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식민주의 우려…대기업 토종 클라우드 키워야"

[이데일리가 만났습니다]
AI에 빠진 '공기업 경영 달인' 조환익 전 한전 사장
韓, 우수 데이터 보유…데이터규제3법 개정필요
AI 기술, 클라우드 경쟁력이 좌우…투자 늘려야
공공·금융 부문 클라우드, 국내 기업에 기회 될것
  • 등록 2019-10-16 오전 6:05:00

    수정 2019-10-16 오전 6:05:00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조환익 전 한국전력공사 사장은 2005년 산업자원부(현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을 끝으로 공직을 떠난 후 한국수출보험공사·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한전 사장을 연이어 맡으며 ‘공기업 경영의 달인’으로 평가받은 인물이다. 조 전 사장은 취임 전 5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던 한전을 1년 만에 흑자로 전환시킨 데 이어, 2015년과 2016년 각각 영업이익 11조3467억원, 12조16억원으로 2년 연속 10조원을 돌파하는 사상 최대의 실적을 올리기도 했다.

그는 최초로 한전 사장을 두 차례 연임한 후 2017년 12월 퇴임했다. 퇴임 후 대학 강의·기관 강연·경영 자문에 이어 유튜브 채널 운영 등으로 “대한민국에서 제일 바쁜 백수가 됐다”는 조 전 사장을 지난 4일 이데일리가 만났다.

조환익 전 한국전력공사 사장이 4일 서울 삼성동 한 사무실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방인권 기자)
조 전 사장은 인공지능(AI)에 푹 빠진 상태였다. 그는 현재 광주광역시장 명예경제고문으로 활동하며 지난 1월 예비타당성조사 면제가 확정된 광주시의 ‘AI 중심 산업융합 집적단지’ 조성사업에 자문을 하고 있다. 그는 AI 경쟁력은 결국 ‘클라우드 산업’이 좌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 전 사장은 4차 산업혁명에서 가장 중요한 영역이 ‘클라우드 산업’이라며, 토종 클라우드 육성을 통한 데이터 경제 활성화를 통해 AI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전 사장은 “선진국은 물론이고, 개발도상국까지 전 세계가 ‘데이터 자본주의’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며 “데이터를 컨트롤하지 못하면 데이터 식민주의가 될 수 있다”고 대기업들의 적극적인 투자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좋은 데이터 자원을 갖고 있는 우리나라가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을 안타까워했다. 현 데이터규제3법(개인정보보호법·정보통신망법·신용정보보호법)은 개인정보에 대한 활용을 엄격하게 통제하고 있다. 조 전 사장은 “정부와 대기업의 데이터 산업에 대한 안일한 인식이 아쉽다”며 “데이터 자원 활용을 위해서 하루빨리 국회에 상정된 데이터3법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조환익 전 사장과의 일문일답.

-한전 사장 퇴임 후 2년이 됐다. 어떻게 지내나.

△대한민국에서 제일 바쁜 백수가 됐다. 현직에 있을 때보다 더 바쁜 생활을 하고 있다. 우선 한양대와 전남대에서 석좌교수를 하고 있다. 경제단체, 기업, 대학, 공공기관 등에서 강의 요청이 많이 들어온다. 요청이 오는 강의 주제는 전문인 에너지 외에도 다양한 분야다. 강의를 하기 위해 나 역시도 많은 시간을 들여 공부를 하고 있다. 광주광역시의 특별경제고문 역할도 하고 있다. 이밖에도 친구들과 유튜브 채널도 운영하는 등 과거에 해보지 못한 일들을 하고 있다.

-통상과 에너지 분야 전문가로 평가받는데, 갑자기 왜 AI인가.

△평소에도 AI 등 4차산업혁명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광주시가 추진 중인 ‘AI 중심 산업융합 집적단지’ 사업이 지난 1월 정부의 예비타당성조사 면제사업 선정되며 더 깊이 연구하게 됐다. 광주에서 AI 산업단지를 잘 만들어 데이터 산업의 경쟁력을 키우고, 이를 통해 지역 경제를 바꾸는 것을 꿈꾸고 있다. 나 역시도 여기에 무슨 역할을 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광주시장 명예경제고문 위촉 요청을 수락했고. AI에 대한 공부를 하고 있다. 관련된 많은 사람들도 만나고 있다.

-우리나라는 IT 강국이지만, 정작 데이터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4차산업의 핵심은 ‘ABC(AI·빅데이터·클라우드)’이다. 이를 활용한 증강현실(AR)·가상현실(VR)·블록체인이 있다. 이 모두의 시발은 결국 ‘데이터’이다. 선진국은 물론이고, 개발도상국까지 전 세계가 ‘데이터 자본주의’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자칫 데이터를 컨트롤하지 못하면 데이터 식민주의가 될 수 있다. 개도국에서 중진국, 선진국으로 빠르게 성장한 우리나라는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데이터를 갖고 있다. 지금은 노동력이나 자본보다 데이터가 국가경쟁력의 원천인데, 우리는 IT 강국이면서도 좋은 데이터 자원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훌륭한 데이터 자원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가장 큰 문제는 과도한 데이터 규제 때문이다. 개인정보보호법·정보통신망법·신용정보보호법 등 데이터규제3법은 전 세계적으로도 규제가 가장 강하다. 개인정보 보호에 과도하게 치중해 정보의 활용을 막고 있다. 더욱이 글로벌 사업자보다 국내 사업자가 더 많은 규제를 받는 역차별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 데이터 자원 활용을 위해서 하루빨리 국회에 상정된 데이터3법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해야 한다.

-일각에선 ‘데이터 주권’이라는 규정에 의구심을 보인다.

△데이터 주권은 필요하다. 일제시대에 우리나라엔 수많은 금광·석탄 광산이 있었다. 하지만 경영권과 운영권은 모두 일본 사람들이 갖고 있었다. 자원은 우리나라가 보유했지만 이를 경제재로 사용한 건 일본이었다. 데이터 역시도 이대로 가면 우리는 OEM(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 국가가 될 수 있다. 아마존이나 구글 클라우드에서 한국 상품을 좋아한다. 지금은 우리 상품이 더 큰 마케팅 채널로 나가 좋을 수 있지만, 결국 (아마존 등이) 요구하는대로 가격과 스펙을 해줘야 할 수도 있다. 그렇게 가면 데이터 주권을 잃을 수 있다.

조환익 전 한전 사장은 지난 5월 이용섭 광주광역시장의 요청을 받아들여 광주시장 명예 경제고문에 위촉됐다. (사진=광주광역시)
-정부와 대기업도 데이터 산업에 대한 관심이 부족한 것 같다.

△정부와 대기업의 데이터 산업에 대한 안일한 인식이 아쉽다. 정부의 경우 분배정책에 눈을 팔다 보니 데이터 산업에 대해선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한 것 같다. 투자를 통해 데이터 산업을 일으켜야 하는 대기업들도 머뭇거리고 있다. 아직 제조업 기반의 사고를 갖고 있다는 점과 4차산업혁명 정글 속의 각자도생 환경 속에서 이전 세대 총수들의 야성과 투지 부재가 아쉽다. 우리가 머뭇거리는 사이에 세계는 애플·구글·마이크로소프트 등 미국 기업과 알리바바·텐센트 등의 중국 기업 독무대가 됐다. 이들이 부상하는 사이에 기존 강자들은 모두 쇠락했다. 우리도 대형마트의 위기를 몰고 온 건, 중소상권과의 경쟁이 아닌 쿠팡이다. 이미 시장에선 큰 변화가 진행되고 있는데 우리의 대응 속도가 늦다. 이대로는 안 된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문재인 대통령과의 회동에서 AI 중요성을 강조했다. 기업들의 관심도 커지는 듯하다.

△국내 대기업 총수들이 직접 손 회장과 만남을 가진 후 대기업들이 AI 투자를 늘리려는 분위기가 있는 것은 긍정적이다. 하지만 AI를 위해 가장 중요한 건, AI 자체에 대한 투자 확대보다 클라우드 구축이다. ABC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클라우드다. 전 세계 1위 클라우드 업체인 AWS(아마존웹서비스)를 자회사로 보유한 아마존의 지난해 연구개발비만 288억 달러(약 34조원)에 달했다. 직접 비교는 힘들더라도 광주 AI 산업단지 사업에 투입되는 예산은 수년간 4000억원에 불과하다.

AWS가 대형 투자를 통해 최종적으로 AI 클라우드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AI는 자체로서의 천문학적 투자가 아닌, 창의력과 고도의 슈퍼컴퓨터가 필요하다. 인텔과 오라클이 손을 잡은 것도, (메모리 반도체 세계 1위) 삼성전자보다 용량이 더 큰 메모리 반도체를 개발해 아마존을 이기겠다는 것이다. 결국 AI 사업을 좌우하는 건, 연산을 빨리 할 수 있는 반도체의 성능과 함께 이것을 담아낼 수 있는 클라우드다. 단순히 AI를 개발하라는 지시로 AI 경쟁력이 나오는 것이 아니다.

-이미 글로벌 업체들이 국내 시장의 80% 이상을 차지한 것으로 전해진다. 국내 기업들의 클라우드 진출이 너무 늦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새롭게 열리는 공공부문과 금융부문 클라우드 시장이 국내 업체들에게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이 분야는 글로벌 기업들이 아직 장악하지 못한 니치마켓(틈새시장)이다. 에너지 등 몇 개 분야에 우리 기업들이 들어가 자리잡으면, 이를 발판 삼아 해외 사업도 충분히 가능하리라 본다. 인터넷 기업들뿐 아니라, 대기업들도 보다 더 적극적으로 클라우드 사업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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