닮은 것 같긴 한데… 너 내아들 맞니?

자료만 보내면 12시간안에 결과 알려줘
업체 늘어나며 비용도 30~50만원대로
자칫하면 가정파탄… 일부선 “규제필요”
  • 등록 2006-06-27 오전 8:40:59

    수정 2006-06-27 오전 8:43:37

[조선일보 제공]친자(親子) 확인을 위한 유전자(遺傳子) 검사를 전문으로 하는 H사. 이 회사 인터넷에는 매달 평균 150여명의 ‘얼굴 없는 고객’이 인터넷 사이트를 이용해 ‘무료 키트’를 신청한다. 무료 키트는 면봉 4개와 ‘유전자 검사 동의서’로 구성돼 있다.

면봉 4개를 받은 고객들은 ‘핏줄’이 의심스러운 자기 아기 뺨 안쪽 살점이나 손톱 등을 몰래 동봉해 이 회사로 보낸다. H사는 ‘반송(返送) 봉투’를 받은 지 12시간 안에 고객의 ‘의심’을 풀어준다.

비슷한 일을 하는 D사 관계자는 “검사를 신청하는 전체 고객의 70% 가량이 인터넷을 이용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 회사의 인터넷 사이트를 보니 “씹던 껌으로도 검사가 가능한지 알고 싶어요” “칫솔로 검사하려면 얼마나 쓰던 것이어야 하나요” “담배 꽁초 보내도 되나요”라는 등의 질문이 많았다. 면봉을 이용한 검사조차 왠지 부담스러워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뜻이다.

대기업 연구원 김모(39)씨의 경기도 시흥시 사무실에는 지난달 20일 등기 서류가 배달됐다. 얼마 전 자신과 아내 사이에 낳은 두 살배기 외동딸의 ‘신분’이 궁금해 유전자 검사 회사에 문의했더니 검사 키트가 도착한 것이다. 이 회사는 친절하게도 발송자를 회사가 아닌 ‘박미애’라는 가명으로 표기해 보냈다. 인터넷으로 신청한 지 불과 이틀 만의 일이다.

김씨가 맞벌이를 하는 ‘아내’에게 의심을 품은 것은 한밤중에 가끔 정체를 알 수 없는 남자로부터 전화가 걸려 오면서부터다. ‘아무리 회사를 다닌다지만 이건 심한 것 아닌가’라고 생각하던 그는 각종 매체에서 “최근 불륜이 심해 자녀에 대한 유전자 검사가 유행한다” “검사자 중 25%는 친자가 아니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도 한번 해보겠다”고 마음 먹었던 것이다.

김씨는 별 생각 없이 유전자 검사 사이트를 뒤적이다가 절차가 놀랍도록 간단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온라인이나 전화로 무료 도구를 신청한 후 시료를 택배로 보내면 이메일을 통해 결과를 통보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이런 과정을 거쳐 자기 딸이 하루 만에 ‘진짜 딸’이라고 확인받았다.

유전자 검사는 처음 미국에서 시작됐다. 국내에서도 최근까지 300만~400만원씩 했다. 유전자 검사를 하려 해도 절차가 까다로웠다. 그런데 최근 들어 상황이 확 달라졌다. 병원이나 법의학 감식을 통하지 않아도 될 뿐 아니라 가격까지 6분의 1 정도로 다운된 것이다. ‘DTC(소비자 직접 거래·Direct to Consumer) 검사’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검사 결과도 대부분 24시간 안에 받아볼 수 있다.

이모씨는 10년 전 부인의 요구로 이혼했다. 처음에는 돈 문제였지만 헤어지고 나자 ‘혹시…’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동안 참고 있던 의문을 이씨는 올 3월 해결하기로 했다. 재혼까지 미뤄가며 애지중지 키워온 아들이었지만 이씨는 ‘친자가 아니다’라는 결과를 통보받은 뒤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은 충격을 받았다. 애틋하게 키워온 아들이었는데 뒤늦게 호적을 정리하기도 껄끄러웠다. 그렇지만 “내 아이가 아닌데…”라는 생각도 없어지지 않았다. 그는 아직까지 아들 문제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

현재 유전자 검사기관은 허가가 아닌 신고만으로 가능하다. 즉, 인력과 시설만 갖추면 문제가 없다는 뜻이다. 작년 1월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면서 100여개 업체가 무더기로 보건복지부에 신고를 마쳤고 올해 4월 현재 신고 업체 수는 162개에 달한다.

친자 확인이 이처럼 확산되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개방적인 최근의 성(性)문화다. 여기에 편리함을 추구하려는 세태도 있다. 그렇지만 전문가들은 일정부분 규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 조경애 상담위원은 “드라마 등 방송에서 친자 확인을 일상사처럼 다루는 데다 절차가 홈쇼핑만큼 간단해져 큰 고민 없이 검사에 임하는 것 같다”며 “친자 여부와 상관없이 검사만으로 가정이 파괴되는 경우도 종종 있으므로 섣부른 검사는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약 3년 전부터 가물에 콩 나듯 눈에 띄던 친자검사 관련 이혼 상담이 최근 들어 한 달에 한두 건씩 꾸준히 접수되는 점도 눈 여겨 볼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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