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은행이 외화채권 만기연장을 못해 시중은행에 대출해준 외화자금을 줄줄이 회수하면 기업들의 달러 구하기도 하늘의 별따기가 된다. 이미 일부 중소기업들은 은행에서 달러를 얻지 못해 수입대금 결제에 애를 먹고 있다.
여기저기서 당국을 쳐다보는 시선이 애처로울 수 밖에 없다. 기획재정부가 외평기금 100억달러를 스왑시장에 투입키로 하는 등 정부도 손놓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자금경색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게다가 실탄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외환보유액은 벌써 6개월째 감소세를 보였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2600억달러가 넘었지만 이제는 2400억달러도 안된다. 자금이 원활하게 돌 때는 2000억달러도 넉넉하다고 할 수 있지만 지금같은 상황에서는 3000억달러도 부족할 수 있다.
사실 지금처럼 위기상황에 쓰라고 쌓아놓은게 외환보유액이다. 새정부 출범 초기 환율 정책 실패로, 쓰지 않아도 될 외환보유액을 너무 많이 써버렸다는 점이 안타깝기는 하지만 이제는 아껴써야할 때라고 주장하기엔 상황이 너무 악화됐다.
미국 상원의 구제금융법안 표결에 대해서도 일단은 통과될 것이라는 낙관론이 대세지만 한쪽에서는 회의론도 여전하다. "구제금융이 경제위기만 연장시킬 뿐"이라는 짐 로저스의 판단이 옳은지를 판단하려면 시간이 한참 흘러야 한다는 점이 안타까울 뿐이다. 다만, 위기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것을 보면 이같은 회의론이 상당한 지지를 얻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이 기사는 2일 오전 8시4분 이데일리 유료 서비스인 `마켓 프리미엄`을 통해 출고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