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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 살 주흥철이 찾은 새로운 골프 해법이다.
4일 경기도 파주 서원밸리 컨트리클럽(파72)에서 열린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시즌 최종전 LG 시그니처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총상금 12억원) 대회 1라운드. 주흥철은 이날 이글 1개에 버디 5개를 잡아내고 보기는 1개로 막아 6언더파 66타를 쳤다. 6월 SK텔레콤오픈 2라운드에서 66타를 친 이후 약 5개월 만에 기록한 올해 개인 최소타다.
1981년생으로 올해 마흔이 된 주흥철은 점점 줄어드는 거리에 의기소침했다. 경쟁력이 떨어지는 자신의 모습을 보며 자신감도 잃었다.
주흥철의 올해 드라이브샷 평균 거리는 259.79야드로 전체 120위에 그쳤다. 5년 전인 2016년에만 해도 평균 276야드였던 것과 비교하면 17야드 가까이 줄었다. 장타 1위 마이카 로렌 신(미국·308.469야드)과 거리 차는 무려 48.679야드다. 클럽별 거리 차를 10야드라고 할 때 로렌 신이 9번 아이언으로 칠 수 있는 거리를 주흥철은 5번 아이언 이상의 클럽으로 쳐야 하는 셈이다.
더군다나 코리안투어를 비롯해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등에서도 대회의 코스는 점점 전장을 늘려가는 추세여서 멀리 치지 못하는 선수는 그만큼 불리하다.
주흥철은 “(베어즈베스트 청라 골프클럽) 하나은행 인비테이셔널 대회 때 나는 베스트로 쳐서 2오버파를 기록했는데 함께 경기한 서요섭 선수는 경기가 잘 안 풀린 것 같았는데도 이븐파를 치는 걸 보고 거리 부담을 다시 느꼈다”고 거리에 대한 부담을 털어놨다.
쟁쟁한 후배들과 경쟁에서 조금씩 뒤로 밀리던 주흥철에게 골프의 새로운 눈을 뜨게 한 건 선배 최경주(51)다.
주흥철은 “현대해상 최경주 인비테이셔널 경기 중 최경주 선배와 앞뒤 팀에서 경기하던 중 잠깐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며 “당시 최 선배가 ‘나도 나이를 먹으면서 거리가 줄어 어렵게 경기했던 적이 있었다. 그럴수록 자신에게 맞는 경기 방식을 찾아야 한다. 긴 코스보다 짧은 코스를 잘 공략하면 기회가 올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전까지 골프에 대한 자신감이 많이 떨어져 있었는데 그날 이후 거리에 대한 욕심을 버리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가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 주흥철은 평소 잘 하지 않는 연습라운드까지 하며 개막을 준비했다. 새로 찾은 해법과 철저한 준비의 결과는 시즌 최소타로 이어졌다.
주흥철은 “작년에는 퍼트까지 되지 않아 성적이 좋지 않았다”며 “올해는 역그립으로 바꾸면서 퍼트 때 손 떨림 현상이 사라졌고 거리에 대한 욕심을 버리고 정확하게 치는 장점을 살리는데 집중하니 하반기부터 다시 성적이 나고 있다. 이번 대회는 코스가 길지 않아 나에게 잘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2007년 데뷔한 주흥철은 2014년 군산CC오픈을 시작으로 2016년 현대해상 최경주인비테이셔널까지 통산 3승을 거뒀다. 이날 쾌조의 출발을 보이면서 5년 만에 4승 달성의 기대감을 부풀렸다.
주흥철은 “우승을 욕심내다 보면 경기가 잘 안 될 때도 있지만, 이번 대회 만큼은 기대된다”며 “경기를 하고 나면 초등학교 3학년 아들이 ‘이 홀에선 왜 그렇게 쳤냐’고 물을 때가 있는데 이번 대회에선 그런 걱정을 덜 해도 될 것 같다. 마지막까지 집중하면서 내 경기를 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 같다”고 4번째 우승을 정조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