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은비의 문화재 읽기]고려 '나전칠기'가 日 중요문화재인 이유

독창성·예술성에서 세계 최고 수준
일본 사찰에서 극진히 보관해
관련 기록 없어 언제 어떻게 반출됐는지는 추정만
  • 등록 2020-07-06 오전 6:20:01

    수정 2020-07-06 오전 6:20:01

[이데일리 김은비 기자] 고려 나전칠기 4점이 일본에서 ‘중요문화재’로 지정돼 있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 배경에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일본의 ‘중요문화재’는 우리나라의 ‘국보’에 해당한다. 다른 나라의 선조가 남긴 문화유산을 자국의 문화재로 지정을 한 것이다. 일본에서 고려 나전칠기를 중요문화재로 지정한 것은 지난 2일 일본에서 돌아온 ‘나전국화넝쿨무늬합’이 언론에 공개되면서 일반에 알려졌다.

중요문화재 지정은 일본이 그만큼 고려 나전칠기의 희귀성·독창성·예술성을 인정했다는 방증이다. 우리나라도 손기정 선수가 베를린 올림픽에서 마라톤 우승 부상으로 받은 보물 제904호 고대 그리스 청동 투구처럼 우리 문화에 중요한 의의가 있는 외국 문화재를 국보나 보물로 지정하고 있다.

나전칠기는 얇게 간 조개껍데기를 여러 형태로 오려 기물의 표면에 감입시켜 꾸민 칠 공예품이다. 고려 청자, 고려불화와 함께 당대 최고의 미술공예품으로 손꼽혀왔다. 고려 중기 송나라 사절로 고려에 왔던 서긍은 ‘고려도경’(高麗圖經, 1123년, 인종 1년)에 고려 나전칠기에 대해 ‘극히 정교하고 솜씨가 세밀하여 가히 귀하다’(極精巧 細密可貴)’라고 기록하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현전하는 고려 나전칠기는 전 세계에 21점에 불과해 문화재로서 의미를 더한다. 본체의 재료가 나무인 만큼 오랜 세월을 거치는 동안 기후 변화 등에 따른 자연 손상이 많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이번에 환수한 ‘나전국화넝쿨무늬합’을 포함해 총 6점을 소장하고 있다. 일본이 가장 많은 9점, 미국이 3점, 영국이 2점, 네덜란드가 1점을 각각 보유하고 있다.

특히 일본 도쿄 박물관에 있는 ‘흑칠국당초문나전경함’은 보관 상태가 좋고, 고려 나전 가운데서도 가장 아름다운 작품으로 꼽힌다. 고려 시대 당시 일본과 중국에서도 나전칠기를 제작했지만 고려가 나전칠기 상당수를 수출했다는 점은 그만큼 기술이 우수했음을 자랑한다. ‘동국문헌비고’(東國文獻備考)에는 고려 제11대 왕 문종(文宗, 1019∼1083)이 요(遼)나라 왕실에 나전칠기를 선물로 보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고려 1272년(원종 13년)에는 원나라가 나전함을 많이 요구하면서 이를 만드는 임시관청인 전함조성도감(鈿函造成都監)을 따로 만들 정도였다.

2014년 일본에서 환수한 ‘고려나전경전함’을 연구했던 이용희 전 국립중앙박물관 보존과학부장은 “그 시기에 사람 손으로 만드는 게 가능했을까 싶을 정도로 섬세하고 정교하다”고 감탄했다. 그는 “경전함의 경우 1㎝ 남짓한 나전 조각 개수가 눈에 보이는 것만 2만5000개에 달했고, 수양버드나무 이파리는 폭이 0.4㎜밖에 안된다”고 말했다.

은은한 고려 나전칠기의 색감 또한 특징으로 꼽힌다. 이 전 보존과학부장은 “고려에서만 독특하게 옻칠에 골회(뼈 가루)를 섞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옻색이 어둡기 때문에 일본과 중국의 나전은 까만 데 비해 하얀 골회를 섞은 고려의 나전은 은은한 밤색·흑색을 띈다.

고려시대 나전 유물이 언제, 어떤 과정을 통해서 일본 혹은 해외로 갔는지에 대해서는 기록이 없어 추정을 할 뿐이다. 임진왜란과 일제 강점기 때 일본이 문화재를 상당수 수탈해 갔을 것이라는 주장과 일본에서 전해지는 유물의 상태가 매우 좋은 점을 고려해 고려시대 일본 사찰에 종교적으로 간 것이라는 주장이다. 김동현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유통조사부 부장은 “문화재가 불법으로 넘어갔다는 근거 자료가 없으면 어렵다”며 “얼마 안 남은 유물이 해외 각국에 흩어져 있는 만큼 고려 나전 연구에도 어려움이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지난 2일 일본에서 환수해 온 고려나전칠기 유물 ‘나전국화넝쿨무늬합’(사진=문화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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