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어디까지 지원해봤니?"..패션업체 PPL 도 넘었다

주인공 직업은 의류회사 사장, 신발·스카프 등 이야기의 핵심 소재로
상품노출·의상협찬에서 에피소드 연계로 전략적 PPL 늘어
제작지원비 7억원 이상, 시청률 순위 상위 휩쓸어 '효과 굿'
패션업체가 드라마 PPL에 매달리는 진짜 이유는?
  • 등록 2015-11-23 오전 8:29:44

    수정 2015-11-23 오전 9:50:11

MBC 주말드라마 ‘내딸, 금사월’에서 주인공 강만후 회장의 악행 증거로 나오는 에스콰이아 구두.(사진=방송 캡처)
[이데일리 최은영 기자] 패션업체가 TV 드라마와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단순히 의상을 협찬하고 제품 혹은 브랜드를 노출하는 것에서 한 발더 나아가 드라마의 줄거리에 회사와 브랜드의 가치 등을 녹이는 방식으로 간접광고(PPL)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TV 드라마 활용에 가장 적극적인 업체는 패션그룹형지(이하 형지)다.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 MBC에서 저녁 시간 연달아 방송되는 주말드라마 ‘엄마’와 ‘내딸, 금사월’에 수억원대의 제작지원금을 내고 주요 협찬사로 참여하고 있다.

‘엄마’에는 ‘크로커다일레이디’와 ‘와일드로즈’, ‘내딸, 금사월’에는 ‘샤트렌’과 ‘에스콰이아’ 등 형지의 패션 브랜드가 수시로 노출된다.

(자료=닐슨코리아 제공)
‘엄마’는 오랜 세월 자식을 위해 희생해온 엄마 정애(차화연 분)가 감사함을 모르는 자식들에게 펼치는 통쾌한 복수극을 그린 드라마다. 정애와 러브라인 관계에 있는 극중 남자 주인공 엄 회장(박영규 분)은 맨땅에서 자수성가한 패션회사의 CEO로, 인물의 성격과 성공배경 등을 설정할 때 실제 최병오 형지 회장의 성공 스토리를 참고한 것으로 알려져 화제를 모았다. 최 회장은 지난 1일 방송된 18회에서 엄 회장의 회사 품평회에 초대받은 ‘협력업체 최 회장’으로 실명 카메오 출연하기도 했다. 드라마에서 크로커다일레이디의 실크 스카프는 정애와 엄 회장의 로맨스를 형성하는 주요 매개체로도 쓰였다.

‘내딸, 금사월’에서 강만후(손창민 분)의 전처인 최마리(김희정 분)와 두 딸 강찔래(강래연 분)·강달래(이연두 분)는 의류회사에서 일하는데 이들의 일터로 샤트렌 매장이 자주 등장한다. 또 드라마에서 강만후의 악행 증거인 테슬로퍼, 신득예(전인화 분)가 발의 점으로 오혜상(박세영 분)이 친딸인지 아닌지 확인하게 위해 선물하는 신발 등 구두가 이야기의 흐름을 좌우하는 주요 단서로 쓰일 때가 많은데 이는 모두 에스콰이아 제품이다.

이렇듯 PPL의 방식이 진화한만큼 효과도 크다. 형지가 제작 지원하는 이 두 편의 드라마는 전국 주간시청률(11.9~11.15, 닐슨코리아) 순위에서 2위(내딸, 금사월 26.1%)와 4위(엄마, 17.3%)를 각각 기록하고 있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이 두 드라마를 챙겨 본다는 이야기다. 실제 드라마에 노출된 크로커다일레이디 점퍼와 코트, 스카프와 샤트렌 재킷과 원피스 등은 방송 이후 시청자 문의가 급증하면서 매출이 늘었다.

형지가 드라마 PPL에 눈길을 돌리기 시작한 건 지난해 시청률 37%를 기록하며 인기를 끈 MBC 주말드라마 ‘왔다, 장보리’가 계기가 됐다. 형지의 기업명과 아웃도어 ‘노스케이프’ 매장과 상품이 드라마가 방송되는 약 6개월간 지속적으로 노출됐고 당시 형지는 마케팅 효과를 톡톡히 봤다.

KBS2 주말드라마 ‘부탁해요 엄마’의 주요 배경이 된 ‘올포유’ 매장.
김희범 형지 마케팅본부 상무는 “드라마는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가장 대중적인 콘텐츠이자 브랜드 스토리를 담을 수 있는 매개체”라며 “브랜드와 상품을 잘 담아내면 기존 고객은 물론 잠재 고객까지 끌어들일 수 있는 효율적인 마케팅 솔루션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배우 의상과 소품 등에서 에피소드, 상황설정에 이르기까지 극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브랜드를 효과적으로 노출시키려면 시나리오 기획단계부터 상호 협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협업이 가능한 이유는 드라마 시청층과 제품 소비층이 절묘히 맞아떨어져서다. 2000년대 중반 이후부터 TV 시청층은 급속히 고령화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지상파 프로그램 주간시청률 순위를 살펴보면 상위 5위에 오른 작품은 모두 드라마, 그 중에서도 주말드라마와 일일드라마가 1~4위를 휩쓸고 있다.

주 시청층은 50대 이상 여성이다. 형지가 드라마에 협찬하는 브랜드 대부분의 주 소비층이 40~50대 중장년층이고, 거리매장 중심의 영업을 하는 점을 떠올리면 수요와 공급이 맞아떨어진다고 할 수 있다.

시청률 1위 주말드라마 KBS2 ‘부탁해요 엄마’에 제작지원하는 한성에프아이의 스포츠캐주얼 ‘올포유’ 역시 로드숍 브랜드다. 이 밖에 ‘부탁해요 엄마’에는 오븐구이 프랜차이즈 ‘돈치킨’, ‘엄마’에는 디저트 카페 ‘설빙’과 피자전문점 프랜차이즈 ‘7번가피자’, ‘내딸, 금사월’에는 토니모리 배해동 회장이 지난 8월 출시한 화장품 브랜드 ‘라비오뜨’ 등이 제작지원사로 나섰다. 협찬사 대부분이 거리매장 브랜드이거나 프랜차이즈로 드라마를 통해 브랜드 인지도를 높여 가맹점의 수를 늘리는데 활용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패션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 아웃도어와 커피 프랜차이즈 시장이 활황일 때에는 주인공이 아웃도어 매장을 운영하고 프랜차이즈 커피 매장에서 사람을 만나는 설정이 자주 연출됐었다”면서 “드라마의 전체적인 스토리에 브랜드와 제품을 녹이려면 작품당 최소 7억원 이상은 제작비를 지원해야 한다. 업체 입장에서는 인지도를 높여 매출을 끌어올리려는 이유도 있지만 그보다는 가맹점 확보 차원의 포석인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패션그룹형지가 제작지원하는 드라마 ‘엄마’(사진 위)와 ‘내딸, 금사월’의 간접광고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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