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의 북쪽, 우리와 다른 체제를 가진 북한에도 분식회계가 있을까요? 시장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은 탓에 회계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는 게 있는지부터 궁금해졌습니다. 학자들의 연구논문을 조사해보니 우리나라 대학에선 2005년 이후부터는 북한의 회계 제도에 관한 연구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이 ‘통일 대박’을 언급하면서 잠깐 한국회계기준원과 금융감독당국을 중심으로 전담팀(TF)이 꾸려진 적은 있었는데요, 두어번 회의만 했을 뿐 ‘통일 대박’을 이룰 방향성에 대한 논의는 아직도 전무한 현실입니다. 이 글도 지금으로부터 10여년 전에 발표된 논문들로 재구성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남한에는 ‘회계법’이라는 게 없지만, 북한에는 ‘회계법’이 있는 것이 두 나라 회계시스템의 차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남한에서의 회계는 관점에 따라 다양하게 해석될 여지를 열어 둔 ‘기준’이 있을 뿐이지만, 북한에서의 ‘회계’는 곧 ‘법’이란 의미입니다.
이렇다 할 주식회사 개념이 없는 북한의 회계는 남한의 정부조직 회계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는 게 학자들의 설명입니다. 남한과 같은 복식부기 방식의 재무제표 형태는 비슷합니다. 복식부기는 14세기 이탈리아 상인들도 이용해온 것이니 성장이 더딘 북한이라고 해서 아직도 단식부기를 사용하고 있을 리는 없겠죠. 회계는 ‘부기’로, 차변과 대변은 ‘차방과 대방’으로, 자산은 ‘재산’, 비용과 수익은 ‘지출과 수입’, 이익은 ‘이윤’이란 단어를 쓰는 것도 차이점입니다.
북한에도 회계감사가 있습니다. 남한은 민간 회계법인이 담당하지만, 북한에선 지방재정기관이 담당합니다. 우리나라의 감사원과 같은 곳이 회계감사를 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하니, 자유수임제 아래에서 감사인이 ‘을’이 되면서 일어나는 문제들은 북한에선 일어날 리가 없겠지요? 거꾸로 감사인이 정부에서 나온 ‘관리’인 만큼 지나치게 ‘갑’의 위치에 있게 되면서 일어나는 부정부패 문제는 있을 법도 합니다.
우리나라에선 흔히 사용하고 있는 회계기준임에도 북한에선 ‘분식회계’로 적발돼 벌금을 낼 수도 있다니. 회계는 기업의 언어라고 볼 수 있는데, 남한에서는 일상적으로 쓰는 언어가 북한에선 ‘욕설’이 될 정도로 큰 차이가 난다면 경제 시스템을 통일하는 데도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짐작해볼 수 있습니다.
서로의 회계시스템을 이해하고 우리의 회계시스템을 설득시키려면, 학자들의 중단된 연구부터 다시 시작할수 있도록 해야 겠지요? 정부는 말로만 ‘통일 대박’을 외칠게 아니라 근본적인 통일 준비를 해 나가야 할 것이고 경제 통일의 기초는 회계의 통일이 될 것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