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한국민속대백과사전을 보면 동지는 돌아오는 날짜가 음력 며칠에 해당하는지에 따라서 세 가지로 구분한다. 11월 초순이면 애(兒)동지, 중순이면 중(中)동지, 하순이면 어른(老)동지로 친다. 애동지는 보통 윤달이 끼는 해에 찾아온다. 올해 동지는 음력 11월7일이라서 애동지에 해당한다.
애동지는 팥을 즐기는 풍습도 약간 다르다. 통상 즐기는 팥죽보다는 팥 시루떡을 먹는 게 일반적이다. 우리 민족이 동지에 팥죽을 왜 먹기 시작했는지 유래와 연관돼 있다. 부산대 최덕경 교수가 쓴 `조선의 동지 팥죽과 그 사회성` 논문을 보면, 동지에 액과 잡귀를 물리치려고 제사를 지낸 팥죽을 문짝에 뿌린 내용이 19세기 쓰인 `동국세시기`에 소개돼 있다.
이런 이유에서 애동지에는 팥죽을 먹지 않는 게 풍습이다. 아이를 둔 집안에 아이 귀신을 쫓는 목적의 팥죽을 먹으면 탈이 난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동지 팥죽은 아이 귀신을 쫓는 `축귀` 음식이라서 다른 음식을 먹은 것이다. 다만, 요새는 이런 믿음이 옅어져 음식을 크게 가려 먹는 분위기는 아니다.
팥은 영양으로 빠질 데 없는 식재료다. 특히 약재로서도 뛰어난 효능을 보여준다. 동의보감은 `적소두(赤小豆·붉은팥)를 달여서 죽을 쑨 죽을 먹으면 심규(心竅)를 열어 마음속 답답함을 풀어준다`고 전한다. 적소두죽은 오늘날 팥죽과 같다. 아울러 적소두의 잎은 술을 마시고 생긴 두통에 좋고 딸꾹질을 멎게 하는 효능이 있다. 음주가 잦은 연말에도 가까이하기 좋은 재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