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미 언론의 생명공학주 분석

  • 등록 2000-08-25 오후 12:27:00

    수정 2000-08-25 오후 12:27:00

24일 미국 뉴욕 증시에서 생명공학, 특히 게놈 관련주들이 큰 폭으로 상승했다. 이에 따라 생명공학 주식이 과연 계속해서 오를 수 있을 것인가와 생명공학 기업들이 언제쯤이나 수익을 낼 것인 지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뉴욕 타임스와 워싱턴 포스트, 로이터 통신 등이 이날 일제히 생명공학 업종에 대한 기사를 실었다. 일단 24일 게놈주 상승은 미국의 전미건강연구소(NIH)의 발표 때문이었다. NIH는 이날 태아의 줄기 세포와 관련된 리서치 프로젝트에 대해 처음으로 돈을 지급하겠다고 말했다. 그렇지 않으면 연구가 중단될 수도 있는 프로젝트였다. 줄기 세포(stem cells)는 다양한 조건의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 미성숙 세포를 말한다. 줄기 세포는 초기 단계에서는 동일한 것처럼 보이지만 성장하면서 다양한 세포로 변하게 된다. 따라서 줄기세포를 규명하게 되면 다양한 질병의 원인을 알 수 있는 근거를 얻을 수가 있다. 이 발표로 휴먼 게놈 사이언스는 15%, 셀레라 게노믹스는 14.7%, 어피메트릭스는 13.5%, 아브게닉스는 14%, 밀레니엄 제약은 8% 이상 올랐다. 진 로직과 메드이뮨 등도 큰 폭으로 상승했으며, 태아상태의 줄기세포와 직접 관련된 게놈 업체들인 게론은 25%, 아스트롬 바이오사이언스는 60%, 스템셀스는 30% 폭등했다. 아스트롬은 미국 뉴욕 증시에서 거래량 상위에 들기도 했다. 뉴욕 증시에서 거래되는 모든 줄기 세포 관련 생명공학 업체가 상승한 것이다. 휴먼 게놈 사이언스와 셀레라 게노믹스는 줄기 세포와 관련된 연구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기초 유전자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는 이유로 강세를 나타냈다. 그러나 워싱턴 포스트는 연구소와 동물 실험을 거쳐 사람에 대한 임상실험, 약품을 개발해 이익을 내기까지는 긴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했다. 생명공학 업종에 가장 큰 문제는 언제쯤이나 수익을 낼 수 있느냐는 것. 그러나 생명공학 기업들은 과거보다 펀더멘털이 훨씬 좋은 상태다. 따라서 올해에도 다른 업종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생명공학 기업들은 작년에 113.5% 폭등했으며, 올해에도 3월에 40.4%나 폭락한 뒤 5월말 이후로 54.9%나 상승했다. 올들어 지금까지 39.3% 상승해 있는 상태. 생명공학 업종보다 더 많이 상승한 업종은 반도체등 일부에 불과하다. 그러나 상승폭이 컸던 만큼 변동성도 어떤 종목보다도 크다. 이처럼 생명공학 기업들의 주가가 쉽게 흔들리는 이유는 대부분의 생명공학 업체가 설립된 지 얼마되지 않았고, 비즈니스 모델도 아직까지 검증되지 않은 상태며, 이익을 내는 업체도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미 연방식품의약국(FDA)가 생명공학 업체가 개발한 약품에 대해 승인을 내릴 지 여부는 더욱 불투명한 상태. 만약 FDA가 승인을 거부할 경우, 수년에 걸친 연구성과가 물거품이 되고 만다. 또한 정부 정책에 쉽게 흔들린다는 리스크도 안고 있다. 지난 봄에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과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가 인간 유전자 지도의 특허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발표하면서 주가가 폭락한 것이 그 예다. 그리고 클린턴이 이 발언을 번복하면서 생명공학 주가는 다시 급상승했다. 이처럼 생명공학 업체는 근본적인 취약성을 안고 있다. 이 때문에 생명공학 업종의 주가는 1991년에 250%나 폭등한 뒤 이후 7년간 매년 평균 12%씩 주가가 하락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생명공학 업체들의 펀더멘털이 점점 더 강해지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지금처럼 전망이 좋았던 적은 없었다고 한다. 승인을 받은 의약품 숫자는 1995년 6개에서 작년에는 70개로 늘어났고, 올해에는 90개에 도달할 전망이다. 또 이익을 내는 업체도 10년 전에는 3개에 불과했지만 작년에는 14개가 됐고, 2001년까지는 40개에 이를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한편 뉴욕 타임스는 생명공학 업체들이 막대한 자금을 토대로 기존의 대형 제약업체들과의 계약에서 칼 자루를 쥐게 됐다고 보도했다. 제약회사와 노예문서와 다름없는 계약을 더 이상 하지 않아도 되게 됐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제약회사들이 생명공학 업체에 자금을 대고 거기서 나온 연구성과의 이익을 거의 전부 독차지했다. 그러나 이것이 게놈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셀레라 게노믹스는 지난 6월 인간 유전자 지도의 완전 해독을 발표했는데, 이로써 생명공학 업체들의 꿈이 실현될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졌다. 일부 전문가들은 셀레라의 유전자 지도 해독을 닐 암스트롱의 달 착륙과 비견할 만한 과학적 업적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러한 성과 덕분에 생명공학 기업들의 자금확보가 훨씬 용이해지고 있다. 생명공학 기업들은 올 상반기에만 221억 달러의 자금을 유지했다. 작년에는 120억 달러, 1998년에는 81억 달러였다. 그리고 몇 년 전만 해도 한 기업이 기업공개(IPO)로 끌어들이는 자금 규모가 3000만 달러 정도에 불과했는데, 지금은 대부분이 1억 달러 이상을 끌어들이고 있다. 아브게닉스와 메다렉스, 밀레니엄 제약 등은 올 초에 각각 4억 달러 이상을 끌어들였고, 셀레라 게노믹스는 3월에 있었던 2차 증자에서 10억 달러 정도의 자금을 확보했다. 그리고 7월초 이래 지금까지 30개 생명공학 기업이 IPO에 성공했으며, 이들이 끌어들인 자금만도 25억 달러에 달한다. 그리고 16개 기업이 IPO를 대기하고 있는 중이다. 바로 이 자금이 생명공학 기업들이 제약회사들과의 계약에서 칼 자루를 쥐게 만든 것이다. 따라서 일부 생명공학 기업들은 개발한 신약으로 벌어들이는 이익을 50대50으로 나누는 계약을 맺기도 했다. 아브게닉스와 밀레니엄 제약이 각각 이뮤넥스, 아벤티스와 이러한 계약을 맺었다. 제약회사들이 생명공학 기업들에 2%의 로열티만 주고 막대한 이익을 챙기는 그런 불평등한 계약은 더 이상 존재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생명공학 기업과 제약회사간에 힘의 이동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알로스 세라페틱스 같은 업체는 아예 IPO로 확보한 9000만 달러의 자금을 토대로 자신들이 직접 신약을 개발, 판매하겠다고 선언했다. 제약회사의 도움이 더 이상 필요치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모든 생명공학 기업들의 미래가 밝지는 않다. 돈이 풍부하지 못한 기업도 있는 것이다. 레콤비난트 캐피털이 지난 1분기에 247개 생명공학 기업들을 조사한 결과, 61개 업체가 1년을 버틸 현찰이 없다고 말했다. 그리고 재정상태가 좋은 기업들도 지금 갖고 있는 것보다 더 많은 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밀레니엄 제약의 최고재무책임자(CFO)인 케빈 스타는 “게놈은 규모의 게임이며 게놈 이후는 더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게놈으로 성공하려면 1억 달러가 아닌 수십억 달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생명공학 기업들이 실제 대박을 터뜨리려면 많은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는 것도 생명공학 기업들에게는 리스크 요인이다. 1991년과 1995년의 붐이 쉽게 수그러들었던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언제 다시 투자자들이 “생명공학 기업들은 아직 멀었다”고 생각할 지 모른다는 것. 따라서 생명공학 기업 주식은 항상 폭락의 위험을 안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체이스 H&Q의 애널리스트인 비벡 제인은 과거보다 훨씬 좋아졌다고 말한다. 생명공학 기업들의 주가가 폭등했던 1991년에는 2년을 버틸 자금을 확보할 생명공학 기업이면 매우 재무상태가 좋은 기업이라고 생각했었지만, 지금은 많은 기업들이 5~6년을 버틸 자금을 확보해 놓은 상태라는 것이다. 연구개발에서 신약개발까지 할 수 있는 돈을 확보해 놓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신약개발이 가까워질 수록 자금확보가 더 용이해질 수도 있다. 미국 언론들은 생명공학 기업에 대해 투자할 경우에는 단기 급등락을 감수해야만 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변동성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리스크 요인이 많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확실한 기술을 갖고 있는 기업에 장기간 투자했을 경우에는 대박을 터뜨릴 수도 있다고 한다. 로이터통신은 생명공학 기업에 투자하려면 투자금액중 5~10% 정도만 넣은 뒤 장기투자하라고 권고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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