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과학

[박일경의 바이오 돋보기]GC녹십자 vs 셀트리온…불붙은 ‘코로나 치료제’ 개발 경쟁

누가 먼저 내놓을까…업계 초미 관심
셀트리온, 질본과 협력…7월 중 투약
GC녹십자, 독자 노선…하반기 상용화
혈장 〉 항체…“같은 듯 서로 다른 길”
  • 등록 2020-04-04 오전 10:30:00

    수정 2020-04-04 오전 10:30:00

[이데일리 박일경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항체’ 치료제를 늦어도 올해 7월 말까지는 실제 환자에게 투여하도록 개발을 마치겠다.” [셀트리온(068270)]

“세계 첫 번째 코로나19 ‘혈장’ 치료제를 내놓겠다. 현재 개발 중인 코로나19 치료제 ‘GC5131A’가 올해 하반기에는 상용화가 가능하다.” [GC녹십자(006280)]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제약·바이오기업 녹십자와 셀트리온 간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경쟁이 불을 뿜고 있다. 셀트리온은 항체 치료제로, 녹십자는 혈장 치료제로 각자 승부수를 던졌다. 또한 셀트리온은 ‘치료용 단일클론항체 비(非)임상 후보물질 발굴’ 국책과제 선정을 계기로 정부 기관인 질병관리본부와 협업하고 있는 데 반해 녹십자는 독자 개발하고 있어 서로 다른 길을 걷고 있다.

(그래픽=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먼저 포문을 연 쪽은 셀트리온이다.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은 지난달 23일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자청하고 빠르면 오는 7월 중순까지 투약 시기를 앞당기겠다고 공언했다. 뒤이어 이달 2일 하반기라고만 발표한 녹십자의 경우 허은철 사장은 구체적인 시점까지는 공개를 안 하고 있으나 최대한 개발 기간을 단축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셀트리온 측과 속도전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팬데믹(Pandemic·세계적 전염병 대유행)으로 인한 전 세계의 코로나19에 대한 공포심을 감안하면 세계 최초 성공에 따른 제약시장 선점 영향력은 금액으로 환산하기 힘들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게다가 바이오산업 변방이라 불리며 신약 개발 능력을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나 미국 암학회(AACR) 등 국제 세미나 또는 글로벌 학회에 열심히 참여해 열정적으로 홍보해야 겨우 판로 하나 개척하는 국내 제약사 사정을 고려하면, 단숨에 존슨 앤 존슨·글락소 스미스클라인(GSK)·길리어드 사이언스와 같은 다국적 골리앗 사(社) 반열에 오르는 신데렐라 효과는 광고 가치를 매길 수 없다.

셀트리온 연구진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항체 치료제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셀트리온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항체 치료제 개발에 돌입한 이후 2차 후보 항체군 선별 작업을 진행 중이다. (사진=셀트리온)


◇ 최적 항체 선별작업 진행…2주 내 완료 예정

혈장 치료제와 항체 치료제는 같은 것처럼 생각되지만 사실 다른 약이다. 일단 혈장 안에 항체들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혈장 치료제가 항체 치료제보다 넓은 개념이다. 셀트리온이 개발 중인 항체 치료제는 코로나19라는 특정 바이러스 하나에만 항원·항체 반응을 하는 치료제를 만들겠다는 뜻이다. 따라서 단일클론 항체를 찾기 위한 최적의 후보군을 선정하는 과정이 필수다.

지난 2일부터 셀트리온은 질본과 협력해 항체 시험관 내 중화능력 검증기법을 추진하면서 2차 후보 항체군 선별 작업에 착수했다. 이번 작업을 마치는 데까지는 약 2주일이 소요될 전망이다. 그 다음 단계는 세포주 개발인데 당초 예정일인 다음달 1일보다 빨라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

서 회장은 “7월 중 인체 임상 투여를 목표로 전 연구진이 최적의 후보 물질 발굴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며 “미국·유럽 등 전 세계 확산세가 멈추지 않는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막고자 여타 글로벌 제약사보다 빠른 속도로 임상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혈장 치료제는 코로나19 완치 환자의 혈액에서 혈장을 분리·농축해 만든다. 단일 항체를 찾는 대신 완치자의 혈장 안에 수많은 항체들 가운데 코로나19에 반응하는 항체가 들어있기만 하면 치료제가 되는 방식이다.

GC녹십자 종합연구소 연구원이 신약 및 바이오 의약품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사진=GC녹십자)


◇ ‘GC5131A’ 임상 임박…대형병원과 일정 논의

쉽게 설명해서 항체 치료제는 바다낚시를 나간 낚시꾼이 예컨대 참돔이란 특정 어종을 낚기 위해 참돔이 좋아하는 미끼를 바늘에 끼워 낚는 법이다. 참돔이 좋아하는 미끼가 어떤 건지 찾으려면 수없이 미끼를 바꿔가며 낚시 대를 바다에 던지는 ‘후보군 추리기’ 과정을 거쳐야 한다.

혈장 치료제는 참돔을 낚기 위해 미끼를 쓸 일 없이 곧바로 저인망 그물을 던져 바다 밑바닥부터 훑어 올리는 방법이다. 그물 안에 걸려든 수많은 고기 가운데 참돔 한 마리 걸리면 끝난다.

때문에 녹십자가 우선 공급할 것이란 시각이 일부 있다. ‘GC5131A’는 코로나19 회복환자의 혈장에서 다양한 항체가 들어있는 면역 단백질만 분획해서 만든 고(高)면역 글로불린(Hyperimmune globulin)이다. 해외로 눈을 돌리면 다케다(Takeda), 그리폴스(Grifols) 등 세계 1·2등을 다투는 혈액제제 회사들이 각국 정부의 지원을 받아 녹십자와 같은 코로나19 혈장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이들도 연내 치료제 상용화를 목표로 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래픽=이데일리 김다은 기자)


허 사장은 “치료적 확증을 위한 임상을 조만간 시작할 것”이라며 “치료제가 가장 시급한 중증환자 치료와 일선 의료진과 같은 고위험군 예방(수동면역을 통한) 목적으로 개발한다”고 강조했다. 임상시험 착수를 위한 대형 병원 및 정부·당국과 관련 일정을 논의 중이다.

셀트리온은 질본과의 중화능력 검증작업이 완료되는 대로 결과를 외부에 공유할 예정이다. 녹십자 역시 임상을 개시하게 되면 주요 단계별 진전 내용을 실시간 알린다는 방침을 세웠다. 서로 같은 듯 또 다른 노선을 따르고 있는 녹십자-셀트리온 양사 중 누가 먼저 치료제 개발에 성공할지 관전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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