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스스로 ‘촉진자’ ‘중재자’ 역할을 자처하고 있지만 북한의 강한 불신으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북미간 비핵화 협상이 본궤도에 오르면 실질적으로 한국이 상당한 역할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北 입장 대변 한계…제한적 촉진자 역할
고명현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18일 “우선 우리 정부가 북한의 입장을 대변할 수 없다”면서 “이 같은 상황을 알고 있는 미국 측도 문 대통령에 의지해서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문 대통령은 북미간 주도적으로 이뤄지는 대화 모드에서 한 발 물러나 있었다. 북미간 비핵화 협상이 일정 수준 궤도에 오를 때까지 전략적 인내를 선택한 것이다. 올해를 넘기면 어렵게 살린 대화 동력이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감도 작용했다.
그러면서도 문 대통령은 끊임없이 북한에 유화적 제스처를 보내며 남북관계 복원에 집중했다. 하지만 북한은 번번히 수위 높은 비판을 쏟아내며 남한을 외면했다. 심지어 북한은 남한을 거치지 않고 미국과 직접 담판을 짓는 것으로 방향을 잡는 듯 했다.
고 연구위원은 “북한은 촉진자 역할을 하고 싶으면 한국이 좀 더 독자적으로 행동해야한다고 분명히 밝혔다. 자발적으로 제재를 완화하고 한미연합훈련을 하지 말라는 것”이라면서 “촉진자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미국과 북한의 동반 신뢰를 얻어야 한다. 의도는 좋지만 어려운 일”이라고 설명했다.
“협상 본궤도 오르면 韓 개입 여지”
다만 북미간 비핵화 협상이 재개되고 관련 절차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면 한국이 개입할 여지는 충분히 있다.
한미군사훈련 축소이나 금강산·개성공단 재개 등 북한의 비핵화의 단계적 이행에 따른 상응 조치로 우리 정부가 내걸 수 있는 카드는 충분하다는 설명이다.
결국 문 대통령은 북미간 비핵화 협상이 가시적인 성과를 나타날 때까지는 전면에 나서지 않고 당분간 조연자의 역할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어렵게 물꼬를 튼 한반도 비핵화 협상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올해 중 반드시 의미있는 결과물을 만들어야 한다.
다음주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총회에서 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만남이 성사된 것도 비핵화 협상에 대한 절실함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임 교수는 “이번이 절실하다. 내년으로 넘어가면 총선, 대선국면으로 접어들면서 비핵화 협상에 집중하기 어렵고 시간도 부족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문 대통령은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비핵화 협상의 시동을 걸기 위해서 절실함과 필요성을 적극적으로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또한 미국에게 북한의 진정성에 대해 설득하고 북한을 움직일 수 있는 우리의 구체적인 방안이나 역할 등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