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마트 사람 넘쳐나는데…오락가락 ‘5인 기준’에 시민 혼란

수도권 ‘5인 이상 집합금지’ 이달 17일까지 연장
서울시, 직계가족 예외적 허용했다가 돌연 ‘금지’
잇단 지침 변경에 시민 반발 “차라리 3단계 시행해라”
단속 사각지대로 실효성 의문…3차 파고 지속될 듯
  • 등록 2021-01-05 오전 12:30:00

    수정 2021-01-05 오전 12:30:00

[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서울 마포구에 사는 이승호(가명)씨는 새해를 맞아 주말에 두 아이와 함께 용산구에 거주하는 부모님댁을 방문하려다 고민에 빠졌다. ‘5인 이상 사적모임 금지’ 조치가 오는 17일까지 연장되면서 집합금지 대상인 가족관계 범위가 더욱 강화돼서다. 그동안 서울에서는 예외적으로 직계가족은 5인 이상 기준에서 제외했지만, 이번 연장 조치로 주민등록상 주소지가 다를 경우에는 전면 금지 대상이 된 것. 김씨는 “마트나 백화점 등 다중이용시설에는 사람이 넘쳐나는 상황에서 오락가락한 행정으로 가족도 못 만나게 하는 게 말이 되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코로나19 확산으로 5인 이상 사적모임 금지 조치가 연장되면서 시민들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특히 서울에서는 예외적으로 허용했던 직계가족 간 모임을 슬그머니 ‘집합금지 대상’으로 바꿔 땜질식 처방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사실상 가족 간 모임을 제재하거나 단속하는데 명확한 한계가 있다는 점에서 더욱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코로나19 확산세를 막기 위해 ‘5인 이상 집합금지’ 특별 방역조치가 오는 17일까지로 연장됐다. 서울 명동 거리가 한산하다.(사진=연합뉴스 제공)
◇서울시, 직계가족 ‘금지→허용→금지’, 시민 혼란 커져

정부는 지난 2일 코로나 3차 대유행 확산세를 꺾기 위해 현행 사회적 거리두기(수도권 2.5단계·비수도권 2단계)를 오는 17일까지로 2주간 연장하고, 이 기간 5인 이상 사적모임 금지 조치를 기존 수도권를 넘어 전국으로 확대·시행키로 했다. 이에 따라 지난달 23일부터 5인 이상 집합금지를 내린 서울 등 수도권은 자동으로 해당 조치가 연장됐다.

사적 모임은 친목형성을 목적으로 하는 모든 집합활동을 의미한다. 예컨대 동창회, 직장 회식, 계 모임, 집들이, 돌잔치, 회갑 뿐만 아니라 제사 등 가족 모임·행사 등이 모두 포함된다. 다만 △주민등록상 거주공간이 동일한 가족이 모이는 경우 △아동·노인·장애인 등에 대한 돌봄이 필요한 경우 △임종 가능성이 있어 가족 등이 모이는 경우 등은 5명 이상이라도 허용한다. 일시적으로 지방근무·학업 등을 위해 가족의 일부 구성원이 타지역에서 생활하고 있으나 주말, 방학기간 등에 함께 생활하는 경우(주말부부, 기숙사 생활 등)도 포함된다.

5인 이상 모임행사 기준 인원제한 기준.(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공)
앞서 서울시는 강화된 사적모임 금지 조치에 대한 반발이 커지자 ‘5인’ 기준에 직계가족을 미포함한다고 지침을 바꿨다. 직계가족은 가족관계등록부상 조부모·부모(직계혈족), 자녀·자손(직계비속)처럼 상하 직선으로 연결된 가족을 말한다. 예를 들어 결혼한 자녀가 본인의 자녀 2명을 데리고 서울에 거주하는 부모님댁을 방문하는 것이 가능했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번 강화된 조치로 앞으로는 시가나 처가 등 가족이라도 거주지가 동일하지 않을 경우 5인 이상은 무조건 모일 수 없다. 연령제한 없이 영아나 유아도 1인으로 산정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그동안 직계가족 모임을 일시적으로 허용했지만 정부 지침에 따라 거주지가 다를 경우 어쩔 수 없이 사적 모임을 금지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마트 등 사람 넘치는데”…단속 한계도 명확

사적 모임을 금지하는 규제가 얼마나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실제 지난달 23일부터 해당 조치가 실행됐지만, 아직 뚜렷한 단속 실적이 없는 상황이다. 인력·시간적 한계가 명확한데다 실내 모임 단속은 신고 없이는 사실상 적발이 불가능해서다. 박유미 서울시 방역통제관은 “가족 간 모임 신고가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은 것이 사실이지만, 만약 확진자 발생으로 사후 적발되면 과태료 부과나 구상권 청구 등을 단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난 3일 서울역 광장에 마련된 서울 중구 임시 선별검사소를 찾은 시민들이 검사를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제공)
코로나19 확산세를 빌미로 삼아 방역당국이 과도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는 시민들의 불만도 쏟아지고 있다. 서울 성동구에 거주하는 40대 김모씨는 “요새 골프 모임이나 식당 등을 보면 단체 인원이 2·3인으로 나눠 가는 경우도 많은 게 사실이다. 또 연말 해돋이 여행은 물론 마트나 백화점 등에도 사람들이 넘쳐날 정도로 많다”면서 “이런 상황이라면 차라리 거리두기 3단계를 시행해 몇 주간 셧다운 하는 편이 나을텐데 왜 유독 가족을 못 만나게 하는지 모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근 집단감염이 직장이나 버스나 택시 등 시민 일상생활 속에서 빈번하게 나타나는 만큼 보다 효과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실제 서울시에서 지난달 버스업계 종사자 2만1000명을 대상으로 전수 조사를 벌인 결과 17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또 강남구 한 택시회사에서는 10명의 확진자가 발생해 승객 감염 우려 등 비상이 걸렸다.

익명을 요구한 의료계 관계자는 “5인 이상 모임 제한은 사실상 빠져나갈 구멍이 많은데다 단속도 어려워 충격요법 외에는 별다른 효과를 발휘하기 어렵다”며 “도시 봉쇄 등 강력한 조치를 실행하거나 백신 도입이 빨라지지 않는 한 3차 파고를 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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