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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서머스가 맞았다.”
요즘 미국 월가와 학계에서 가장 많이 도는 말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재닛 옐런 재무장관, 제롬 파월 연준 의장 등을 제쳐두고 서머스와 통화한 사실까지 알려지면서, 이런 관측은 절정에 달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지지율이 최악이다. 마음 급한 그가 자신을 1년6개월 동안 비판한 서머스에게 이례적으로 자문을 구한 것이다. 월가의 한 채권 어드바이저는 “이제 서머스의 언급은 챙겨서 볼 수밖에 없게 됐다”고 전했다.
“서머스가 맞았다” 무거운 그의 경고
두 번째는 서머스가 낮은 실업률과 인플레이션의 관계에 주목한다는 점이다. 5월 미국 실업률은 3.6%다. 완전고용 수준이다. 그런데 이는 일할 수 있는 연령임에도 일하지 않는, 다시 말해 노동시장에서 아예 이탈한 이들이 많아 생긴 착시라는 게 서머스의 생각이다. 실제 5월 노동시장 참여율(노동력/16세 이상 경제활동인구)은 62.3%로 팬데믹 직전인 2020년 2월(63.4%)에 못 미친다.
2001~2019년 기준 구인율과 퇴직률 장기평균은 각각 3.1%, 1.9%로 추정된다. 그러나 지금은 각각 7.0%, 2.9%에 달한다. 기업이 사람을 구하려는 수요는 급증했는데, 높은 연봉을 좇아 퇴사하는 직원 역시 많다는 뜻이다.
그의 이런 진단은 결국 “경기 침체는 불가피하다”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기업이 높은 임금을 버티지 못하고 사람을 뽑지 못해 실업률이 올라가야, 역대급 인플레이션을 잠재울 수 있다는 것이다. 서머스는 “앞으로 2년간 7.5%, 5년간 6%, 1년간 10%의 실업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경기 침체 없이 연준 목표치인 2%로 물가를 낮추는 ‘연착륙’의 근거는 없다는 것이다.
서머스는 지난 24일(현지시간) 블룸버그TV에 또 나와 “향후 2년 내에 경기 침체가 닥칠 확률은 75~80%인데, 이보다 더 빨리 덮칠 위험도 있다”며 조기 침체론을 경고했다.
월가 한 금융사의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1984년 경기 연착륙에 성공했을 당시의 직전 실업률이 10%를 넘었다는 서머스의 분석은 인상적”이라며 “주요 기관들이 침체 확률을 상향 조정하는 주요 근거”라고 전했다. 서머스의 조기 침체론은 지난해 고(高)인플레이션 경고보다 훨씬 설득력 있게 미국을 뒤흔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