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이맘때 월가 주요 기관들이 내놓았던 뉴욕 증시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 예상치다. 지난 2021년 말 S&P 지수가 4766.18에 마감했으니, 최대 12% 가까이 추가 상승할 수 있다는 전망이 많았다는 의미다. 당시 뱅크오브아메리카(4600), 모건스탠리(4400) 정도를 제외하면 5000선 안착론은 대세였다.
1년이 지난 현재 월가는 말 그대로 ‘죽을 맛’이다. S&P 지수는 지난해 무려 19.44% 폭락한 3839.50에 거래를 마쳤다. 기존 예상치와 크게는 1500포인트 가까이 차이가 났다.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와 나스닥 지수는 각각 8.78%, 33.10% 떨어졌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친 2008년 이후 볼 수 없었던 낙폭이다. 월가 한 뮤추얼펀드의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연방준비제도(Fed)의 긴축이 이 정도로 빠를 것이라고 점치지 못했던 게 가장 뼈아프다”고 전했다. 또 다른 채권 어드바이저는 “통상 기관들이 10% 안팎은 더 긍정적으로 예상한다고는 하지만, 이번처럼 이렇게 예측이 빗나간 것은 본 적이 없다”며 놀라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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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새해 S&P 10% 안팎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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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보다 지수 자체가 떨어질 것으로 보는 곳은 바클레이스(3675), 소시에테 제네랄(3800), 캐피털 이코노믹스(3800) 정도에 불과하다. 소시에테 제네랄은 “약세장이 이어지겠지만 지난해만큼은 아닐 것”이라며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이 끝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약세장을 점친 이들마저 그렇게 부정적이지만은 않은 셈이다.
그외 대다수 기관들은 오히려 ‘장밋빛’에 가깝다. 중립 기조의 뱅크오브아메리카(4000), 골드만삭스(4000), RBC 캐피털(4100) 등은 시장 평균값 혹은 중간값과 비슷했다. JP모건(4200), 제프리스(4200), BMO(4300) 등은 다소 긍정적으로 봤고, 오펜하이머(4400), 웰스파고(4300~4500), 도이치방크(4500), 야데니 리서치(4800) 등은 아예 강세장 반전을 점쳤다. 루톨드그룹은 올해 말 S&P 지수가 5000을 찍을 것으로 내다봤다. 실물경기 침체 공포가 도사리고 있다는 경고가 무색한 지경이다.
“1년 전과 판박이”…일각서 신중론
이들이 상승장을 점치는 이유는 생각보다 간단하다. CNBC 설문 결과 전문가의 73%는 올해 가장 큰 우려로 연준 통화정책을 꼽았다. 중국의 대만 침공(12%), 노동시장과 공급망 대란(9%), 중국의 코로나19 재유행(6%) 등은 10% 안팎에 그쳤다. 이는 곧 연준이 인플레이션 둔화를 등에 업고 피봇(pivot·통화 긴축에서 완화로 전환)에 나선다면, 지난해 움츠렸던 증시가 반등할 수 있다는 의미다. 상반기까지 연준의 긴축을 소화한 뒤 하반기에는 뛰어오르는 ‘상저하고’ 흐름을 띨 것이라는 관측이 대세다.
RBC 캐피털의 로리 칼바시나 주식전략 헤드는 “연준 정책이 전환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야데니 리서치의 에드 야데니 대표는 “소비자와 노동시장이 견고한 기반을 유지하고 있다”며 “연준이 금리를 5% 이상으로 올려도 침체를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연말 지수 5000을 점친 루톨드그룹의 짐 폴슨 최고투자전략가는 아예 현재 레벨을 ‘저점’으로 규정하면서 “향후 12개월간 새로운 강세장이 이어질 것”이라고 낙관했다.
그러나 월가 일각에서는 현재 낙관론이 다소 위험하다는 평가도 있다. 1년 전 이맘때와 분위기가 비슷하다는 것이다. 월가의 한 고위인사는 “연준 입장에서는 인플레이션의 세심한 관리가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주가 반등을 용인할지 의구심이 있다”고 말했다. 주가가 뛰면서 소비심리가 살아나고 기대인플레이션이 상승하는 것이 연준에 좋지 않은 시나리오라는 것이다. 이 인사는 “올해 1분기는 일단 투자하지 말고 기다려야 하는 시기”라며 “S&P 지수는 3500~3600 레벨까지는 열어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데이비드 솔로몬 골드만삭스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한 행사에서 “시장은 연준이 조만간 최종금리가 도달하고 다시 금리를 내릴 것으로 가정하고 있지만, 우리는 여전히 (긴축의) 초기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시장 불확실성에 대한 고충을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