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났습니다]①"백신접종 늦었지만 실제 접종 영미와 비슷할 것"

제롬 김 국제백신연구소 사무총장 인터뷰
백신 접근성뿐만 아니라 실제 접종이 중요
백신 개발 하려면 충분한 기업 지원 필요
노르웨이 백신 사망, 백신과 인과관계 없어
  • 등록 2021-01-21 오전 6:00:00

    수정 2021-01-21 오전 6:00:00

[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한국은 백신 유통과 백신 접종의 매우 효율적인 메커니즘을 갖고 있다. 실제 모든 사람이 백신을 접종할 기회는 적어도 훨씬 일찍 백신 접종이 시작된 미국이나 영국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백신 평가 및 개발에 관한 세계적인 전문가 제롬 김(Jerome H. Kim, 사진) 국제백신연구소(IVI) 사무총장은 11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를 통해 코로나19 백신 확보가 늦었다는 비판이 국내에 적지 않다는 질문에 이같이 말했다.

그는 백신 접종이 실제 계획에 미치지 못하는 미국을 거론하며 “중요한 것은 백신에 대한 접근성(백신 확보)뿐만 아니라 실제 모든 사람이 백신을 접종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의 백신 접종률은 3% 정도다.

김 사무총장은 노르웨이와 미국에서 발생한 화이자 백신 접종 후 사망 사고와 관련, “백신과 사망과의 인과 관계는 없는 거 같다”며 “백신 접종 직후 20명 이상의 사망과 관련된 어떤 것이 잠재적 부작용까지 조사하는 3상 시험에서 확인되지 않은 것은 드문 일”이라고 강조했다.

김 사무총장은 국내 백신 생산 능력은 높이 평가하면서도 백신 개발을 위해서는 기업의 연구개발에 대한 충분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봤다. 그는 “(코로나19 백신 개발에서) 빠르게 앞서 가는 서구 기업들은 정부나 국제적인 지원을 받은 경우”라며 “미국 트럼프 정부의 코로나19 백신 신속 개발 지원인 ‘워프스피드’(Warp Speed)작전은 백신 개발에 180억달러(20조원)를 투자했고 국제민간기구인 감염병혁신연합(CEPI)은 거의 15억달러(1조7000억원)를 투자했다”고 역설했다.

김 사무총장은 “(제약바이오)기업이 기민하게 움직이기를 원한다면 개발 노력에 대한 동기를 부여하고 위험을 줄여줘야 한다”며 “백신 개발을 완료하는 데 필요한 충분한 자금 지원을 해주거나 백신 구매 약속을 해줄 수 있다”고 부연했다..

다음은 제롬 김 국제백신연구소 사무총장과의 일문일답이다.

-코로나19 백신 확보가 늦었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예방 접종을 먼저 시작한 미국과 영국은 2021년 가을까지 인구의 60~70%가 예방 접종을 받게 될 것이다. 한국도 같은 일을 하려고 한다. 현재 미국 정부는 계획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다. 한국이 조금 늦게 접종을 시작하더라도 백신 접종을 끝낼 수 있는 가능성은 훨씬 더 높다. 백신에 대한 접근성뿐만 아니라 실제 접종이 중요해서다. 더 중요한 것은 실제 접종이다. 한국은 백신 유통과 백신 접종의 매우 효율적인 메커니즘을 갖고 있다. 실제 모든 사람이 백신을 접종할 기회는 적어도 훨씬 일찍 백신 접종이 시작된 미국이나 영국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노르웨이와 미국에서 화이자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한 후 사망한 사례가 많이 나왔다. 백신과 사망과의 인과관계는 있나

△이용할 수 있는 정보에 근거하면 화이자 백신 사용과 노르웨이 및 미국의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는 없는 거 같다. 3상 임상 시험에서는 모든 사망 사건의 잠재적 원인을 매우 면밀하게 조사한다. 아울러 잠재적인 심각한 부작용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조사한다. 백신 접종 직후 20명 이상의 사망과 관련된 어떤 것이 3상 시험에서 확인되지 않은 것은 드문 일이다. 만약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잇단 고령층 사망 사고가 발생한다면 사례를 면밀히 조사해 공통된 메커니즘이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또 일반적인 사망률보다 더 많은 사망자가 있는지 조사해야 한다. 아울러 사망 사고가 난 백신의 다른 생산 로트(생산단위)가 있는지, 사용된 백신이 공통 배치(batch, 생산 한 회분)로 만들었는지 확인해야 한다.

-노르웨이, 미국 등 백신 접종 후 사망 사례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계속해도 괜찮나

△화이자 백신은 수백만명에게 접종됐지만 문제가 보고되지 않았다. 노르웨이 정부가 이미 지시한 대로 백신 접종을 계속해야 한다.

-백신 부작용을 우려하는 사람이 많다. 정부는 어떻게 설득해야 하나

△독감 백신 예방 접종 후 사망 사태에 대한 한국 정부의 대응이 매우 좋았다고 생각한다. 정부는 개방적이고 투명했다. 과학으로 얘기했다. 현재 백신 접종 후 2개월의 데이터와 우리가 부작용에 대해 파악하고 있는 고려할 때 대부분의 부작용은 알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수백만명이 백신을 접종하고 나서야 드러나는 매우 드문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반백신주의 역사는 깊다. 코로나19 백신에 대해서도 접종을 주저하는 이들이 있다.

△승인된 백신은 효과가 있고 안전하다. 과학으로 얘기해야 한다. 또 백신을 쉽게 맞을 수 있게 해야 한다. 백신 접종을 너무 어렵게 하거나 백신 이해하기가 어려워도 백신 접종을 꺼리게 된다. 백신 접종의 긍정적인 사회적 맥락을 제공해야 한다. 백신 접종을 한 이들에게 보상(reward)을 해주고 우대해줘야 한다. 백신이 성공적으로 출시되고 있는 국가(미국 등)에서 백신 수용 현상이 증가하고 있는 것 같다.

-국내 제약 바이오업계의 백신 연구 개발이나 생산 능력을 평가하면

△지난해 많은 주요 기업과 국제기구가 코로나19 백신을 생산하기 위해 한국 기업과 파트너십을 모색했다. 한국 진단 회사들은 국내에서 높은 품질의 유전자증폭(PCR)진단검사를 신속하게 제공해 코로나19 초기 통제를 가능하게 했다. 이는 한국이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의미다. 한국은 ‘더 나은 추격자’(the better second)가 될 필요가 없다.

-‘더 나은 추격자’는 무슨 의미인가

△한국 산업이 항상 위험을 무릅쓰고 선도자가 될 필요는 없다. 한국은 자주 다른 경쟁자, 특히 선도자보다 더 좋고, 빠르고, 저렴하고 고품질 제품을 생산해왔다. 삼성은 소니를 추월했고 현대는 세계의 다른 많은 제조업체보다 나은 자동차를 만들고 있다. 한국은 추격 전략으로 성공한 경우가 많다. 하지만 백신 분야에서는 한국이 추격자가 될 필요는 없다. 백신 분야에서 엄청난 리더가 될 수 있는 회사가 있다.

-백신 개발에서는 국내 제약 바이오업계가 빅파마에 뒤쳐져있다.

△빠르게 앞서 가는 서구 기업은 정부나 국제적인 지원을 받은 경우다. 미국 트럼프 정부의 코로나19 백신 신속 개발 지원인 ‘워프스피드’는 백신 개발에 180억달러(20조원)를 투자했다. 국제민간기구인 감염병혁신연합(CEPI)은 거의 15억달러(1조7000억원)를 투자했다. 기업이 기민하게 움직이기를 원한다면 개발 노력에 대한 동기를 부여하고 위험을 줄여줘야 한다. 이를 위해 백신 개발을 완료하는 데 필요한 충분한 자금 지원을 해주거나 백신 구매 약속을 해줄 수 있다.

-정부 지원이 중요한데 정부는 어떻게 해야 하나

△코로나19는 질병과 사망자 발생뿐만 아니라 경제와 삶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투자 측면에서 정부는 한국 산업의 엄청난 잠재력을 효과적이고 신속하게 활용해야 하며 크게 생각해야 한다. 자금 지원을 한다면 충분히 지원해야 한다는 의미다. 투자에 따른 수익은 위험을 감수할 만큼 충분한 보상을 돌려줄 것이다.

-정부가 좀더 공격적으로 백신 개발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의미인가

△그건 정부 정책의 우선순위에 달려 있다. 정부는 코로나19 사태 초기 코로나19 통제에 우선순위를 뒀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의 교훈을 매우 훌륭하게 활용해 강력한 대응 체계를 만들었다. 만약 한국 정부가 백신에 우선순위를 뒀다면 정부는 기업의 백신 연구개발에 상당한 투자를 해야 했을 것이다. 백신 개발 프로젝트는 실패할 위험이 크다. 특히 질병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는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CEPI와 미국 정부 등이 한 일은 회사에 자금을 제공해 초기 투자를 지원함으로써 위험을 줄인 일이다. 미국이나 인도와 같이 (코로나19로) 큰 문제가 있는 국가를 보면 정부가 다른 방법으로 바이러스를 제어할 수 없기 때문에 백신 개발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한국 정부는 코로나19 통제(방역)에 우선순위를 뒀고 매우 성공적이었다.

-감염병 시대 백신 자국 우선주의가 부상한다

△한국 정부는 백신 민족주의에 대응하고 있다. 한국 백신 산업을 구축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지만, 한국처럼 강소국은 백신의 글로벌 공급을 보장하기 위해 다른 나라와 협력해야 하고 협력할 수 있다. 한국은 매우 크고 효율적인 백신 제조 산업이 있다. 따라서 한국 정부는 한국 기업의 협력 능력과 제조 능력을 통해 세계 각국에 백신을 공급할 수 있다. 5000만명의 한국 (내수) 시장은 백신 산업을 유지하기에 충분하지 않다.

제롬 김 (Jerome H. Kim) 사무총장은...

△1959년 하와이 출생 △한국명 김한식 △의사 (M.D.) △1980년 하와이대학교(마노아캠퍼스) 학부생물학과 및 역사학과 우등 졸업 △1984년 예일대 의대 졸업 △1987년 듀크대 메디컬센터 내과 수련의 △1990년 듀크대 메디컬센터 감염질환 펠로십과정 수료 △2002~2016년 미국 국립군의관 의과대학 교수 △2010~2015년 미군 후천성면역결핍증(HIV)연구 프로그램(MHRP) 수석 부책임자 △2013년 미국 국립군의관의과대학 의학과의 우수연구상 수상 △2014년도 백신분야 가장 영향력있는 50인 △2015년 제3대 국제백신연구소(IVI) 사무총장 △2019년 미국 휴먼 백신 프로젝트(Human Vaccines Project) 과학운영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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