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정빈 "익사이팅한 '해적', 발레 팬 갈증 달래길"

국립발레단 올해 첫 정기공연 안무
"공연 취소에도 작품 생각 잊지 않아"
방대한 원작, 간결하게 재구성
"힘든 현실 잠시나마 잊는 힘 얻길"
  • 등록 2020-11-03 오전 5:55:00

    수정 2020-11-03 오전 5:55:00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전막 발레 안무는 처음이라 스트레스 때문에 잠도 잘 못 자고 있어요. 그래도 오랜만에 관객과 만날 수 있어 기쁩니다.”

최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국립예술단체 연습동에서 만난 국립발레단 솔리스트 송정빈의 표정에선 웃음이 좀처럼 사라지지 않았다. 이유가 있다. 자신이 새롭게 안무한 전막 발레 ‘해적’을 올해 국립발레단 첫 정기공연으로 오는 4일부터 8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선보이기 때문이다.

국립발레단 ‘해적’ 재안무를 맡은 솔리스트 송정빈(사진=국립발레단).
국립발레단의 신작 ‘해적’은 당초 지난 6월 공연 예정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 여파로 단원들이 재택근무에 들어가면서 연습 일정에 차질이 생겨 공연이 연기됐다. 송정빈은 “계속되는 공연 취소에 올해는 무대에 서지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 지칠 때도 있었지만 집에서 안무 노트도 쓰고 음악도 들으면서 작품에 대한 생각으로 열심히 공연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해적’은 영국 낭만 시인 바이런의 시를 바탕으로 작곡가 아돌프 아당의 음악에 조셉 마질리에가 안무한 고전발레다. 화려한 기교가 인상적인 2막의 콘라드, 메도라, 알리의 파 드 트루아(Pas de trois, 3인무)로 유명하다. 국내에서는 전막 공연보다 갈라 프로그램으로 주로 소개됐다.

송정빈은 국립발레단 단원들이 안무가 도전 프로젝트 ‘KNB 무브먼트’ 시리즈를 통해 ‘흉터’ ‘아마데우스 콘체르토’ 등의 작품을 선보였다. 고전발레의 기본기에 충실하면서도 입체적인 안무구성과 특유의 움직임을 선보여 실력을 인정받았다. 송정빈의 재능을 주목한 강수진 국립발레단 단장이 지난해 7월 ‘해적’의 재안무를 요청했다. 송정빈은 “처음엔 의아함도 있었지만 오히려 좋은 기회가 왔다는 생각에 안무를 맡았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송정빈은 러시아 안무가 마리우스 프티파가 다시 안무한 버전을 바탕으로 ‘해적’을 재해석했다. 먼저 3막의 방대한 원작을 2막으로 압축했다. 메도라와 귈나라가 노예시장에 팔려간다는 설정에서는 ‘노예’라는 부분을 과감하게 삭제했다. 1막의 시작을 알리는 발레리노들의 군무는 송정빈이 이번 공연을 위해 새롭게 안무한 장면이다. 고전발레에서 쉽게 만나기 힘든 남성적인 군무를 만날 수 있다. 송정빈은 “관객이 ‘해적’에 기대하는 재미는 그대로 가져가되 좀 더 간결하면서도 빠른 전개로 작품을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국립발레단 단원들도 오랜만에 관객과 만나는 만큼 여느 때보다 뜨거운 분위기 속에서 연습에 임하고 있다. 이날 미리 본 연습 장면에서는 군무는 물론이고 주·조역 무용수들의 독무와 2인무 등 볼거리들이 쉼 없이 펼쳐져 눈과 귀가 즐거운 무대를 기대하게 했다.

송정빈은 “단원들 모두 공연 취소가 이어지는 동안에도 최상의 몸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정말 열심히 노력했다”며 “코로나19로 힘든 관객들이 익사이팅한 ‘해적’을 통해 힘든 현실을 잠시나마 잊을 수 있는 힘을 얻어가면 좋겠다”고 말했다.

국립발레단 단원들이 최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국립예술단체연습동에서 신작 ‘해적’의 주요 장면을 연습하고 있다(사진=국립발레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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