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시대에…버핏이 또 석유회사 옥시덴탈 사려는 5가지 이유

FERC, 버크셔 옥시덴탈 50% 인수 승인…"완전인수 예상"
화석연료 상당기간 더 필요…앞으로도 고유가 유지 기대
高인플레에 현금보유 부담, 옥시덴탈 저평가 매력도 감안
탄소포집 등 신사업 기대에 홀럽 CEO 신뢰까지도 한몫
  • 등록 2022-08-21 오후 12:44:13

    수정 2022-08-21 오후 1:36:48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지난 2019년에 첫 투자를 시작한 지 3년째가 되는 올해,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최고경영자(CEO)는 미국 대형 석유회사인 옥시덴탈 페트롤리엄(OXY) 지분을 본격적으로 늘리기 시작하더니 결국 회사를 인수하려는 강한 의욕을 보이고 있다.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CEO


미 연방에너지규제위원회(FERC)는 지난 19일(현지시간) 지난달 버크셔가 ‘옥시덴탈 보통주를 주식 유통시장에서 50%까지 추가 매수할 수 있게 해달라’며 제출한 신청을 허가했다. FERC 측은 “버크셔가 옥시덴탈 지분을 50%까지 보유해도 시장 경쟁을 해치거나 규제당국 권한이 줄어드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이번 승인은 공공의 이익에 배치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버크셔는 올 3월부터 옥시덴탈 주가가 조정을 보일 때마다 지분을 더 사들여 현재 보통주 기준으로 총 1억8850만주, 지분 20.2%를 확보했다. 8%라는 높은 배당을 지급하는 옥시덴탈 우선주도 100억달러 어치 보유해 매년 8억달러의 배당을 챙기고 있고, 또 주당 59.62달러로 보통주 신주를 부여 받을 수 있는 신주인수권(워런트)도 8390만달러 어치 갖고 있다.

옥시덴탈 주가는 버크셔가 가진 워런트 행사가격인 59.62달러를 이미 넘어선 만큼 버크셔가 워런트를 행사하게 된다면 당장 지분율은 약 27% 수준까지 높아지게 된다. 이렇다 보니 월가에선 버핏이 올 연말 쯤이면 옥시덴탈의 나머지 지분까지 다 사들일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옥시덴탈 지분 66%는 기관투자가들이 단순 투자 목적으로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들은 가격만 만족스럽다면 언제든 주식을 팔 수 있다. 버크셔서 보유한 부분을 뺀 나머지 80%가 조금 안되는 옥시덴탈 지분을 주당 80달러에 전체를 산다해도 600억달러 정도인데, 이는 버크셔의 보유 현금을 감안하면 그리 큰 금액도 아니다.

한때 월가 유력 애널리스트로 활동했던 데이빗 카스 매릴린드대 재무학 교수는 “결국 버핏이 회사 주식 전체를 사들일 것 같다”고 전제한 뒤 “일단 경영권이 없는 최대 50%까지만 지분을 살 수 있도록 허가한 것이지만, 지금까지 평균 60달러 정도대에서 지분을 사들였던 버핏은 (가격을 높이지 않으면서) 서서히 추가로 지분을 매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렇다면 대체 버핏과 버크셔는 옥시덴탈에 대해 어떤 매력을 느끼고 있는 지가 궁금해진다. 특히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탄소중립을 이루기 위해 신재생 에너지에 대한 대대적 재정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는 만큼 옥시덴탈 투자는 시대적 흐름과도 맞지 않아 보이니 말이다.

올 들어 지금까지의 옥시덴탈 주가 추이


첫째, 버핏은 재생에너지가 앞으로 대세가 될 것을 부정하지 않지만, 앞으로도 상당 기간 화석연료의 존재가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버핏은 석유회사뿐 아니라 태양광 발전과 전력회사 등에도 균형있게 투자하고 있는 현실주의자다. 버핏CEO는 작년 버크셔 정기 주주총회에서도 “(화석연료와 신재생에너지 어느 한 쪽만을 강조하는) 양 극단에 있는 사람들은 약간 정신 나간 사람들”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더구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국제유가와 천연가스 가격이 뛰고 있는 상황에서도 석유수출국기구(OPEC)나 미국 셰일오일 업체 모두 과거 5년 간 투자 부재로 인해 원유 공급을 늘리고 싶어도 상황이 여의치 않다 보니 유가가 상당 기간 높은 수준을 머물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이 나오고 있다.

옥시덴탈은 미국 내 최대 원전지역인 퍼미언 베이신에서도 가장 큰 생산업체이면서 가장 낮은 비용구조를 가진 셰일업체다. 이 회사는 국제유가가 배럴당 40달러 이상만 되면 채굴 이익이 발생하는 구조인 것으로 알려졌다.

둘째, 이런 상황에서 1050억달러라는 천문학적 현금을 보유하고도 최근 적극적인 인수합병(M&A)에 나서지 못했던 버크셔 입장에선 또 다른 타깃을 노려야 했다. 특히 치솟는 인플레이션 상황에 현금을 보유하는 것은 어리석인 일이니 대형 매물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그레고리 워런 모닝스타 리서치서비스 애널리스트는 “에너지시장 변동성이 크다 보니 옥시덴탈 주식에 투자해서 벌어들이는 이익보다는 이 회사를 버크셔 자회사로 거느리는 것이 더 유리할 것”이라며 버크셔사 일단 50%까지 지분을 늘린 뒤 슬로우 모션에 가까울 정도로 더딘 속도로 회사 전체를 인수해 나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셋째, 이처럼 고(高)유가 상황인데도 옥시덴탈의 밸류에이션이 높지 않다는 점도 매력으로 꼽힌다.

옥시덴탈의 미국 내 원전 자산 보유


버핏이 옥시덴탈과 처음 인연을 맺었던 2019년, 당시 비키 홀럽 옥시덴탈 CEO는 아나다코라는 회사를 인수하려고 셰브론과 경쟁하던 때였다. 자금이 부족했던 홀럽 CEO는 버핏을 찾아가 100억달러 투자를 약속 받은 뒤 셰브론을 제치고 회사를 인수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 인수 이후 옥시덴탈은 300억달러 이상 부채가 늘어났고, 2019년에 500억달러였던 시가총액은 그 다음해 2020년엔 90억달러 아래로 추락했다.

이처럼 주식의 저평가 메리트가 커진 시점에 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졌고, 그 덕에 옥시덴탈 주가는 올 들어 140% 이상 급등했다. 같은 기간 시장 벤치마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11% 하락했으니, 지수대비 150%포인트가 넘는 초과수익을 낸 셈이다.

옥시덴탈에 투자하고 있는 스미드 캐피탈매니지먼트를 이끌고 있는 빌 스미드 창업주는 “옥시덴탈은 올해 치솟은 원유 가격 덕에 엄청난 빚을 갚아 나가면도 동시에 대규모 현금을 쌓고 있다”며 “이런 현금 창출능력은 아마 현재로선 세계 최고 중 하나일 것”이라고 말했다.

넷째, 버핏의 옥시덴탈 주식 사재기는 기존 버크셔의 에너지 관련 사업과의 시너지까지 기대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옥시덴탈은 석유사업 외에도 탄소중립과 관련된 신사업도 적극 추진하고 있는 기업이다.

닐 딩먼 트루이스트증권 원유·가스업종 담당 애널리스트는 “옥시덴탈이 영위하는 원자재사업이나 사업장 입지 등이 버크셔의 기존 유틸리티나 파이프라인 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며 “무엇보다 옥시덴탈이 가진 저탄소 벤처사업은 버크셔에게 더 매력적으로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도 홀럽 CEO는, 미국 석유협회(API)가 “바이든 대통령의 인플레이션 감축법은 석유와 천연가스 투자를 위축시킬 수 있는 잘못된 정책”이라고 비판하는 와중에서도 오히려 “매우 긍정적인 정책”이라고 반색했다. 현재 옥시덴탈은 탄소포집 분야에서 미국 내 선도기업 중 하나로, 탄소포집 톤당 180달러의 세액공제를 제공하는 바이든 정부의 정책 덕에 수익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끝으로 다섯째, 홀럽 CEO에 대한 신뢰도 한 몫한 것으로 보인다. 2019년에 버핏과 처음 인연을 맺은 홀럽 CEO는 올해 국제유가가 급등한 덕에 회사 수익이 최고 수준을 기록하는 와중에서도 최근 컨퍼런스콜에서 회사의 비용 통제 등을 꾸준히 지켜갈 것이라고 약속한 바 있다.

버핏 CEO는 이에 대해 “그의 발언을 모두 들었으며, 그 얘기는 바로 내가 하려던 것과 정확히 일치한다”면서 “홀럽 CEO는 회사를 올바른 방향으로 잘 이끌어 가고 있다”고 높이 평가했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박결, 손 무슨 일?
  • 승자는 누구?
  • 사실은 인형?
  • 한라장사의 포효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