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는 듯한 느낌이 든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20대 국회(2016년 5월~2020년 5월)에서 발의된 ‘아동학대범죄 등에 관한 특례법 일부개정안’은 총 41건이었다. 이중 7건을 제외한 30건 이상의 법안은 임기 내 처리되지 못하고 폐기됐다.
폐기된 법안들의 주요 내용을 살펴봤다. 아동학대에 대한 처벌 강화는 물론 조속한 현장조치 시행 등을 골자로 한 법안들이었다. 어디까지나 가정이지만, 지난 국회에서 해당 법안들을 제때 통과시켰다면 오늘날 정인양 사건을 충분히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정치권은 국민적 관심과 주목도가 높은 사안에 대해서 ‘반짝 입법’으로 사태를 진정시키곤 했다. 아쉬운 대목은 이 부분이다. 정치권이 평상시 입법 활동에 충실했다면 누군가가 희생되는 불미스러운 일을 미연에 방지했을 거라는 점이다.
법안이 만병통치약이란 얘기가 아니다. 정치권에 사건의 책임을 씌우고자 함도 아니다. 다만 법안의 발의부터 처리까지 정치권이 책임감을 가지고 최선을 다해달라는 것이다. 의원이 발의한 모든 법안은 소관 상임위원회와 본회의 의결 등을 거쳐 처리된다. 발의자뿐 아니라 의원 300명 모두가 입법 과정에 책임이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