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핑크에 빠졌다

"딸아, 내 마음은 꽃분홍 니트에 있었단다…"
아빠들의 ''핑크 커밍아웃''
아빠도 형광 주황색 셔츠 입고 성형·피부관리도 하고 싶어
"나잇값 못한다" 소리 안할거지? 50대는 이제 ''새로운 30대''라잖니
  • 등록 2008-09-10 오전 10:19:11

    수정 2008-09-10 오전 10:19:11

▲ 딸이 고른 아이템. 짙은 갈색에 베이지색 바지. 엘 파파

[조선일보 제공] 지난 7일 백화점 남성 캐주얼 매장. 30대 직장인 김정은씨와 어머니가 아버지를 위한 니트를 고르고 있었다. 진열대에서 이들이 염두에 두고 있는 옷은 회색이나 베이지색 등 무난한 컬러.

그러나 고려대 심리학과 성영신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최근 조사를 보면 50~60대 남성들은 밝고 경쾌한 컬러를 선호하는 경향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반면, 20~30대들이 떠올리는 일명 '어르신 색'은 여전히 어둡고 칙칙한 색깔로 범위를 좁히는 경향이 잦다"고 말했다. 다만, 분홍색이나 노란색 등 다양한 컬러와 디자인의 옷에 도전하고 싶어도 "나잇값 못한다" "주책없다"는 말을 들을까봐 애써 마음을 다잡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실제 실험을 해봤다. 입사 뒤 큰 마음먹고 아버지에게 옷 선물을 준비하는 딸 이자영(25·직장인)씨가 고른 '아버지를 위한 옷'과 아버지 이동환(55·부동산업)씨가 고른 '나를 위한 옷'이 어떻게 다른지 살펴봤다.

◆꽃분홍 니트(아버지) vs 진회색 니트(딸)

8일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6층 남성복 매장. 가을용 의상으로 디스플레이를 다 바꿨는데도 마치 봄처럼 색상들이 화려하다. 아버지 이씨가 한 매장 앞에서 발길을 멈췄다. 분홍색과 진한 노란색 니트 사이에서 고민을 하고 있었다. 빨간색 체크 셔츠를 골라 이리저리 대보기도 했다. 재킷은 베이지색이나 회색 톤의 기본적인 컬러를 고르긴 했지만 "셔츠는 화사하게 입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가 고른 건 형광 주황색 줄무늬가 들어간 셔츠. 이씨는 청바지 쪽으로도 고개를 돌렸다. 그는 "요즘 친구들을 보면 청바지도 곧잘 입는다"고 전했다.

딸의 경우는 어땠을까. 딸은 베이지색 니트와 옅은 회색 니트 사이에서 고민하더니 결국 짙은 갈색 니트 카디건을 골랐다. 무늬가 들어간 셔츠보다는 깔끔한 단색 셔츠 쪽이 마음에 드는 모양이었다. 벨트도 검은색을 골랐다. 

▲ 백화점 남성복 매장에 들른 자영씨 부녀. 자영씨가“회색 니트가 어울릴 것 같다”고 말하자, 아버지 이동환씨는 진분홍색 카디건을 내밀며“난 이게 마음에 든다”고 했다.

 
◆50대? 새로운 30대!

어른들이 변하고 있다. '50대=새로운 30대'라는 건 이미 미국에선 일반화된 개념이다. 2~3년 전 나이보다 젊어 보이는 여성을 일컫던 용어가 이젠 남성에게로 옮겨왔다. 국내 의류 시장도 마찬가지. 최근 '핑크', '블루', '와인' 등 트렌드 컬러를 시도하는 고객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LG패션의 이지은 디자인실장은 "이번 가을의 트렌드 컬러인 영국식 체크 컬러를 중심으로 과감한 색이 매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부모님 옷을 고르려거든, '20년 전의 아버지, 어머니'를 위한 옷을 고르라는 얘기다.

영국의 사회 트렌드 전문가인 제임스 하킨스는 지난 1월 발간한 그의 책 '빅 아이디어'에서 2008년 소비를 주도할 세대로 40~60대를 꼽으며 그 특징을 '머추리얼리즘(maturialism)'이라고 명명했다. 이는 '성숙하다'는 뜻의 'mature'와 '현실성'이란 뜻의 'realism'의 합성어. 하킨스는 그의 책에서 "모터바이크인 할리 데이비슨을 소유한 계층의 평균 나이가 10년 사이 38세에서 46세로 뛰어올랐다"며 "이들 세대는 단순 소비뿐만 아니라 각종 성형이나 미용시술도 자주 받아 30대 같은 젊은 '미모'를 유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리처드 기어(58), 케빈 코스트너(53), 톰 행크스(52) 등 나이보다 10년은 젊어 보이는 중년 남성들이 대표적인 모델이다. 

▲ 왼쪽부터 아빠가 고른 빨간색 집업 카디건. 얼굴을 밝게 보이게 한다. 카르트 블랑쉬, 단정한 재킷을 골라 셔츠에 포인트를 준 아빠의 센스. 카르트 블랑쉬, 아빠가 가장 마음에 든다고 말한 초록색 니트. 빨간셔츠로 대비 효과를 줬다. 엘 파파, 옅은 군청색 니트에 무늬가 들어있는 셔츠로 대학 새내기같이! 엘 파파.

 
◆포인트 컬러를 주세요

동양인 특유의 얼굴색은 나이가 들수록 힘없어 보이기 마련. 주름진 피부까지 생각한다면 옷 색깔을 잘 맞춰야 한층 생기 있어 보인다. 스타일리스트 김정현씨는 "젊어 보이고 싶다고 노란색이나 형광 초록 등 채도가 밝은 색을 고르면 누런 얼굴색이 더 두드러져 나이 들어 보일 수 있다"며 "한 톤 다운된 연노랑색, 연두색을 입으면 온화한 분위기를 풍길 수 있다"고 말했다. 파란색이나 진분홍색, 빨간색 등 채도가 높고 밝은 색을 입을 경우도 마찬가지. 얼굴이 하얀 편이면 스카이블루나 연보라색이 가미된 하늘색, 핫핑크보다는 연분홍색을 입으면 좋고, 가무스름할 경우 요즘 유행하는 붉은 색 체크나 살구색을 고르면 얼굴색이 한결 밝아 보인다. 김정현씨는 "상의가 밝으면 바지는 회색빛이 가미된 그레이진이나 짙은 색의 면바지를 고르는 편이 멋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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