획재정부 신성장정책과 사무관을 21일 세종청사 사무실에서 만났다.
‘저도 환율은 어렵습니다만’은 기재부에서 외환 업무를 담당하는 국제금융국 외화자금과에서 함께 일하며 인연을 맺은 송인창 전 기재부 국제경제관리관(차관보), 국제통화기금(IMF)로 자리를 옮긴 이경석 전 기재부 서기관과 성 사무관이 지난달 함께 펴낸 책이다.
국제금융 전문가로 꼽히는 송 전 차관보가 지난 2018년 아시아개발은행(ADB) 이사로 자리를 옮긴 뒤 “대중들이 외환과 환율시장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책을 써보자”고 후배들에게 제안하면서 작업이 시작됐다. 성 사무관은 “미국에서 유학을 하고 있을 때라 선배들과 저 모두 각자 다른 곳에서 각자의 일을 하며 틈틈이 책을 쓰고 메일 등을 통해 리뷰하면서 2년여의 시간에 걸쳐 책을 완성했다”고 전했다.
2008년 기재부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한 성 사무관 역시 지난 2016년 환율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국제금융국 외화자금과로 발령나기 전까지만해도 환율에 별 관심이 없었다고 한다.
‘박스’란 외화자금과 딜링룸을 일컫는 말로, 박스 업무 담당 사무관은 이 안에서 외환시장 모니터링과 스무딩오퍼레이션(미세조정) 등 시장개입 조치를 맡는다.
성 사무관은 “박스 업무를 시작한 지 채 며칠이 되지 않았을 때 영국에서 ‘브렉시트’ 찬반에 대한 국민투표가 이뤄졌다”며 “외환시장을 모니터링하고 있는데 당시 영국에서 선거구별로 찬반 결과가 순서대로 발표됐다. 그때마다 글로벌 통화들이 일제히 한쪽에서 또 다른 한쪽으로 시시각각 움직이는 것을 보고 외환시장이 마치 살아 있는 생명체 같다고 느꼈다”고 돌이켰다. 그는 “환율을 움직이는 요인은 이같은 국내외 이슈뿐 아니라 주요국의 재정·통화정책, 주식시장, 채권시장의 움직임 등 매우 다양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바로 그 점이 일반인들도 환율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그는 여전히 외환당국이 원·달러 환율을 특정 레벨에 유지하기 위해 개입할 것이란 일반 대중의 오해에 대해서는 고정환율제에서 변동환율제로 전환된 데에 적응해가는 과정이라고 봤다. 고정환율제도로 출발한 우리나라 외환제도가 여러 변화를 겪은 뒤, 환율의 제한폭까지 완전히 없앤 자유변동환율제가 된 것은 불과 지난 1997년이다. 특히 수출 비중이 큰 우리나라에서는 환율은 오르는 게(원화가치 하락) 좋다는 오해와 맞물리며 환율이 크게 떨어지는 경우 ‘왜 외환당국은 손을 놓고 있냐’는 지적이 나오기 일쑤다.
성 사무관은 “외환당국의 역할은 특정 레벨로 환율을 유도하는 것이 아닌 외환시장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이라며 “스무딩오퍼레이션 역시 환율의 급격한 변동이 경제 주체들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줄이기 위해 변동성을 완화하고 시장 안정을 추구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 했다. 그는 “자동변동환율제도를 채택한 지가 전체 우리나라 외환제도 역사에 비추어보면 얼마 되지 않았고 과거에는 당국이 환율 결정에 개입해왔던 게 사실”이라며 “경제주체별 입장에 따라 당국이 환율을 특정 방향으로 조정할 것이란 기대가 남아 있을 수 있지만 그와 같은 오해는 점차 시간이 가면서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