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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민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난 14일 서울 중구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실에서 진행된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잠재성장률이 내려가던 추세에서 코로나19 충격이 덮친 탓에 감염병 사태 진정 이후에도 ‘V자형’ 경기 반등은 불가능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장 위원은 국내에서 손꼽히는 거시경제 전문가로, 지난 2015년 한국은행에서 외부인사로서는 사상 처음 핵심 요직인 조사국장을 지냈다. 올해 금융통화위원회 위원 후보로 하마평에 오르기도 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한국의 잠재성장률 추정치는 2018년 2.9%로 내려선 뒤 2019년 2.7%, 2020년 2.5%로 하락 추세를 이어왔다. 잠재성장률 하락이 가팔랐던 상황에서 코로나19 충격이 더해진 만큼 이후에도 상당 기간의 경기 부진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다.
장 연구위원은 특히 자영업자가 경제활동인구의 25% 가량을 차지하는 경제구조에서 이들 중 상당수가 코로나19 사태 이후에도 제자리로 되돌아가지 못하면서 경기 회복 지연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란 점을 우려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 수는 전년동월 대비 11.2%가 감소하며 136만3000명까지 줄었다. 이는 외환위기 이후 8월 기준으로 가장 적다.
장 위원은 당장 소득지원 방식의 재정지출이 불가피하지만, 점차 이들이 다시 고용시장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하는 방향의 재정지출을 모색해야 한다고 밝혔다.
장 연구위원은 아울러 현재 실물경제와 자산시장의 괴리가 과거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전조에 견줄 만큼 위험수위라고 진단했다. 현재 자산시장 과열이 ‘나만 뒤처질 수 있다’는 생각에 너도나도 빚을 진 채 뛰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돈의 흐름을 인위적으로 바꿀 수 없으며 수익이 보이는 곳이면 어디든 자연스레 흘러가게 된다는 점을 주지시켰다.
장 위원은 “뉴딜펀드의 경우 막연한 개념만 제시돼 있을 뿐 구체적인 사업 등 세부내용은 나와있지 않다. 앞으로 미래 전망이 있고, 장기적으로 수익률이 괜찮겠다 싶으면 당연히 민간이 중장기 자금 투자에 나설 것”이라면서 “맥쿼리인프라가 인천국제공항 고속도로 등에 투자해 엄청난 이익을 보장받고 있는 것처럼, 한국판 뉴딜펀드도 수익성 있고 좋은 사업의 비전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