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주의 배신

무조건 남는 장사? 이젠 아니더라
안전한 줄 알았는데 최근 ‘찬바람 쌩쌩’
  • 등록 2007-10-25 오전 8:40:27

    수정 2007-10-25 오전 8:40:27

[조선일보 제공] 평소 주변에서 ‘재테크의 여왕’이라 불리던 주부 이모(34)씨는 최근 A기업 공모주 투자에 나섰다가 쓴맛을 봐야 했다. 적어도 10% 이상 수익을 낼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현재 A기업 주가는 공모가격보다 20% 떨어진 상태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씨는 “공모주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무조건 남는 장사’로 생각됐는데 세월이 변했다”며 “이제는 섣불리 공모주에 투자하면 안 되겠다”고 가슴을 쳤다.

요즘 공모주 시장에 찬바람이 씽씽 불고 있다. 올해 상반기만 해도 공모주 청약 경쟁률이 평균 500대1을 넘었는데, 최근엔 청약 미달 사태까지 발생했다.

게다가 공모가를 한참 밑도는 ‘새내기주’들도 쏟아지는 등 최근 상장된 공모주들의 성적이 바닥을 기고 있다. 이 때문에 공모주에 투자하는 ‘공모주 펀드’도 먹구름이 잔뜩 끼었다. 일반 주식형 펀드 수익률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성적을 거두고 있다.

◆공모가 너무 높고, 안정투자 매력 떨어져

공모주의 수난은 지난 7월에 풋백옵션(Put Back Option)이 폐지된 후부터 일어나고 있는 현상이다. 풋백옵션이란 상장 한 달 안에 주가가 90% 밑으로 떨어지면 상장주관증권사가 주식을 공모가격의 90%에 다시 사줘야 하는 제도다.

예를 들면 공모가 1만원짜리 주식이 5000원으로 떨어졌어도, 이 주식을 주관사에 9000원에 팔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런 ‘안전판’이 사라지자, 투자자들이 예전처럼 쉽사리 투자 결정을 못 내릴 수밖에 없다. 또 공모가의 90% 수준에서 재매입해야 할 부담이 없어진 증권사들이 처음에 공모가를 지나치게 높게 책정하는 것도 공모주 약세의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상장사 입장에서도 공모가가 높으면 더 많은 자금을 조달할 수 있기 때문에 말릴 이유가 없어, 거품은 더 커지고 있다.

물론 모든 공모주가 죽을 쑤는 것은 아니다. 기업 실적 전망에 따라, ‘유망주’는 오히려 오르는 경우도 많다. 예를 들어, 태양광 발전업체인 에스에너지는 22일 현재 4만 7200원으로, 공모가 1만9000원보다 150% 상당 올라와 있다. 대체에너지 시장이 커지면서 핵심 사업이 각광받고 있기 때문이다.

또 해운시장 전망이 밝은데 힘입어, 국내 제1위의 벌크선(건화물선)사인 STX팬오션 또한 현재 공모가격(1720원)보다 2배 정도 올라와 있는 상태다. 즉, 공모주도 옥석을 골라 투자하면 높은 수익률을 얼마든지 올릴 수 있다.

◆공모주 펀드, 투자 비중 확인

공모주에 투자하고 싶긴 하지만, 개별 공모주의 옥석을 가리기 힘들 때 선택하는 것이 바로 공모주 펀드다. 그런데 공모주 펀드에 대해 알아둬야 할 것이 있다. 공모주 펀드라고 이름은 붙었지만, 사실은 채권형 펀드에 가깝다. 굿모닝신한증권의 이계웅 펀드분석팀장은 “공모주 펀드는 투자자산의 약 5% 정도만 공모주에 투자하고 나머지는 채권에 투자한다”며 “공모주 펀드는 일반 주식형펀드의 수익률보다 오히려 채권형 펀드의 수익률과 비교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채권형 펀드와 비교하면? 상반기까지만 해도 공모주 펀드의 성적이 채권형 펀드보다 훨씬 나았지만, 7월 조치 이후엔 오히려 뒤처지기 시작했다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88개의 공모주 펀드 중 전체의 절반 가까운 펀드의 최근 한 달 동안 수익률이 마이너스다. 88개의 평균 수익률을 내보면 3개월에 0.7%, 1개월에 0.6% 수준으로 거의 원금만 겨우 건지는 수준이다.

이 밖에, 공모주 펀드의 종류도 여러 가지라는 것을 알아두자. 어떤 공모주펀드는 연간 10% 넘는 수익을 올리기도 하는데 이는, 자산의 일부를 일반주식에 투자하기 때문이다. 이를 공모주 혼합펀드라고 부른다. 순수하게 공모주와 채권에만 투자하는 펀드로는 웬만해서는 두 자릿수 수익률을 내기는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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