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복愛홀리다① 젊은 한복족 거리 누비다…이상하다?

젊은 세대 일상 속 한복입기 열풍
소셜네트워크 '인증샷' 넘쳐나
현대적 디자인 '잇 아이템' 주목
2013년 고궁 '한복 무료입장' 이후 붐
"젊은층에 한복열풍은 일종의 놀이"
  • 등록 2015-10-16 오전 6:17:05

    수정 2015-10-16 오전 7:58:17

최근 젊은이들 사이에서 ‘한복열풍’이 일고 있다. 문화평론가들은 젊은이들이 ‘남과 다름’을 찾는 과정에서 한복의 개성과 아름다움에 눈을 돌려 단순히 옷을 입는 것이 아니라 일종의 놀이화’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7일 생활한복을 입고 서울 중구 명동 중앙로를 걷고 있는 정원희(왼쪽부터)·엄진우·권미루 씨(사진=방인권 기자 bink7119@).


[이데일리 김용운 기자] 1. 옛 미국문화원 건물을 리모델링해 지난 7월에 문을 연 서울 중구 을지로 그레벵뮤지엄은 추석연휴 동안 ‘한복사진 촬영’ 이벤트를 열었다. 외국인 관람객을 염두에 둔 이벤트였다. 하지만 정작 이벤트에 참여한 1000여명의 관람객 대다수는 한국사람이었다. 그레벵뮤지엄 관계자는 “최근 이벤트 가운데 가장 호응이 높았다”며 놀라워 했다.

2. 문화재청 경복궁 관리사무소는 올해 처음 ‘2015 경복궁 한복 사진 전시회’를 기획하고 경복궁을 배경으로 한복을 입고 찍은 시민들의 사진을 공모했다.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4일까지 공모기간 동안 500여명이 접수했다. 기대 이상의 호응이었다. 경복궁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집계를 하지는 않았지만 한복을 입고 고궁에 오는 젊은이가 1~2년 사이에 서너 배 이상 늘었다”며 “한복 입은 관람객을 보는 것이 더 이상 드문 일이 아니라서 참여 이벤트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3.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지난달 23일부터 이달 9일까지 국내 패션디자이너의 전시가 열렸다. 그간 DDP에서 샤넬과 디올 등 외국 패션디자이너의 전시는 열었지만 한국인 패션디자이너의 전시는 처음. 주인공은 한복디자이너 이영희(79)였다. DDP 관계자는 “국내 디자인산업의 구심점이라 할 DDP에서 국내 패션의 첫 전시로 한복디자이너를 선정한 상징성이 크다”며 “최근 세계적인 패션으로 거듭나는 한복의 진화과정을 짚기 위해 전시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한복이 뜨고 있다. 10대는 물론 20∼30대 젊은층의 선호도가 급상승 중이다. 사실 한복은 명절에만 입는 옷이었다. 근대화를 거치며 일상의 뒤편으로 밀려난 뒤 돌아오질 못했다. 1990년대 중반 ‘우리 옷 입기 운동’이 있었지만 대중적인 호응은 거의 없었다. 여전히 고루한 전통의상 취급을 받으며 TV 사극 속에서나 명맥을 이어가는 듯 보였다.

그런데 최근 한복이 거리를 누비고 있다. 서울 종로구 삼청동·인사동·북촌 등 대표적 전통거리를 비롯해 첨단패션의 중심이라 할 명동과 강남의 신사동·압구정동에서도 한복이 눈에 띈다. 학교, 지하철 안, 영화관 등 장소도 가리지 않는다. 젊은 세대의 ‘한복열풍’에는 현대적인 감각을 가미한 디자인이 있다. 몇겹을 겹쳐 입어야 하는 전통한복의 불편함을 개선하고 소재를 다양화한 한복이 나오면서 젊은 세대가 한복을 ‘과거의 옷’이 아니라 ‘잇 아이템’으로 여기고 있는 것이다.

이영희 한복디자이너가 최근 DDP에서 연 전시에서 선보인 한복(사진=메종 드 이영희).


전문가들은 이런 흐름이 2013년 문화재청이 4대궁과 종묘·조선왕릉 등에 ‘한복 무료 입장’을 연중으로 확대한 데서 비롯됐다고 분석한다. 이후 4대궁 주변에 한복체험점·대여점이 크게 늘었고 한복을 입고 궁에서 이른바 ‘인증샷’을 찍는 문화가 젊은이들 사이에서 번졌다. 여기에 해외여행을 가서 한복을 입고 ‘인증샷’을 찍는 유행도 퍼져 나갔다. 한복이 뜨자 기존 한복업체들도 변화를 꾀하고 있다. 김영진한복은 ‘차이 킴’이란 브랜드를 통해 젊은이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한복을 출시하고 있다. 개량한복으로 유명한 돌실나이 역시 ‘꼬마크’ 등의 새로운 브랜드로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문화평론가들은 ‘남과 다름’을 추구하는 젊은층이 한복에 눈을 돌리게 된 게 한복의 부활을 가져온 결정적 계기라고 입을 모은다. 최범 디자인평론가는 “젊은이들의 한복열풍은 일종의 놀이”라며 “사극에서 배우가 입고 나오는 특별한 의상이 아닌 일반인이 입는 한복의 진화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자칫 한때의 유행으로 끝날 수 있다고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석주선기념박물관 학예연구실 관계자는 “왕실서 입던 한복을 고증해 가족대상으로 ‘한복입기’ 콘테스트 등을 열었지만 정부지원은 없었다”며 “한복연구와 진흥에 정부가 구체적인 계획을 가지고 접근하지 않는 한 한복열풍이 계속 이어지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정부는 2014년 한복진흥센터를 발족했지만 정책수립에 기초가 되는 관련 통계 등은 아직 미비하다. 문화재청은 2013년 이후 4대궁 등에 ‘한복 관람객’이 얼마나 증가했는지 제대로 파악조차 못하고 있다. 게다가 한복복식사 연구 등은 민간에서 주도하고 있는 상황이다. 박선영 한복진흥센터 기획팀장은 “그동안 한복은 정책에서 소외돼 왔다”며 “젊은 세대의 한복열풍에 힘입어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적인 상징으로 한복을 내세우고 일상에서 한복을 쉽게 접할 수 있는 다양한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 12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세종대왕 동상 앞에서 한복을 입은 여학생들이 사진을 찍으며 즐거워하고 있다(사진=김용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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