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뜸방비밀' 적힌 수첩, 사실은 '암 환자 치료' 사기수첩이었다

고주파온열로 암 치료?···알고보니 무자격자 불법치료
  • 등록 2023-11-25 오전 9:13:00

    수정 2023-11-25 오전 9:13:00

[이데일리 유은실 기자] “그 병원 가면 치료도 하고 보험금도 경옥고나 돈으로 준다는데?”

제보자 “그 병원, 실손보험 가입 암환자들만 받아요”

충북 제천시 ○○한방병원. 한 제보자는 “실손보험 가입한 암환자들만 전문적으로 입원하는 한방병원에서 병원장과 환자가 공모해 보험사기를 치고 있다”는 내용을 보험사에 접수했다. 실제로는 고주파 온열암 치료를 시행하지 않고 병원장과 환자가 공모해 경옥고, 공진단 등 고가의 보약제로 바꿔가거나 혹은 현금으로 환자들이 보험금을 돌려받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만약 치료를 하더라도 이는 자격이 없는 이가 시행하는 불법치료였다.

고주파 온열치료란 열에 취약한 암 세포 특성을 이용해 고온으로 암세포만 선택적으로 죽이거나 괴사를 유도하는 치료 방법을 말한다. 일반 병원뿐 아니라 한방 병원, 요양 병원 등에서도 사용되고 있다.

문제는 이 치료는 비급여 항목으로 건강보험 적용을 받지 못한다는 점이다. 극히 제한된 암이나 근골격계종양에 있어 ‘고주파온열치료술’이라는 것에 한해 비급여로 규정하고 있다.

실손보험이 있어야만 비급여 항목으로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한방병원이 실손보험 가입한 암환자들만 고객으로 받아준 이유와도 일맥상통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번 사기는 제보자의 증언과 함께 한방병원의 ‘뜸방수첩’, ‘고주파 온열암 노트’로 빌미가 잡혔다. 이 자료에서 다양한 보험사기 정황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곧바로 대표원장 및 의사, 간호사, 간호조무사에 대한 조사도 들어갔다.

자격 없는 조무사가 암 치료···보험금 편취 환자 10명은 사망

한방병원장은 양방의사를 고용하고 간호조무사, 간호사에게도 고주열온열암 치료를 시켰다. 마치 의사가 직접 치료를 행한 것처럼 진료기록부를 위조해 무면허의료행위를 시행한 것이다. 이 시술은 의료법 제27조에 따라 반드시 의사가 시행해야 한다.

이 치료법이 마치 암에 대한 ‘직접 치료’를 담보하는 것처럼 환자들을 유인한 것도 문제였다. 두 전극 사이에 인체를 놓고 고주파전류를 보내는 방식인 고주파온열치료는 ‘간접 치료’로 분류된다. 그런데 이 병원은 실손보험 가입 암환자들에게 1회당 30만원에 해당하는 치료를 하면서 암에 대한 직접 치료가 가능하다는 식으로 설명했다. 또 환자들이 보험사에게 이를 청구하도록 유도했다. 이렇게 편취한 적발 금액만 7억6000만원에 달한다.

조사가 끝날 무렵 보험금을 편취한 암환자 32명 중 10명은 이미 사망한 상태였다. 대부분 말기암이었던 환자들의 간절함을 빌미로 사기를 계획하거나 가담한 병원 관계자 5명은 불구속 송치로 적발됐다.

△보온병은 보험사기의 행태를 통해 사회의 ‘온’갖 아픈(‘병’든) 곳을 들여다보는 동시에, 보온병처럼 세상에 온기를 불어넣어 주는 따뜻한 보험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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