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2019]③붐비는 광장…`민주주의 위기` 고한 집회공화국

‘조국 사태’ 후 여름부터 발 디딜 틈 없는 광장
광장 부추기는 여의도 정치…불법 남발 오점도
"총칼 말고 말로 싸우자는 게 민주주의의 출발"
  • 등록 2019-12-26 오전 7:16:00

    수정 2019-12-26 오전 7:16:00

이데일리 사건팀은 올 한 해 발생한 주요 사건·사고 중 꼭 되짚어 봐야 할 것들을 키워드별로 선정해 총 4회에 걸쳐 독자 여러분에게 전해 드립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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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이른바 ‘조국 사태’로 2019년 한국 사회의 광장은 여름부터 발 디딜 틈이 없었다. 과거 진보 진영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이른바 `광장 정치`에 보수 진영도 참전하는 등 좌우를 막론한 시민들이 광장으로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폭력 사용까지도 불사하는 불법 집회는 문제로 지적됐다. 전문가들은 기존 여의도 정치가 실생활의 문제를 제대로 해결할 수 없다는 불신이 이러한 광장 정치를 낳았다고 분석한다.

지난 10월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열린 검찰 개혁 촉구 촛불 문화제 (사진=연합뉴스)


‘조국 사태’로 여름부터 발 디딜 틈 없는 광장

시작은 지난 8월 문재인 대통령의 조국 법무부 장관 지명이었다. ‘검찰 개혁’을 내세운 조국 당시 법무부장관 후보자를 검증하는 과정에서 조 전 장관 일가의 사모펀드 의혹·자녀 입시비리 의혹이 제기됐다. 이를 두고 ‘조국 규탄’과 ‘조국 찬성’을 외치는 보수, 진보 진영이 각각 광화문과 서초동이라는 서로 다른 공간에 모여 집회를 연 게 4개월째다.

그동안 광장 정치는 진보 세력의 전유물이었다. 2002년 효순·미선 추모 촛불 집회,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집회, 2014년 세월호 집회, 2016년 국정농단 촛불집회에 이르기까지 광장에선 늘 보수진영이 열세였다. 보수 진영은 광장 정치를 ‘질서 문란’이라며 비판하는 쪽이었다.

하지만 조국 사태를 계기로 보수 진영이 광장을 자연스레 점령했다. 지난 개천절·한글날 집회에는 광화문을 비롯한 서울 도심이 ‘조국 아웃’을 외치는 보수진영 시민들로 가득했다. 같은 시간, 서초동이라는 다른 공간에서 ‘조국 수호’를 주장하는 진보진영 시민들이 집회를 이어갔다. 양쪽은 집회 참가자가 200만명, 1000만명이라는 등 확인되지 않은 숫자를 발표하며 신경전을 벌였다.

“광장 나오라” 부추기는 여의도 정치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10월 14일 장관직을 내려놓았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광장 정치는 계속되고 있다. ‘내가 참여하니 세상이 바뀌었다’는 일종의 자신감을 맛본 보수진영에선 장외집회를 그만둘 생각이 없어 보인다. 오히려 여의도 정치가 장외집회를 부추기고 있다.

지난달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8일간 단식 농성을 하기도 했던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16일부터 5일간 국회 밖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선거법 날치기 저지 규탄대회’를 열고 태극기 부대와 보수 개신교 단체들의 참여를 독려했다. 이 과정에서 태극기를 든 이들은 ‘국회로 돌격하자’며 기물을 파손하고 폭력을 행사했다. 황 대표는 이들에게 “이미 승리한 것”이라고 치켜세우며 장외 투쟁의 동력으로 삼고 있다.

보수단체 회원들이 지난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앞에서 ‘공수처법 ·선거법 반대’ 집회를 하고 있다. 이날 이들은 자유한국당의 ‘공수처법 선거법 날치기 저지 규탄대회’중 국회 본청 진입을 시도해 ‘국회청사 출입제한조치’가 발동됐다. (사진=뉴스1)


그러나 여의도 정치의 지지를 등에 업은 광장 정치는 점차 자제력을 잃어가고 있다는 평가다. 전광훈 목사가 대표로 있는 보수단체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석 달째 청와대 앞에서 숙식하며 노래하고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드는 방식으로 정부를 규탄하고 있다. 인근 주민들과 서울맹학교 학부모들이 고통을 호소하며 집회를 자제해 달라고 민원을 연일 넣었다. 결국 경찰은 다음 달 4일부터 청와대 부근에서 열리는 보수단체 집회를 야간은 물론 주간에도 금지하기로 결정했다.

총칼 말고 말로 싸우자는 것이 의회의 출발

불법을 마다 않는 광장 정치의 폭주는 민주주의의 위기를 경고하고 있다. 서복경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교수는 “오랫동안 인간이 갈등을 해결해 온 가장 일반적인 방식은 폭력이었지만, 의회민주주의가 등장한 이후부터 총칼이 아닌 말로 갈등을 해결하는 규범이 보편화됐다”며 “총칼 들고 싸우지 말고 말로 싸우자는 것이 의회의 출발”이라고 했다.

의회민주주의를 채택하고 있음에도 시민들이 광장으로 나오는 까닭은 기존의 정치 방식을 따르는 것이 문제 해결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 때문이다. 하지만 민주주의가 의회를 통해 서로 다른 목소리로 ‘말다툼’을 하는 방식으로 진화한 이유는 폭력 없이 다수가 동의할 수 있는 결론을 도출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기 때문이다. 2019년 대한민국의 광장 정치는 민주주의의 위기를 경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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