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등·민주주의의 뿌리, '동학농민운동'

이이화의 동학농민혁명사(총 3권)
이이화│264쪽·312쪽·292쪽│교유서가
  • 등록 2020-07-08 오전 6:00:00

    수정 2020-07-08 오전 6:00:00

[이데일리 김은비 기자] 역사는 우리 삶의 이정표가 된다. 과거의 발자취가 결국 미래로도 이어지기 때문이다.

조선 고종 31년(1894) 반봉건·반외세를 외치며 일어난 동학농민운동은 단순한 민란이 아니었다. 오늘날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평등·인권 등의 가치를 위한 투쟁이자 자주 국가를 건설하고자 했던 외침이었다. 봉건제도에는 불평등한 신분제도와 불균형한 토지제도가 바탕에 깔려있었다. 인간의 존엄성을 짓밟는 신분 차별과 일부 특권층의 토지 소유 및 농업생산의 독점은 사회의 발전을 가로막는 장애였다. 불평등하고 불균형한 제도를 타파하기 위한 민중 봉기는 역사의 추진 동력이 됐다. 많은 희생이 따랐지만 개혁 없이는 평등과 인권을 추구하는 근대로 넘어갈 수 없었다.

책은 지난 3월 18일 향년 84세로 타계한 역사학자 이이화가 평생에 걸쳐 동학농민운동 연구에 매진한 결과물이다. 그는 동학농민운동이야말로 한국 근대사를 밝힌 상징이라고 말하며 역사의 소용돌이에서 억울하게 죽임을 당한 사람들을 기억하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총 3권으로 구성된 책은 19세기 최제우가 동학을 창시해 전파하기부터 21세기 동학농민운동이 재평가되고 이를 기억하기까지 100년이 넘는 역사를 총 망라했다.

저자는 특히 동학 농민 운동의 평등사상과 인명 존중, 자주정신을 강조한다. “사람이 하늘이다”는 명제를 걸고 새로운 세상을 열망했던 농민·노비·백정이 주도한 동학농민운동은 인간 존엄을 지키고 신분제를 깨뜨리고자 했다. 동학 농민군의 통치기구인 집강소는 전근대의 공고한 사회질서인 신분제도를 깬 대표적 장소였다. 종과 상전, 백정과 양반, 여자와 남자, 어린아이와 어른, 평민과 벼슬아치 모두 예외 없이 서로 접장이라고 부르며 만나면 맞절을 했다. 동등한 호칭을 사용하고 같은 자세로 절을 한 것은 그들이 추구한 신분 해방과 평등의식의 진정성을 보여준다.

동학 농민군의 행동준칙에서는 인명 존중을 엿볼 수 있었다. ‘적을 맞설 때 지킬 약속 네 가지’를 보면 칼에 적의 피를 묻히지 않고 이기는 것을 첫째 공으로 삼았고 어쩔 수 없이 전투를 벌이더라도 일체 인명을 손상하지 않는 것을 귀중히 여긴다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인권 존중과 자주정신은 항일의식으로 이어진다. 19세기 말 일본이 동학농민운동을 빌미로 조선에 파병을 하고 청일전쟁을 일으키자 동학 농민군은 전국 곳곳에서 봉기를 일으켰다. 일본군의 압도적 무력과 친일 개화파의 탄압으로 전봉준과 일당이 처형을 당하면서 봉기는 실패로 끝나지만 동학 농민군의 자주정신은 3·1운동으로도 이어졌다. 당시 독립선언서에 이름을 올린 33인 중 손병희 외 9명이 동학 농민 출신이었다. 저자는 이 정신이 나아가 4·19혁명, 5·18민주화운동 등 반독재 민주화운동과 촛불혁명으로 이어진다고 말한다. 이승만 독재 시기 이후 이어진 유신 정권에서 높아진 동학농민운동에 대한 관심은 이를 방증한다.

분단의 현실과 민족 모순을 청산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는 우리에게 동학농민운동을 기억하는 것은 중요하다고 강조한 저자는 연구뿐만 아니라 동학농민운동 재평가를 위한 작업에도 몰두했다. 동학 농민 혁명기념재단 초대 이사장을 지낸 그는 2004년 국회의 특별법을 통해 ‘동학농민혁명’이라는 공식 명칭이 생기고 2019년 5월11일이 동학농민운동 국가기념일로 제정되는 과정도 책에 기록했다. 그는 “동학 농민군의 정신은 미래의 역사적 자산이자 통일의 화두가 될 것”이라고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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