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은비의 문화재 읽기]'신안 보물선'으로 엿본 700년 전 문화

14세기 세계에서 인기 끌었던 '中 문화 열풍'
시·공간 초월한 향·차 문화
"큰 규모의 난파선 드물어…가치 높아"
  • 등록 2020-08-10 오전 6:30:01

    수정 2020-08-10 오전 6:30:01

[이데일리 김은비 기자] 지난 1975년 서해 앞바다에서 고기를 잡던 어부의 그물에 푸른빛 도자기가 건져 올려졌다. 우연한 발견은 한국 수중고고학의 시작이 됐다. 해저 약 20m에는 약 700년 전 고려시대에 중국에서 일본으로 향하던 무역선에 실려있던 수많은 유물들이 흩어져 있었다. 침몰 된 난파선은 7~8세기 이후 한·중·일 무역품의 종류와 교역로의 연구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또 2만5000여점의 고급 도자기·공예품들은 당시 세계적으로 유행했던 중국 문화 열풍을 보여줬다.

신안선에 실려 있던 흑유 찻잔(사진=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는 지난 4일 온라인 전시 ‘700년 전, 신안 보물선의 침몰’를 다음갤러리를 통해 공개했다. 전시에서는 고려 앞바다에서 침몰한 30m 길이의 신안선 모습과 대표 유물 80여 점을 감상할 수 있다.

거대한 규모의 신안선은 언제, 어디서, 어디로 향하는 무역선이었을까. 그 단서는 신안선에서 발견된 목간에서 찾을 수 있다. 신안선에는 문자가 씌인 목간 360여점이 발견됐다. 이 목간은 오늘날의 택배 송장과 같은 화물표 역할을 했는데 이 가운데 121점에는 ‘지치삼년(至治三年)’이라고 기록돼 있다. 이는 1323년 4월2일부터 6월3일에 이르는 날짜로 추정되고 있다. 이 외에도 일본 사찰 등에 대해서도 적혀 있어 중국에서 일본으로 향하던 무역 상선으로 추정된다.

신안선에서 실린 교역품은 송·원대 제작된 다양한 형태의 병류와 향로 및 등잔이 주를 이룬다. 그중 절반 이상이 저장성 용천요(龍泉窯) 생산품으로 당시의 폭발적인 수요를 보여준다. 박예리 국립해양박물관 전시홍보과 학예사는 “당시 중국 도자기는 동아시아는 물론 유럽, 중동, 아프리카에서도 굉장히 애호해 수출됐다”고 그 인기를 설명했다. 장시성 경덕진요의 청백자, 길주요의 자기, 푸젠성 건요의 흑유 자기도 주목된다.

신안선 유물에서 차 마시기, 향 피우기, 꽃 완상에 대한 유물들이 특히 눈길을 끈다. 일본 가마쿠라 시대(1192~1333)에는 중국과 활발하게 교류하며 다양한 문화를 수용했다. 승려, 관료, 무사 등 상류층을 중심으로 차를 마시고, 향을 피우거나 꽃을 즐기는 문화가 인기를 끌었다. 문화 향유는 도구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는데 이를 위해 수입한 다양한 중국제 기물을 ‘가라모노’라 부르며 선호했다. 이는 신안선과 같은 무역선의 주요 원동력이었다.

신안선에 나온 여러 검은색 다완은 이런 모습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에도 시대에 그려진 한 그림에는 방의 한쪽 구석에 나란히 놓여 있는 검은색 다완이 묘사돼 있다. 일본에는 푸젠성 건요에서 제작된 다완 4점이 국보, 중요문화재로 지정돼 있다.

중국의 복고 양식 향로가 신안선에 많이 실려 있던 것도 일본 내 중국문화의 유행을 증언한다. 당시 향은 삶의 여유이자 휴식, 경건함을 의미했는데 왕실·귀족·종교인뿐만 아니라 서민층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사용됐다. 신안선이 싣고 가던 도자기 향로는 이런 수요에 대응한 것이었다.

박 학예사는 “신안선은 동아시아 해상교류를 알 수 있는 대표적 난파선”이라며 “한·중·일을 통틀어 신안선 같이 대규모 난파선이 발굴된 사례는 드물다”고 말했다. 또 “향, 차, 주방용기 등 폭넓은 자료들이 발견됐는데 시·공간을 넘어서 수백년 전에도 차, 향, 장식 등 일상생활 문화가 오늘날 우리들의 취향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알 수 있게 한다”고 덧붙였다.

신안선에서 발견된 백자 향 꽂이(사진=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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