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소리]대통령과 대면

  • 등록 2022-07-16 오후 8:00:00

    수정 2022-07-16 오후 8:00:00

[이데일리 김영환 기자] 1. 미국 드라마 `지정생존자`에서 급작스럽게 대통령직을 승계받은 `톰 커크먼`은 무시로 기자들을 상대한다. 심지어 대변인의 만류에도 웨스트윙 브리핑룸에 서서 기자들과 질답을 주고받는다. 대통령과 기자간의 만남을 하나의 `이벤트`로 생각했던 한국 문화에서는 매우 낯선 풍경이다. 굳이 드라마 이야기를 꺼낼 필요도 없다. 기자라면 질색했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조차 기자들과의 약식 회견을 잘 활용했다. 미국 백악관은 집무실인 오벌오피스와 기자회견이 이뤄지는 브리핑룸을 백악관 서관인 웨스트윙에 나란히 뒀다. 춘추관을 마련해 기자들을 몰아넣고 청와대 진입을 막았던 우리네 풍경과 사뭇 다르다. 대통령 전용 헬기가 뜨는 백악관 남쪽 잔디밭(South Lawn)에서도 미국 대통령은 기자들의 질문을 한두 가지 받고 목적지로 향했다.

2. 그래서 생경한 현상도 일어났다. 북한의 도발은 대한민국 정부가 가장 민감해하는 사안이다. 곧바로 대통령에게 보고가 되고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개최된다. 이후 NSC 명의의 규탄 성명이 짧게나마 발표된다. 다만 대통령의 의중은 알 수 없다. 대개 NSC는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개최된다. 북한의 도발을 누구보다 엄중하게 생각해야 할 한국 대통령의 생각을 알 수 없다. 그 사이 지구 반대편 미국 대통령은 북한 도발에 대한 본인의 생각을 가감없이 피력한다. 실제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문재인 전 대통령 시절 있었던 일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전용 헬기 탑승 전 미국 기자들에게 북한의 위협을 다독이는 사이, 한국의 기자들은 NSC의 뻔한 워딩에 만족해야했다. 기자도 춘추관에서 그 무력감을 진하게 느꼈다.

3.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인수위원회가 가동되던 지난 4월 또다시 반복된 북한의 도발에 대해 당시 당선인 대변인이었던 배현진 의원에게 관련 질문을 던졌다. `윤 당선인과 인수위가 발사체 보고를 받은 시점`이 궁금했다. 군통수권자가 이를 언제 보고 받았는지는 대한민국 안보에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었다. 배 대변인은 “(윤 당선인이) 언제 받았는지는 확인하기 어렵지만 보고를 받았을 것”이라고 추측성 답변을 내놨다. 윤 당선인이 현장에 있었다면 정확한 시점을 밝혔을 것이다.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북한에서 계속 위력시위를 이어가는 것에 대해 저희가 전혀 새롭거나 놀랍지 않다는 입장”이라는 공식적 답변이 아니라 북한에 대한 진솔하고 솔직한 윤 대통령의 속내를 들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용산 대통령실 청사 출근길에 취재진과 질답을 나누는 모습(사진=대통령실사진취재단)
4. 윤 대통령은 구중궁궐이던 청와대를 벗어나 용산으로 나왔다. 한국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도어스테핑`을 한다. 이전 정부까지 낯선 단어였던 도어스테핑은 이제 상식어가 됐다. 매일매일 차고 넘치는 다양한 이슈들에 대해 온 국민이 직접 대통령의 입을 통해 생각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은 분명 대한민국 정치의 진일보다. 문답을 대본으로 만들어 연극을 펼쳤던 박근혜 전 대통령이나, 소통을 하겠다고 해놓곤 연례행사로 기자회견을 했던 문 전 대통령을 떠올리면 더욱 그렇다. 참모들이 아무리 대통령의 발언을 그대로 전한다고 하더라도 이는 이미 정제된 언어다. 급작스런 질문을 받은 뒤 변하는 대통령의 `표정`도 정치적 행위다. 첫 번째 국민이라고 할 수 있는 언론에게 대통령이 대면의 폭을 넓히는 건 국민에 대한 예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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