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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코로나로 中리더십 흔들…시진핑 국제사회에 사과해야"

전광우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 인터뷰
"中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글로벌 리더십 타격"
"전염병 와중에 美 호황…트럼프 밀고 IT 끌고"
"미래 생각한 佛 연금개혁…韓 정치권 무책임"
  • 등록 2020-02-11 오전 6:00:00

    수정 2020-02-12 오전 9:02:11

전광우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은 “신종 코로나 이후 중국 경제는 스태그플레이션을 맞을 수 있다”며 “정책적으로 어떻게 손 쓸 수 없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사진=방인권 기자)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우한폐렴) 사태를 거치며 중국의 글로벌 리더십이 크게 흔들릴 겁니다. 한국이 중국에 정치·경제적으로 의존하는 현실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어요.”

전광우(70)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이 지난 7일 오전 1시간이 훌쩍 넘는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상당 부분을 할애한 이슈가 있다. 바로 중국이다. 정확히 말하면 중국 리스크다. 세계은행 수석연구위원(1986~1998년)과 국제금융센터 원장(2000년), 외교통상부 국제금융대사(2007~2008년) 등을 거치며 중국의 고도성장을 지켜봤던 전 이사장은 지금을 중국 정치·경제의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신종 코로나 충격을 계기로 중국이 시험대에 서 있다는 것이다.

“중국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경제 불황과 물가 상승이 동시에 발생하는 악재)을 맞을 수 있어요. 성장동력이 떨어지는데 돈은 더 풀 수 없는, 어떻게 손 쓸 수 없는 상황이지요. 더 큰 문제는 중국 경제의 글로벌 영향력이 너무 커졌다는 겁니다.”

“中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 우려”

-신종 코로나의 여파는 어떻게 보는가.

△중국 경제부터 봐야 한다. 올해 1분기 성장률이 2%대(전년 동기 대비)로 폭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때보다 후유증이 훨씬 더 클 것이다. 그때 중국 경제가 연 10% 이상씩 성장했던 청년이었다면, 지금은 연 6%도 안 되는 중장년이다. 청년이 맞는 펀치와 중장년이 맞는 펀치의 충격이 같을 수 없다.

-충격이 다르다는 게 어떤 의미인가.

△경제가 활력이 넘칠 경우 내·외부 충격이 오면 흡수하고도 남는다. 2003년 사스 때도 금방 회복했다. 그런데 지금 중국 경제는 과도한 부채와 금융 부실화로 체질이 나빠졌다. 충격을 견딜 수 있을 거라고 장담하기 어렵다.

-중국 인민은행이 돈을 풀고 있다.

△정책 딜레마다. 지난달 중국의 물가 상승률은 4.5%였는데(올해 1월 수치는 5.4%로 10일 발표), 국제금융계에서는 이보다 더 높을 것이라는 공감대가 있다. 어쩔 수 없다. 얼마 전 인민은행이 오죽 급했으면 200조원 넘게 긴급 자금을 풀었겠나. 돈을 풀면 풀수록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자극할 것이다.

-중국은 국가부채가 큰 리스크란 지적이 많다.

△그렇다. 국가부채가 너무 많아 재정건전성 측면에서 재정정책 여력은 없다고 봐야 한다. 중앙은행인 인민인행의 통화정책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빚으로 쌓아올린 성장이라는 의미인가.

△(국가와 기업의 부채가 워낙 많다 보니) 중국 정부는 2010년 중반대 의도적으로 디레버리징(deleveraging·부채 축소)을 추진했다. 말이 좋아서 부채 축소이지, (금융 건전성을 좇으려) 대출을 줄이면 투자와 소비 모두 감소하는 충격이 오게 마련이다. 그렇게 성장률이 6%대로 쭉 떨어지고 여기저기 불만이 터져나오다 보니, 중국 정부는 디레버리징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그 이후 대응은 다시 돈을 푸는 것이다. 중국 정부는 연 7~8%는 성장해야 인민들의 일자리를 만들 수 있고 공산당이 지지 받을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런데도 중국의 성장세는 둔화하고 있다.

△신용평가사 S&P가 올해 중국 성장률이 4%대로 추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가부채, 그림자 금융, 부동산 거품 등 구조적 리스크가 너무 많다. 이 와중에 물가는 치솟고 있으니, 자칫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물가 잡으려 긴축하자니 경기가 얼어붙고 그렇다고 돈을 더 풀자니 물가는 폭등하는, 그런 정책 대안이 없는 최악의 상황이 올 수 있는 거다.

-시진핑 주석의 리더십이 흔들린다는 얘기가 있다.

△중국이 중진국이기는 하지만 G2(주요 2개국)다. 그런 격에 맞으려면 신종 코로나 사태 이후 국제사회에 ‘정말 미안하다’고 먼저 사과했어야 한다. 국제사회가 얼마나 피해를 보고 있나. 그런데 미안하다는 소리를 안 한다. 선진국을 가보면 미안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지 않나. 사회주의 체제의 전형적인 특징이라고 본다. 국제사회가 중국을 리더로 바라보겠는가.

“트럼프 밀고 IT 공룡 끄는 美 경제”

-이 와중에 그나마 미국 경제는 호황인데.

△최근 아마존, 애플, 트위터, 페이스북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주의 호실적을 주목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기업친화적인 정책(법인세 인하 등)이 빛을 발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이 그동안 미국과 기술 격차를 줄이려고 많이 노력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 사태 이후 두 나라간 기술 격차는 더 벌어질 것이다.

-최근 미국 증시 분위기도 좋다.

△신종 코로나 공포감이 있지만 미국 기업들 자체가 좋기 때문이다. 20년 전 닷컴버블 때처럼 증시가 폭락할 수 있다는 얘기가 있는데, 그렇게 보지 않는다. 당분간 강세장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유동성이 넘치는데, 초호황인 미국 경제를 투자자들이 외면하지 않을 것이다.

-미국 경제는 신종 코로나 충격이 없나.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가 분석한 결과에 잘 나타나 있다. 중국의 성장률이 1.00%포인트 떨어질 때의 각 나라별 파급 효과를 추정한 것이다. 미국은 0.04%포인트 하락하는 것으로 나왔다. 거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의미다.

-한국 경제는 어떤가.

△한국을 보니 0.35%포인트 충격을 받는 것으로 추정했다. 신종 코로나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나라가 한국인 거다.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중국 의존도가 너무 높다. 심각한 문제다.

-미국과 중국 모두 중앙은행의 유동성 공급이 많다.

△그렇다. 그래서 글로벌 증시 분위기는 예상보다 그렇게 나쁘지 않다. 하지만 그건 응급 처치에 지나지 않는다. 신종 코로나가 세계 경제에 미칠 여파를 낮게 평가하면 안 된다. 1단계 금융시장 패닉은 빠르게 회복하는 조짐이지만, 2단계 실물경제 패닉은 이미 제조업 공급망 등으로 굉장히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 실물경제가 탄탄한 미국과 다른 나라들 사이의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이 나타날 수도 있다.

“佛 연금개혁 보라…韓 정치 무책임”

-세계 경제 전망이 어두운데, 그래도 주목하는 나라가 있나.

△프랑스를 유심히 보고 있다. 프랑스가 오랫동안 유럽의 병자로 불렸던 건 누구나 안다. 시민혁명으로 나라를 일으켜서 그런지, 노동조합의 입김이 과도하다. 개혁이 필요한 분야가 많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전면에 내건 게 그 판을 뒤엎겠다는 거 아닌가. 그래서 시작한 게 노동개혁과 연금개혁이다. 10%가 넘던 프랑스의 실업률이 최근 8%대로 하락했다.

-요즘 연금개혁에 대한 저항이 크다.

△개혁이 혁명보다 어렵다. 전세계 어디든 중진국 이상 고령화 국가에서 가장 큰 화두는 연금개혁이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노후에 받을 돈을 줄인다니 당연히 반발할 것이다. 좋아할 사람은 나중에 그 짐을 덜 짊어질 젊은 친구들인데, (고령층에 비해 당면한 문제가 아니다 보니) 연금개혁 사안을 대하는데 차이가 있다. 그래서 계속 미뤄진 거다. 한국 정치권도 지금 연금 문제는 전혀 얘기를 안 한다.

-한국 정치권을 보면 프랑스가 달리 보인다.

△나라의 미래를 정말 생각하는 정치 리더의 기준을 한 가지 꼽으라면, 연금이다. 연금개혁을 얼마나 힘있게 밀고 나가느냐로 리더의 자질을 판단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런 점에서 한국은 무책임하다. 젊은 사람들이 연금개혁에 더 목소리를 내야 한다. 어차피 정치권은 바뀌지 않을 것이다.

전광우 이사장은…

△1949년생 △서울대 경제학과 △미국 인디애나대 경영학 박사 △미국 미시간주립대 경영대 교수 △세계은행 선임연구위원 △국제금융센터 원장 △초대 금융위원장 △연세대 경제대학원 석좌교수 △딜로이트코리아 회장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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