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금융 모두 배울래요"…8개국어 하는 인도네시아 청년

라만 아판 우리은행 글로벌전략부 계장
해외 현지화 접점 역할 톡톡
"한국 새마을운동·금모으기 인상적"
  • 등록 2016-10-25 오전 6:00:00

    수정 2016-10-25 오전 6:00:00



[이데일리 권소현 기자] 영어는 기본이고 스페인어, 태국어, 아랍어, 중국어도 한다. 일본어와 한국어는 수준급이다.

지난 2014년 말 우리은행에 공채로 입행한 라만 아판(사진) 계장은 모국어인 인도네시아어까지 포함하면 무려 8개국어를 구사한다. 우리은행 내에서는 글로벌 인재로 통한다.

언어에 관심이 많아 다양한 언어를 공부했다지만, 어렸을 때부터 인도네시아 밖 세상에 관심이 많았던 것도 한몫했다. 가족 분위기가 그랬다. 부모가 홍콩 주재원으로 발령받는 바람에 초등학교 입학 전 5년을 홍콩에서 살았다. 3남 중 형은 호주와 일본에서 유학한 후 현재 일본 도쿄에서 사업 중이고, 동생은 싱가포르에서 대학을 나와 중국 베이징대에서 경영학석사를 한 뒤 현재 인도네시아 최대 상업은행인 만디리은행에서 일하고 있다.

라만 계장도 인도네시아에서 초중고를 졸업한 후 자연스럽게 유학을 택했다. 좀 더 넓은 세상에서 꿈을 펼쳐보겠다는 생각에서다.

처음에는 인기 유학지인 영어권을 놓고 고민했지만 영어는 어느 정도 할 수 있으니 인도네시아 학생들에게는 비교적 미지의 세계였던 일본으로 가자고 결정했다. 2006년 일본 규슈지역에 있는 리쓰메이칸아시아 다이헤이요대 경영학과에 입학해 일본어도 열심히 배우고 방학이면 인턴생활을 통해 일본 기업문화를 익혔다. 그러나 교환학생 프로그램으로 2009년 8월 경희대를 찾으면서 한국에 관심을 갖게 됐다.

“경희대에서 아시아 개발의 딜레마(Dillema in Asia Development) 과정을 한 달간 들었는데 한국의 성장 과정이 놀라웠습니다. 특히 새마을운동이나 외환위기 때 금 모으기 운동 등을 통해 전 국민이 하나가 돼 경제발전을 이룩했다는 사실이 인상 깊었습니다”

한국에서 개발학 석사과정을 밟아야겠다고 마음먹은 이유다. 그렇게 2011년 한국에 와서 6개월간 연세 어학당에서 한국어를 배우고 그해 9월에 연세대 국제학대학원에 입학했다. 2013년 대학원 졸업 후 롯데쇼핑에 입사했다가 1년 후 우리은행으로 직장을 옮겼다.

“롯데쇼핑에서도 영업관리, 마케팅 등의 업무를 했는데 어차피 고객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하는 업무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다만 한국에 와서 체험한 금융기술 수준이 상당히 충격적이었거든요. 그래서 은행권에서 일해보고 싶었어요”

라만 계장은 현재 글로벌전략부에서 해외 네트워크를 관리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특히 지난해 2월 인도네시아 소다라 은행을 인수한 후 속도를 내고 있는 현지화 작업에 접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아직은 배우는 단계고 많이 부족하다면서도 욕심은 많다.

“모든 것에 관심이 있어요. 은행원으로 발을 내디뎠으니 은행 핵심인 수신이나 대출 업무도 해보고 싶고, 또 핀테크도 눈여겨보고 있습니다. 적금 금리 중 일정부분은 만기 때 고객 명의로 기부하는 ‘행복나눔통장’ 같이 소액기부 문화를 활성화할 수 있는 아이디어 상품이나 편의점 캐시백 서비스, 각종 페이(Pay) 등은 해외에서도 먹힐 것 같거든요”

아직 먼 미래의 목표를 뚜렷하게 정해놓은 것은 아니지만 지금 우리은행에서 열심히 일하다 보면 고국인 인도네시아 금융발전에 언젠가 기여할 날이 올 것이라 믿는다. 인도네시아 인구 중 금융거래를 하는 인구가 3분의 1 정도밖에 안 되고 주로 수도인 자카르타 인근에 집중돼 있다. 현금자동입출금(ATM) 기기 보급률도 높지 않다. 금융산업에서 기회가 많을 것이란 판단이다.

라만 계장은 한국생활 6년 차에 한국사람 다 됐다. 대학원 친구들과 신촌에 있는 요리학원을 다닌 덕에 몇 가지 쉬운 한국 요리는 뚝딱 해낼 수 있다. 좋아하는 연예인으로 동남아에서 유명한 아이돌을 꼽을 줄 알았더니 임재범, 정동하, 더레이 등 실력파 가수의 이름이 줄줄이 나온다.

시간만 나면 한국 곳곳을 돌아다닌다. 천성적으로 여행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여행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역사에 대한 지식이 한국을 이해하는데 상당한 도움이 된다는 생각에서다.

“경주 안압지를 저녁에 가봤는데 너무 신비로웠어요. 낙안읍성도 굉장히 인상이 깊었고, 부산 마린시티는 활기차서 끌렸어요. 제주도는 외국인이라면 가장 가고 싶어하는 곳이니 당연히 가봤구요” 이미 전국 8도는 다 돌아봤다.

한국 나이로 올해 서른, 아직 미혼이다. 한국 생활 초반에는 문화나 언어차이로 쉽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던 한국인과의 결혼에도 이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그만큼 한국이 익숙해졌다는 얘기다.

△지난 21일 라만 아판 우리은행 글로벌전략부 계장이 우리은행의 글로벌 네트워크 현황판을 보며 설명하고 있다. [사진=권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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