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김준형 외교원장 "김대중과 클린턴의 시간 다시 올 수 있다”

김준형 국립외교원장 인터뷰
바이든 당선 가능성 커…한미동맹 개선 기대
트럼프 재선 시 '김여정-쿠슈너' 라인 기대
오바마 3기되지 않도록 바이든 내 캠프 설득 나서야
  • 등록 2020-10-26 오전 6:00:00

    수정 2020-10-26 오전 6:00:00

김준형 국립외교원장이 2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양재동 국립외교원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대담 = 김성곤 정치부장 정리= 정다슬 기자] “바이든 정권의 4년은 우리의 가장 좋은 시기가 될 수도 있다”

21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국립외교원에서 만난 김준형 국립외교원장은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미국의 대북정책이 다시 전략적 인내로 바뀌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에 이같이 말했다.

바이든 후보는 오바마 정부 8년간 부통령을 지냈다. 현재 대선 캠프에도 오바마 행정부 당시 인사가 상당수 있으며 많은 부분에서 오바마 정부의 국정철학을 공유할 것으로 여겨진다. 이 때문에 대북정책 역시 ‘오바마 정부 3기’가 될 것이란 관측이 적지 않다. 그러나 김 원장은 “당시의 북한과 지금의 북한은 다르다”며 바이든 정부가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오바마 정부 때만 하더라도 북한은 아직 핵무기를 완성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지금은 다르다. 2017년 11월 화성-15형이 발사됐고 미국 워싱턴과 뉴욕을 동시 폭격할 수 있는 다탄두 미사일 개발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지난 10월 10일 열병식에는 (실제 성능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더 길고, 더 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과시했다. 김 원장은 “북한은 새 정부가 구성된 후에도 북미협상에 진전이 없으면 ICBM을 들고 나올 것”이라며 “더이상 미국도 인내만을 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다음은 김 원장과의 일문일답이다.

- 미국 대선에 대한 승패전망은?

△바이든이 당선될 확률이 크다. 물론 4년 전처럼 이변의 가능성은 있다. 그러나 2016년과 현재 여론조사 그래프가 상당히 비슷하다. ‘샤이트럼프’라는 변수가 더 많이 반영됐음에도 불구하고 그래프가 비슷하다면 오히려 바이든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의미다.

-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불복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그럴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패배할 경우, (세금 탈루 등) 여러 비리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백악관에서 쫓겨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열성지지자들의 결집을 꾀할 수 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불복하더라도 공화당 등 제도권 정치가 승복할 경우, 큰 혼란은 없을 것이다.

- 트럼프 대통령의 열성지지층은 어떤 사람들인가?

△러스트벨트가 쇠락하면서 거기 사는 백인 노동자들은 단순한 경제적 어려움뿐만 아니라, 미국에서 백인으로 산다는 것이 더이상 특권이 아닐 수 있다는 두려움과 피해의식을 가지고 있다. 원래 러스트벨트의 백인 노동자는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자였으나, 민주당이 ‘브라만 좌파’(강남좌파)로 변해버렸다는 불만이 커졌다. 공화당 역시 엘리트주의지만, 기성정치권을 거부하는 트럼프 대통령은 다르다는 인식이 그를 지지하게 만들고 있다.

- 한미 동맹 측면에서는 바이든 후보가, 북한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낫다는데?

△동맹은 바이든 후보가 당선되면 확실히 나아질 것이다. 북한 문제는 장단점이 있다. 트럼프의 가장 큰 공적은 대북정책을 미국 대외정책 아젠다의 상위층으로 끌어올렸다는 것이다. 세계 1위 국가 정상과 180위 정상이 만났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 준 것이다. 단점은 ‘정상’(Top)간의 약속이 실무진으로 ‘내려가지’(Down)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 결과가 점심도 먹기 전에 헤어진 하노이회담이다. 이후 북한은 더이상 이벤트를 위한 만남은 사절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이 먼저 구체적인 안(案)을 제시하기 전까지는 움직이지 않겠다는 것이다.

-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이면 북핵 문제가 다시 동력을 가질 수 있나?

△김정은 위원장은 바보가 아니다. 자신이 먼저 해야 하고, 미국이 해줄 수 있는 것(경제 제재)은 후반부에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어느 한 쪽이 배신할 때 더 크게 타격을 받는 쪽은 북한이다. 이 때문에 북한으로서는 미국을 신뢰할 만한 조치를 취해달라고 하는 것이고 그 것이 한미 연합훈련 취소와 마지막까지 가역성을 확보해달라는 거시다.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되면 북한은 ICBM을 쏘지 않고 대타협을 모색할 것이다. 그 과정에서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이 나설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인 쿠슈너 고문은 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다. 김여정-쿠슈너 라인이 만들어진다면 새로운 전개에 들어설 수 있다.

- 바이든 후보가 당선된다면?

△많은 사람들이 얘기하는 것처럼, 오바마 3기가 될 가능성도 많다. 바이든 캠프 내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처럼 북한을 악마화하며 대화 자체를 거부하는 이 역시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이들을 빨리 설득해야만 진전할 수 있다. 다만 바이든 캠프에는 현실적으로 단계적·동시적 비핵화 접근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대표적인 인물이 국무장관 후보로 유력한 토니 블링큰 전 국무부 부장관. 한미 모두 진보정부가 들어섰을 때가 빌 클린턴 정부와 김대중 정부다. 시간이 좀 더 있었다면 클린턴 대통령도 북한에 갔을 것이다.

김준형 국립외교원장은

△1963년생 △대구 달성고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미국 조지워싱턴대 정치학 석·박사 △외교부 혁신이행외부자문위원회 위원장 △한동대 국제어문학부 교수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 평화번영분과 위원 △한반도평화포럼 외교연구센터장 △2019년 8월 국립외교원장 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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