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로선 '최선의 선택'입니다[김현아의 IT세상읽기]

철학 아닌 현실 문제…구현모, 깜깜이 연임 비판에 공개 경쟁 요구
투명성, 공정성, 객관성 담보하는지 감시해야
누가 되느냐보다 차기 리더십 인정받는 계기 돼야
소유가 분산된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 사회적 합의 필요
  • 등록 2023-02-11 오후 2:24:09

    수정 2023-02-11 오후 3:07:37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국내 최대 기간통신사업자이자, 디지털플랫폼기업으로 변신 중인 KT(030200)가 차기 대표이사(CEO)선임을 원점에서 다시 합니다. 지난 9일, KT 이사회가 ‘공개경쟁 방식으로 CEO 선임 절차를 재추진’하겠다고 발표한 것이죠.

지난해 12월 28일, 구현모 현 CEO를 차기 CEO 후보로 선임했는데 인제 와서 다시 CEO를 뽑겠다고 하자 난리가 났습니다.

이사회가 국민연금 등의 외부 압력에 굴복한 것이냐, 주인 없는 회사의 CEO를 뽑는 절차를 투명하게 하라는 사회적 요구에 화답한 것 아닌가 라는 평가가 엇갈립니다. 구현모 CEO의 연임은 어려워진 것 아닌가, 그럼 누가 유력한가, 질문도 상당합니다.

철학이 아닌 현실의 문제…구현모, 깜깜이 연임 비판에 공개 경쟁 요구

그러나, 분명한 점은 KT로선 이번 결정이 최선의 선택이었다는 것입니다. 민영화된 기업의 지배구조를 외부에서 공공기관 보듯 하는 게 정의인가라는 ‘철학’의 문제라기보다는 지배구조 리스크가 회사의 지속 가능한 성장에 걸림돌이 된다는 ‘현실’때문입니다.

①지배구조 리스크가 KT 주가를 뒤흔드는 등 기업으로서의 성장에 걸림돌이 되고 있고 ②지금 상황에선 누가 차기 CEO로 와도 떳떳하게 경영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KT 주가는 구현모 대표이사(CEO) 취임 당시(2020년 3월 30일)1만 9,700원에 불과했지만, 디지털플랫폼기업(디지코)으로의 전환에 성공하면서 3만 7,000원대를 유지하다 지배구조 리스크가 부각하면서 3만 2,500원(2023년 1월 2일)까지 떨어졌습니다.

구현모 CEO 역시 이런 이유로 차기 CEO 후보로서의 권리를 주장하지 않고 이사회에 재차 공개경쟁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셀프연임’, ‘깜깜이 연임’이라는 비판 속에선, 설사 차기 CEO가 되더라도 리더십을 인정받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 역시 공개경쟁에 후보로 참여합니다. 지난 3년의 성과와 향후 3년의 경영방향을 제대로 평가받아 차기 CEO가 되겠다는 의지죠.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누가 되느냐보다 차기 리더십 인정받는 계기 돼야

남는 건 원점에서 시작된 KT의 차기 CEO 선임 과정이 ‘ 투명성’, ‘공정성’, ‘객관성’을 어떻게 담보할까? 입니다.

‘투명성’은 걱정할 일이 없을 것 같습니다. 이사회가 밝힌 바로는 2월 20일 13시까지 외부 공모를 진행한 뒤 △사외 지원자 및 사내 후보자 명단 △제 3자 인선자문단 구성, 위원회/이사회 회의 결과 등을 포함해 CEO 후보 심사 절차와 단계별 심사결과 등을 모두 외부에 알리기로 했기 때문입니다.

지난 번 27명의 복수 후보 심사 땐 도전장을 낸 후보들이 비공개를 요청하는 바람에 결과만 공개한 게 화근이 됐지만, 이번에는 전부 공개하기로 한 만큼 투명성은 100점에 가까울 것으로 보입니다.

두 번째는 ‘공정성’입니다. 치우침 없는 심사를 의미하는데, 현 CEO가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사외이사들이 차기 CEO 후보들을 심사하는 데 대한 의심이 있습니다.

이 때문에 KT이사회는 △제 3자 인선자문단(경제·경영, 리더십, 제휴·투자, 법률, 미래산업 분야 전문가)이 사외인사 최종 후보군을 정하고 △사내이사는 후보선정과정에 참여하지 않으며 △국내외 주주로부터 바람직한 KT CEO 상에 대한 의견을 받기로 하는 등 이중 삼중의 장치를 만들었습니다.

새로운 CEO를 뽑을 KT 사외이사는 강충구 고려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이사회 의장), 김대유 DB생명 사외이사(원익투자파트너스 부회장), 유희열 한국 이산화탄소 포집 및 처리 연구개발센터(KCRC) 이사장, 표현명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사외이사(전 롯데렌탈 대표이사 사장), 여은정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 김용헌 법무법인(유한) 대륙아주 변호사, 벤자민홍 라이나생명보험 이사회 의장 등 7명입니다. 참여정부 시절 대통령비서실 시민사회수석비서관을 지낸 이강철 KT 사외이사는 지난달 사퇴했습니다.

그런데 KT의 CEO 선임 과정이 ‘연임 적격 후보의 복수후보 심사 요청→심사 이후 단독 후보 추천→CEO 후보의 공개경쟁 요구와 공개 경쟁방식 재추진’ 등으로 세 차례나 바뀌는 등 부침이 심했던 만큼, 사외이사들이 현 CEO의 압력에 휘둘릴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입니다.

모든 과정이 투명하게 공개된다면, 외부에서 부당하게 압력을 행사하는 일도 쉽지 않을 겁니다.

이강철 KT 사외이사. 사진=연합뉴스


가장 중요한 게 ‘객관성’이 아닐까 합니다. 객관적으로 누가 봐도 “아, 저 정도면 잘할 것 같다”는 사람 말입니다. 정치권이 논공행상 차원에서 KT CEO를 결정하면 안 된다는 의미입니다.

재계 순위 12위인, 그룹사 50개에 5만 8,000명 임직원이 일하는 KT그룹이기 때문이죠. 대한민국 경제의 디지털 전환을 이끌어 국가 경제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는 사람이 차기 CEO가 돼야 합니다.

이사회는 CEO 후보자를 공모하면서 △경영·경제에 관한 풍부한 지식과 경력을 가진 분 △기업경영 경험이 있으신 분 △최고 경영자로서 자질과 능력을 가진 분 △정보통신분야의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을 가진 분으로 안내했습니다. 이들은 내부 CEO 후보들과 경쟁하게 됩니다.

구현모 대표가 연임하든 못하든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투명성과 공정성, 객관성이란 3대 원칙에 따라 엄격하게 심사를 받은 뒤 최종 선임된 CEO라면 누구라면 어떻겠습니까. 구현모 대표 역시 “경쟁에서 더 훌륭한 후보가 나온다면 그 역시 KT를 위해 행운이라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번 사태는 KT와 우리 사회에 상당한 숙제를 남겼다는 걸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소유가 분산된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 사회적 합의 필요

KT나 포스코, 금융지주 같은 소유가 분산된 기업의 지배구조를 미래 지향적으로 만드는 방법은 무엇일까 하는 겁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지인의 일자리 창출 차원에서 기업에 ‘낙하산’을 보내려 한다면 안 될 일이고, 그렇다고 현재 정관이나 이사회 규정만 고집해 불필요한 오해를 받을 필요도 없겠습니다.

소유 분산 기업의 CEO의 임기는 무조건 3년으로 한다든가, 아니면 경영 능력이나 실적과 무관하게 연임이나 재연임을 당연시할 필요도 없겠습니다.

사진=김영식 의원실 제공


김형석 한국ESG기준원 정책연구본부 연구위원은 김영식 의원(국민의힘)이 주최한 ‘소유분산 기업의 지배구조 현황 및 개선 방향’ 세미나에서 이사회의 독립성 강화 방법으로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된 임원후보추천위원회 구성을 권고하고 이를 통해 CEO 선임 절차의 독립성과 투명성을 향상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습니다.

KT이사회는 ‘ESG 경영 트렌드 변화에 따른 지배구조 개선’에 박차를 가할 예정입니다. 외부에 컨설팅을 맡겨 대표이사 신규·연임 절차를 포함한 CEO 선임 프로세스, 사내 후보자군 육성 체계 등의 현황을 점검하고, 국내·외 우수사례도 분석한다고 하죠.

정부가 진행 중인 ESG 대응이 포함된 한국식 스튜어드십 코드(stewradship code) 개정을 고려해 이사회가 세부 방안을 추가 검토한 뒤, 국내외 주주 등을 상대로 의견 수렴도 진행해 객관성을 확보하기로 했습니다. 최종 개선방안이 확정되면 정관 및 관련 규정에 명문화한다고 하죠.

KT CEO 선임이 원점으로 돌아온 걸 계기로, KT의 지배구조 개선안이 국가 경제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미래지향적으로 마련되길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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